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삼손은 들릴라에게 자기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그대로 이야기했고, 들릴라는 삼손의 말대로 삼손의 머리털 일곱 가닥을 잘라내었고, 힘을 잃은 삼손은 블레셋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서 눈을 뽑히고 놋줄에 묶여 감옥에서 연자맷돌을 돌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15절~21절). 삼손은 블레셋 사람들이 들이닥쳤을 때 괴력(怪力)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20절의 기록을 보면 삼손은 하나님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본문을 읽어보면 들릴라는 삼손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블레셋 지도자들이 엄청난 돈을 준다고 하니, 그 돈을 얻어내기 위해 삼손을 팔아넘긴 셈입니다. 그런데 삼손은 이러한 들릴라의 마음을 눈치챌 법도 한데, 그럼에도 사랑하기에 모르는 척 했던 것인지, 사랑에 눈이 멀어서 그런 것에는 둔감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실인으로서 하나님과의 언약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망각하고 자기의 머리털을 잘라낼 빌미를 준 것입니다.
삼손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서 괴력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삼손의 머리카락에서 능력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머리카락은 나실인으로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한 부분이기에, 머리카락을 잘리게 된 나실인으로서의 언약을 어긴 것입니다. 즉 머리카락이 아니라 “나실인으로서의 언약”이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나실인으로서 하나님과의 언약을 잘 지켜 행하면 하나님께서 그 능력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즉 힘의 원천은 하나님이십니다. 이러한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가 깨지자, 하나님의 영이 떠나서 결국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삼손은 영적 불감증에 빠져 한 여인의 유혹을 선택했고, 결국 하나님의 영이 떠나 능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언약보다 여인을 선택한 결과는 매우 비참했습니다.
그동안 블레셋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게 했던 삼손이 힘이 빠진 상태로 잡아두자, 블레셋 사람들은 기쁨이 들떴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의 신 다곤(Dagon)이 삼손을 자기들에게 넘겨주었다며 다곤 신에게 제사를 드리며 기뻐했습니다(23절). 다곤은 상반신은 사람의 형상, 하반신은 물고기 형상을 한 신으로 주로 바닷가에 사는 이들이 섬기는 신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자기들에게 넘겨준 다곤 신에게 찬양을 드리면서,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삼손을 불러내어 재주를 부리게 하자며 삼손을 구경거리로 삼습니다(24절, 25절). 블레셋 사람들이 삼손을 잡은 것을 얼마나 대단한 일로 여겼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27절에서는 다곤 신전에는 블레셋의 모든 방백(方伯)들이 다 모여있었고, 지붕에도 삼천 명 정도가 모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손은 온갖 모욕을 다 당하고 있었습니다. 눈도 뽑혀 잘 보이지도 않고, 힘도 쓸 수 없는 상황인데,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마치 광대처럼 재주를 부려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모욕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22절에서는 삼손의 머리털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고 기록하면서, 반전(反轉)이 일어날 것을 시사(示唆)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삼손은 눈이 뽑힌 자기를 옆에서 붙들어 주고 있는 소년에게 다곤 신전을 버티고 있는 기둥을 찾아서 그 기둥에 기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26절). 이 기둥은 다곤 신전을 버티게 하는 중심 기둥이었습니다. 삼손은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한 번만 강한 힘을 주셔서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28절). 그리고 블레셋 사람들과 함께 죽겠다고 외치면, 다곤 신전의 두 기둥을 양 손으로 붙잡고 기둥을 밀어내어 다곤 신전을 무너뜨렸고, 그 안에 모인 사람들이 죽게 되었는데, 이때 죽은 자가 삼손이 살았을 때 죽인 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29절, 30절). 그리하여 삼손도 함께 죽고 맙니다. 삼손의 가족들이 삼손을 고행인 마노아에 장사(葬事) 지냈습니다(31절).
삼손은 마지막까지도 자기의 원수를 갚게 해달라며 하나님께 간청했습니다. 사명감보다는 자기의 감정이 더 우선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삼손을 통해서 블레셋 사람들을 죽이십니다. 하나님을 모욕하고 다곤의 승리를 축하하며 다곤을 찬양하는 블레셋 사람들을 심판하신 것입니다.
삼손의 이야기는 매우 극적(劇的)이지만, 씁쓸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른 사사들에 비해 훨씬 놀라운 능력을 가진 자였지만, 이스라엘을 이끄는 사사로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블레셋 사람들을 물리치기보다는 개인적인 복수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여자에 빠져 곤란을 겪게 되는 상황이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그 놀라운 능력을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감으로 이스라엘을 이끄는 데 사용했다면, 훨씬 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거룩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주셨는데, 그 은혜에 합당하게 살아가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온전히 보이며 살아가는 우리와 교회공동체가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