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지정 50주년, 공단 신설 30주년을 맞이하여
국립공원 방문수요가 증가하면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관계 기관 및 지자체의 국립공원 탐방예약제와 이용분산 시행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는 국립공원의 과용문제에 따른 심각성뿐만 아니라 문제 해소를 위한 관계기관의 적극적 관심과 노력을 보여 주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기관이 당면 문제의 해결책으로써 탐방예약제나 이용분산과 같은 관리전략의 효과성을 과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탐방예약제는 국립공원 등 휴양자원의 생태훼손 및 탐방경험의 질적 저하의 근본 원인이 과도하게 많은 탐방객 수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탐방객 수를 통제함으로써 문제를 해소하는 관리전략이다.
탐방예약제는 현재 지리산국립공원의 노고단, 북한산국립공원의 우이령길 등을 포함해 몇몇 곳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그 개소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탐방예약제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이용분산은 특정 장소나 탐방구간(이하 ‘탐방구간’으로 표기)에 집중된 탐방객을 다른 대안의 탐방구간으로 유도함으로써
해당 탐방구간의 생태훼손 완화 및 탐방경험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전략이다.
우선 거론되고 있는 탐방예약제나 탐방객 총량제는 탐방객 수와 생태 또는 사회적(예, 탐방경험) 영향 간에 비례 또는 예측되는 관계가 있다는 전제하에 시행되는 관리전략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적 기대와 달리 흔히 탐방객 수와 생태 또는 사회적 영향 두 변수 간에 예측되는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탐방객에게 개방된 한라산국립공원 탐방로의 경우 이미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용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한라산국립공원의 탐방예약제 논란을 불러온 생태훼손 문제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탐방객 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둘째, 탐방객 수와 생태적 영향 두 변수 간에 비례 또는 예측된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탐방예약제 시행을 위해
LAC에서는 적정탐방객 수 산출에 매달리는 대신 탐방객 이용의 결과로 나타난 환경상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 평가기준을 토대로 직접 판단한다.
셋째, 적정수용력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총 입장객 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연도 간 탐방객에 의한 생태훼손에 미치는 영향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한라산국립공원의 생태적 수용력도 나무데크 설치, 돌 또는 야자매트 포장, 탐방로 이탈행위 등 탐방객의 잘못된 이용행태를 효과적으로 제지하기 위한 시설물 배치 및 계도 등에 의해 크게 증대될 수 있다.
시설물 수용력도 시설물 확충(예, 화장실, 하수처리능력, 주차 공간 등) 및 시스템 운영방식의 변화(예, 주차수용력 확대를 위한 대중교통 이용 촉진 및 승용차 이용 규제) 등에 의해 증가 가능하다.
또한 특정 탐방구간에 제공하고자 하는 탐방경험(예, 자연경험 제공 vs. 관광경험 제공)의 선택에 따라 사회적 수용력도 크게 변화될 수 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세 가지 수용력 형태(생태, 시설, 사회)는 각각 독립적 존재가 아닌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형태의 수용력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변화가 다른 형태의 수용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예측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리 대처할 필요가 있다.
넷째, 탐방객 수와 생태적 영향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용분산 시행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기관에서는 이용집중으로 인해 훼손된 탐방구간에 탐방예약제 시행과 더불어 비교적 훼손이 적은 탐방구간으로 탐방객을 유도하는 이용분산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탐방로의 생태훼손이 탐방객에게 노출된 초기에 급격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용분산 시행에 따른 탐방객의 이용행태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제 2, 제 3의 탐방예약제 시행 후보지를 양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자연휴식년제 시행 후 이용분산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남벽탐방로의 재개방은 물론이고
전 구간을 동시에 개방함으로써 각 탐방로가 받는 이용부하를 분담케 한다는 구상도 이러한 점에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용분산 전략의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문제가 심각한 탐방 구간은 적극 개방하는 반면, 훼손되지 않고 비교적 잘 보전된 탐방구간은 오히려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역설적 논리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왔던 ‘이용분산’ 뿐만 아니라 ‘이용집중’ 전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용집중이 심각한 탐방구간(예, 성판악 탐방구간)에 탐방예약제를 시행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풍선효과에 의해
주변의 다른 탐방구간까지 문제를 확산시키기보다는 성판악 탐방구간의 생태적 수용력을 높인 후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이용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
물론 국립공원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이용집중 전략을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다면, 그리고 관광이 주요 산업인 제주도와 한라산국립공원을 관광상품으로 활용코자 하는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를 감안한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객관적〮과학적인 근거 제시할 수 있어야
마지막으로 탐방예약제 시행 결정에 앞서 문제의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탐방객 수에 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탐방예약제 시행을 자제해야 하며, 대신 문제의 원인 규명과 더불어 원인제거를 위한 관리대책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
이와 같은 관리수단의 적용만으로도 현재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적정 이용자 수 산정과 이에 근거한 탐방예약제 시행은 시민과 관리기관 모두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자원의 비효율적 이용을 초래하게 된다.
탐방예약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좀더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적어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논리적이며 합리적 이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탐방예약제나 이용분산 전략에 대하여 과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탐방예약제 시행에 앞서 당면 문제의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