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개 지도
윤동주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날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작품해설
이 시는 윤동주가 19세이던 1936년에 썼다고 알려진 동시(童詩)이다. 작품의 배경으로
나타나는 비극적 현실 상황은 어린 나이 때부터 투철했던 시인의 역사 인식을 엿보게 해
준다. 선경후정(先景後情)의 2연 구성으로 된 이 시는 일제의 잔혹한 수탈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어느 가정의 비극사를 어린이 화자의 눈과 입을 통해 간절하게 보여 주고
있다. 표면적 의미로만 보면 작품 속의 어린 형제들에겐 부모님이 계시지 않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돈 벌러 만주로 갔다. 어린 화자는 어느 날, 동생이 요에다
그린 ‘오줌싸게 지도’를 빨래줄에 널면서 그것은 간밤에 동생이, 죽은 엄마가 있는 별나라
나 또는 아빠가 돈 벌러 간 만주 땅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 장난스러운
상상 속에는 우리 민족의 불행했던 역사의 단면이 나타나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그냥 웃
고 넘길 수만은 없게 만들고 있다.
[작가소개]
윤동주(尹東柱)
1917년 북간도 명동촌(明東村) 출생
1925년 명동소학교 입학
1929년 송몽규(宋夢奎) 등과 문예지 『새 명동』발간
1932년 용정(龍井)의 은진중학교 입학
1935년 평양 숭실중학교로 전학
1936년 숭실중학 폐교 후 용정 광명학원 중학부 4학년에 전입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 입학
1939년 산문 「달을 쏘다」를 『조선일보』에 동요 「산울림」을 『소년』지에 각각 발표
1942년 일본 릿쿄(立敎)대학 영문과 입학, 가을에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로 전학
1943년 송몽규와 함께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
1945년 2월 16일 큐슈(九州)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옥사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유고시집, 1948), 『별을 헤는 밤』(1977),
『윤동주 시집』(1984), 『윤동주자필시고전집』(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