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별이 되어]
ㅡ순리ㅡ
봄의 절기가 두 계절을 아우른다. 때로는 겨울답다가 여름으로 성큼 앞지르기 일쑤다. 노약자가 적응하기 힘든 환절기다. 코로나 해제 이후로 몸 상태가 달라지는 장인의 모습을 실감한다.
장인께서 달포 전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며 의술에만 의지해야했다. 최선을 다 한 담당의사는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최종 진단이다. 여러 장기가 너무 손상되어 회복 불능 판정이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야 한다. 장인께서 생전 연명의향서에 이미 서명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겠다고 제의 한다. 가족의 동의로 협의가 이루어졌다. 다섯 시간 동안 자력으로 겨우 호흡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가족과 함께 병실에서 마지막 작별을 해야 한다. 유언 한마디 못 듣고 이별의 밤을 보냈다.
임종을 지켜보면서 생로병사를 누구나 거치는 관문이기에 순리라고 여긴다. 불과 두 달 전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아무 대책이 없어 너무 아쉽고 허전하다.
한해 농사는 봄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금년 농사 계획과 가정사의 기록장은 책상에서 주인이 올 때를 학수고대하지만 멈추어 있다. 평소 길상리 자택에서 보은 읍내까지 10리길을 자전거로 장보러 다니신다. 교통비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이다. 애마인 자전거는 창고에서 멈추고 세월만 삭인지 여러날이다.
두 달 전에 뵈었을 때 옥상에서 거실 천정으로 물샌다고 걱정이 태산이시다. 둘째 처남의 수고로 정성껏 시공해 한시름 놓으시는 모습이 선하다.
아들들에게 각자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도 부족한 듯 노심초사다. 그동안 아끼고 저축해 놓은 재무 내역을 보고 성품을 발견한다.
건강 검진 없이 90년의 세월을 무사히 넘기셨다. 천수를 누린 강철 장인이다.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 기준은 어떤 모습일까 비교해본다. 아내를 비롯한 5남매의 성품에서 유전적임을 발견한다.
옛 성현을 섬기면서
스스로를 세상에 부끄럽지 않게 사신 분이다. 주경야독으로 사서삼경과 고서를 탐독하시는 모습을 보아왔다. 흠잡을 데가 없는 존경스러운 장인이다. 별밤에 떠나시어 별이 되시리라 여긴다. 항상 가족의 등불이 되어주시길 비는 마음이다.
*아내의 간곡한 부탁으로 가족과 친지만 장례를 치루게 되어 지인들께 아쉬움이 남는다.
[밤하늘 별이 되어]
"선친의 맥을 이어
구십년 달려온 길
겸손과 정직함을
후손에 일러주며
주어진
임무 마치고
훌쩍 떠난 뒷 모습."
"하늘로 솟아올라
샛별로 반짝이고
영원히 변치 않는
수정으로 거듭나
가족을
비추어주는
세세생생 가로등."
(癸卯年 丙辰月 壬戌日 辛亥時)
*장인을 떠나보내고.
2023.05.06.
첫댓글 하늘의 별이 되신 선생님의 장인 어르신의 명복을 기원 합니다. 3년 전 99세로 영면하신 친정아버지의 모습이 떠 올라 울컥했습니다. 오면 누구나 가야하는 길이지만 너무나 아득한 길이어서 가슴이 저렸습니다.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오늘이 어버이 날이라 더 보고 싶어집니다. 어르신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