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3년 12월 5일 목요일자 조선일보 A34면 오피니언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피터 프로노보스트 교수는 세계적 병원이라는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두 살 아기가 의료사고로 숨지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환자에게 인공 소변줄을 소홀히 달아 한 해 10만명이 요로 감염으로 죽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는 간단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비누로 손을 씻는다. 환자 피부를 소독제로 닦는다. 살균 마스크, 모자, 가운, 장갑을 갖춘다. 소변줄에 살균제를 뿌린다.'
그는 의사가 매뉴얼을 안 지키면 간호사가 제지하게 했다.
한 달 뒤 요로 감염률이 11%에서 제로(0%)로 떨어졌다.
그가 제안한 여러 체크리스트는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세계로 퍼졌다.
그는 의료사고가 결국 현장 의사소통, 팀워크 부재, 권위주의 탓이라고 봤다.
그는 책 '존스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에 고백했다.
"의대에서 현미경을 몇백 시간 들여 다봤어도 한 번 써먹은 적이 없다. 소통과 협업이야말로 날마다 필요한 기술이지만 가르쳐준 수업은 한 시간도 없었다."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상위 25개 의대는 학점 평가 대신 통과(Pass)-낙제(Fail, Non-Pass)만 가리는 절대평가를 한다.
학점(ABCDF), 등수(석차, 상대평가) 경쟁만 하다간 팀 리더십, 의사 윤리 같은 의료인문학 공부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는 학생을 그룹으로 나눠 연구 활동을 벌이게 한다.
법대, 경영대에 교차 등록해 코스를 밟게 하고 인문학과 연계된 석사, 박사 프로그램을 열어뒀다.
1, 2학년(의과대학 의예과(예과))에겐 모험여행, 뮤지컬 창작도 시킨다.
미국 버지니아 의대가 2007년 입학생을 2년 동안 통과(Pass), 낙제(Fail, Non-Pass)로 평가한 뒤 2006년 입학생과 비교했다.
학생들은 시험 성적과 실험(예를 들면 해부학)에서 선배에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더 적고 적극성, 자제력, 활력, 건강은 더 나았다.
나중에 의사시험(의사국가면허시험) 성적도 비슷했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지 않아도 제 알아 공부하고 학교생활을 즐겼다.(상대평가)
연세대 의대(연세대학교 의과대학)가 내년 본과(의학과) 1학년부터 과목별 통과(Pass), 비통과(Fail, Non-Pass) 평가만 하기로 했다.
학습 모임을 꾸리고 인성, 리더십, 봉사에 관한 교내외 활동 기록을 내게 한다.
의료인문학 강의도 늘린다.
의학계 원로 이성낙 가천의대(가천대학교 인천 메디컬 캠퍼스(참고적으로 가천대학교 성남 글로벌 캠퍼스에는 옛날 경원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인 한의과대학 한의학과가 있고 2014학년도 대학교 입시에서 전국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중에서 유일하게 인문계열 교차지원을 불허한다(자연계열만 선발한다.) 명예총장은 명의(名醫)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명의는 모르겠고 누가 친절한 의사인지는 안다"고 대답한다.
"의사는 환자를 존중하고 아픔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학점만 따지는 대학 성적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의사는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이다.
연세대(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평가 개혁이 소통하고 공감할 줄 아는 가슴 따뜻한 의사를 많이 키워내길 기다린다.
<오태진 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