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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실무진 반대에도 서훈이 강행
청와대서도 북송 부정적 의견 나와”
문 전 대통령 보고 여부 관해선 빠져
핵심 쟁점은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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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공소장에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위기관리센터장에게 북송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할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센터장은 ‘남북간 중범죄자 송환 사례는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작성해 정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정 전 실장으로부터 해당 보고를 받았는지는 적지 않았다. 공소장에 문 전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내용은 한 줄도 없다.
9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검찰의 어민 북송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안보실은 탈북 어민들이 동해상에서 선박을 타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계속 남쪽으로 내려오던 2019년 11월1일부터 이들을 나포한 뒤 북송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살인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탈북민을 한국 정부가 북한에 송환한 사례가 있는지, 월북한 한국 국민을 북한이 송환한 사례가 있는지, 법적 근거가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 어민들은 그해 11월3일 국가정보원 조사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 실무진들이 북송에 반대하는 취지의 검토를 하거나 의견을 냈다고 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국은 “범죄자백 이후 북에서 범죄자 신병송환 요구 시 귀순한 북 주민을 대북송환하기 곤란(헌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에 귀순 북 주민 대북송환 근거규정 없음)하여 북 반발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는 “북 인원 자백의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일반 형사절차에 의거, 북 선박 혈흔감정·증거 압수수색 등을 처리할 필요”, “중앙합조(조사팀)에서 대공혐의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한 후 검·경에서 강제수사를 진행하도록 조치함이 좋겠음”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김준환 국정원 3차장을 통해 서훈 국정원장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서 원장은 김 3차장에게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온 거겠냐. 자기들 살려고 온 것이지. 우리는 북송하는 방향으로 조치 의견을 넣어서 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했고, 국정원의 최종 의견은 ‘북송은 가능하다’로 결정됐다는 게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김 전 차장이 대공수사국의 반대 입장을 전했지만 서 원장이 “우리는 그냥 그 의견을 내”라며 강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해 11월4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서도 법무비서관이 ‘북송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북송에 부정적인 입장을 개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노 전 실장이 ‘남북한 간의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북송이 가능하다’며 북송을 지시했다고 했다.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이자 북송 결정의 최종책임자로 지목된 정의용 전 실장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실장이 정 전 실장 대신 회의를 진행했을 뿐 승인은 정 전 실장이 했다고 봤다. 검찰은 북송은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했다.
2018년 4월27일 오전 9시30분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사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 갔다 다시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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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이 북송 과정을 보고받았는지, 승인했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일선에서 대통령 보고를 준비한 정황은 드러난다. 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2019년 11월2일 선박 나포, 어민 제압, 귀순의사 표명 등 내용을 담은 상황보고서를 문 전 대통령에게 송부했다.
정 전 실장은 같은 날 보좌관을 통해 위기관리센터장에게 “대통령을 수행해 출국하는데 대통령께 따로 독대해 보고할 자료를 만들어달라. 남북간 송환 사례를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센터장이 국정원을 통해 ‘남북간 중범죄자 송환 사례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말씀자료를 작성해 다음날 정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정 전 실장이 이 자료를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정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 보고 여부를 함구한 바 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이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판례에 따라 ‘직권 남용’뿐 아니라 ‘의무없는 일’과 ‘권리행사 방해’가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어민들의 어떤 권리가 어떻게 방해됐는지, 국정원 직원 등 실무진들이 어떤 의무없는 일을 했는지 확인돼야 죄를 물을 수 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어민들이 한국 국민이라는 전제 하에 이들에게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 거주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강제노역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도 북송 조치로 이 권리들이 방해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헌법에 의해 무죄로 추정된다”며 북송 조치는 무죄 추정의 원칙도 어겼다고 했다.
검찰이 실무진들이 의무없는 일을 했다고 보는 근거로 든 ‘매뉴얼’도 다툼의 지점이다. 매뉴얼에 적이 출현하거나 대공혐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사·분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제대로 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정 전 실장 측은 매뉴얼은 조직 내부 운영을 위해 법률 대신 임시로 활용하는 지침이어서 위법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반면 검찰은 매뉴얼도 지키지 않으면 위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