인생은 아름다워(476)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10)
~ 포항 신항을 거쳐 화진해변에(포항여객선터미널 - 화진해변 36.3km)
5월 18일(수), 맑고 더운 날씨다. 광주 5.18 36주년, 기념식에서 부를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시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국가보훈처장이 이 노래의 제창보류로 식장 입장이 제지되는 장면이 민망하고. 주변에서도 재미동포는 이 노래에 반대하는 입장을, 광주에서 성장한 제자는 찬성입장을 카톡으로 보내온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영령들이여, 하늘의 위로를 받으시라.
오전 8시, 숙소 앞의 광장을 출발하여 30여분 걸은 후 영일대 해안의 끝자락에서 제철도시 포항의 위용을 폰에 담으며 한국경제의 디딤돌이 된 지역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제철도시 포항의 위용을 뒤로하고 영일대해안을 빠져나온다
영일대해안길을 돌아 여남동 숲길을 거쳐 바닷가로 나오니 흥해읍 죽천해변에 이른다. 죽천 해안 초입의 주유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해안 길 따라 걸으니 끝자락의 언덕에 있는 죽천초등학교를 지나 용한 사거리를 통과한다. 이곳에서부터 컨테이너항을 건설 중인 영일만 포항신항이 길게 이어진다. 매립지역에 들어서는 거대한 컨테이너항이 새로운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면 좋으리라.
한 시간 넘게 걷는 신항만 지역을 지나 11시 40분경에 칠포해안에 이른다. 바다시청과 여름파출소가 개설되는 해수욕장을 지나 칠포2리의 해변에 있는 동호회센터가 점심장소다. 메뉴는 우럭매운탕, 식당의 주인 노부부가 정성으로 마련한 음식이 깔끔하다. 2년 전에도 들렀던 곳이다.
12시 45분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날씨가 덥고 모래사장을 지나는 길이 많아 걷는 속도가 느리다. 오전에 16km를 걸었는데 오후에 걷는 거리가 더 길다. 칠포해변, 오도리해변, 월포해변을 거쳐 화진해변에 이르는 길이 20여km. 어떤 곳은 길이 끊겨 좁은 시멭트 길을 가다 밧줄을 타고 내리는 위험한 코스도 있다.
좁은 시멘트길 지나 위험한 밧줄타기로 내려오는 모습
예정보다 여러 차례 휴식을 취한 후 화진 해변의 숙소(노벰버모텔)에 도착하니 오후 6시, 36.3km를 걸었다. 오늘까지 12일간 걸은 거리는 300여km. 서둘러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몸이 나른하다. 발에 물집이 잡힌 환자가 여럿, 코스 리더 홍순언 씨는 길 안내로 바쁜 터에 환자들의 치료까지 맡아 저녁에도 싈틈이 없다. 여러 차례 걸을 때 이상이 없던 나도 두 차례나 물집 치료를 받았다.
더운 날씨에 36km를 걸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들이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초반에 고전하던 젊은 대원들은 차츰 적응이 되는지 앞장 서 깃발을 들기도 하고 힘차게 구호를 제창하는 등 씩씩하게 잘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거리, 젊은 기운을 받아 컨디션 조절하며 즐겁게 걷자.
걷는 중 많은 이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미역 다듬다 박수치는 할머니
* 며칠 전 일행들에게 저녁을 대접한 울산광역시 강종진 관관진흥과장이 다으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교수님. 기행문 파일 잘 받았습니다.
우리 시는 일부구간의 행사만 준비했습니다만, 이음단 단원들께서는 정말 탁월한 선택으로 일생에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정말 부럽고 존경합니다. 저도 언제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꼭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퇴직이 약 2년 정도 남았습니다. 퇴직 후에는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교수님이 계시는 곳도 한번 가보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강원도 고성 해단식에 한번 참석해볼까 합니다. 끝까지 건강하게 완주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울산걷기축제를 치르느라 애쓴 노고를 치하하며 단원들 모두 짜임새 있는 행사로 평가하였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