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SI.com] 라리가 경쟁력 진단 (2) - 새로운 중계권 계약

[샤빠르빠]

제가 자주 가는 해외축구포럼 같은거 번역된 블로그에서

괜찮은 글이 있는거 같아서 퍼옵니다

한번 가보실 분은

http://stretford.egloos.com/

스페인 전문가 시드 로우 (Sid Lowe)가 SI.com(sportsillustrated.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상위 두 팀과 그 이하 팀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라리가의 경쟁력에 대해 생각해 보는 3부작 두 번째 편입니다. 1편은 아래 목차 참조하시구요, 2편은 지난 1월 14일자 글입니다.

라리가 경쟁력 진단 (1) -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독식하는 리그
라리가 경쟁력 진단 (2) - 새로운 중계권 계약은 결국 현상 유지?
라리가 경쟁력 진단 (3) - 장기적인 리그 경쟁력 약화


New TV deal ensures status quo


Sid Lowe
Friday January 14, 2011 2:04PM


Valencia is Spain's third-largest club and has stars such as Juan Mata, but its income is still dwarfed by that of Barca and Real.
David Ramos/Getty Images


이보다 설득력 있는 걸개가 있을까?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의 반응 역시 상징적이다. 지난 일요일 바르셀로나가 데포르티보를 방문했을 때였다. 라 코루냐 서포터들은 정성스레 자신들의 메시지를 준비했다. "우리는 스코틀랜드 리그를 원치 않는다." 허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그들은 자포자기한 듯 했다. 데포르티보가 바르셀로나에게 4-0으로 대패했으나 그 어느 홈팬도 분노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홈팀을 비난하지 않았고, 결과에 실망해서 미리 떠난 빈 자리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팀을 격려하는 박수만 있을 뿐이었다.

팬들의 박수는 데포르티보 팬들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말해준다. 물론 데포르티보 팬들은 최근 부진한 감독과 선수들에 대해 훈련장 앞에서 경질을 요구하기 보다 격려해주는 팬들이긴 하다. 허나 바르셀로나를 상대한다고 하니 가득찬 홈 구장, 그리고 이 박수는 뭔가를 말해준다. - 바르셀로나에게 4-0으로 지는 건 수치가 아니라는 것.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리그 경기는 1부 리그 팀과 하부 리그 팀이 맞붙는 컵대회와 유사하게 변질되었다. 운이 좀 따르면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 1점 정도를 따내) 희망에 부풀 수는 있다. 허나 바르셀로나/레알과 맞붙어 경쟁할 수는 없다. 데포르티보 라코루냐 팬들은 두 팀이 지배하는 리그, 나머지 팀은 우승을 꿈꿀 수도 없는 리그, 설령 두 팀이 약해져도 마찬가지인 리그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허나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스코틀랜드 리그처럼 되긴 싫다고? 이미 많은 이들은 라 리가가 그렇게 되었다고 두려워 하고 있다.


물론 라 리가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보다 훨씬 낫다. 레알이나 바르셀로나가 셀틱이나 레인저스보다 비교불허인 팀이라서가 아니라, 리가 내에는 다른 좋은 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허나 두 팀과 나머지 팀간의 격차는 걱정스럽다. 나머지 팀들에게 경제적인 생존은 헛된 꿈에 불과하며 선두 두 팀과의 경쟁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세비야 회장 몬치의 말이다. "가면 갈수록 스코틀랜드가 연상된다." 사라고사 전임 회장은 스페인 리그를 "전세계에서 가장 침체된 리그"라 말했다. 질문은 이거다. 현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리그 전체와 모든 클럽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그리고 그 중심에 TV 중계권이 있다.

(역주: 실제로 UEFA 자료를 보면 양극화라는 면에 있어서 스페인 라 리가는 스코틀랜드보다 훨씬 심한 편이지요. 일전에 조나단 윌슨도 한 번 언급했던 내용인데, 라 리가 전체 파이는 분데스나 세리에 보다 적은 유럽 네 번째 규모지만, 그 적은 파이를 레알/바르샤 두 팀이 거의 다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결국 재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레알/바르샤의 힘은 라리가 나머지 18개 팀에 돌아갈 부를 둘이서만 쭉쭉 빨아들여 나온 거라 할 수 있지요)

물론 TV중계권이 스페인 내 클럽들 간 격차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허난 1편에서 살펴봤던 대로 현 중계권 제도가 차이를 늘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레알과 바르샤는 리그 내 그 어떤 팀보다도 최소 네 배 이상의 예산 규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TV 중계권은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큰 원인이다. 빅투 바로 아래의 한 클럽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거의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고.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클럽별로 방송사와 협상하는 현재의 제도를 벗어나 리그 전체로 TV 중계권 계약을 맺기 위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최근 스페인 1부 리그 20개 클럽 중 18개 팀이 참가한 단체 중계 계약안이 체결되었다. 새로운 계약은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다. 스페인 리그 사상 처음으로, 강등당하는 팀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등 위로금(parachute payment)을 지불하기로 한 거다. - 2부 리그로 강등당한 팀은 TV 중계권료의 차이가 워낙 커서 (1부 리그에서 한 해 최소 ?12 million은 받던 팀이 기껏해야 ?2 million 받는 수준이다) 1부 리그 수준에 맞춰 주급 등을 지불하던 팀에게는 재정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강등 위로금은 1부 리그에서 강등당한 팀이 재정적인 위기에 빠지는 걸 보호해 줄 거다.

(역주: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평균 £45 million 정도의 중계권료를 받는데 풋볼 리그로 강등당할 경우 평균 £1 million 수준으로 중계권료가 줄어 듭니다. 그래서 강등당한 팀에게는 두 시즌 동안 대략 £6.5 million 정도를 강등 위로금으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지불하지요. EPL에서도 생긴 지 5년 정도 밖에 안된 제도입니다)

허나 새로운 계약은 두 팀의 독점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아니 깨뜨릴 수 없었다. 물론 단체 계약은 관리하기가 쉽고, 어쩌면 리그 전체에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 사실 이 논리가 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중계권 단체 계약을 서포터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다 - 허나 단체 계약이 모든 팀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건 아니다. 단체 협상이 평등 분배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제출된 계약안을 보면 이렇다. 일단 전체 중계권료 중 45%를 리그 16개 팀이 가져간다. 팀별로 할당받을 수 있는 몫은 유료시청자수(Pay Per View), 리그 순위 등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나머지 네 클럽 중 발렌시아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즉 스페인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로 인기있는 두 팀이 11%를 가져 간다. 남은 두 팀, 즉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몫은 35%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불평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거다. 칠면조가 크리스마스를 반긴 모양새다. 스페인의 클럽들이 스스로 망하려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걸까? 아니, 오히려 반대다. 그들은 살기 위해 도장을 찍었다. 비록 성공의 가능성은 날려 버렸지만, 파멸만은 피하려 한 거다. 앞으로 최고의 팀이 될 희망은 버렸지만, 리그 내에서 살아남는 길을 택한 거다. 결국 두 팀의 독식이라는 현 상황의 유지를 택한 거나 마찬가지다. 왜냐고? 다른 팀들은 라 리가 우승을 위한 축구가 아니라, 라 리가 내에서 살아남는 축구를 바랬으니까. 설령 앞으로 영원히 우승을 노릴 수 없을 지라도 말이다.


Translated by Stretford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