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피자 배달을 하던 청년이 시내버스에 부딪쳐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학교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었는데...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이번 사고는 신호위반을 한 버스 때문이었습니다. 그저께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사거리에서 빨간 불을 무시하고 직진하던 버스가 신호를 받아 좌회전을 하던 오토바이와 들이받았습니다. 피자 배달을 마치고 매장으로 돌아가던 청년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50분 만에 뇌 손상으로 숨졌다고 합니다. 대학 등록금을 모으려고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는데 대학 입학도 하기 전에 목숨을 잃은 겁니다.
신호위반을 했던 버스가 원망스럽습니다. 이틀 전에 위험한 버스 운행에 관한 내용을 포스팅했었는데요. 정말 이번 기회에 버스 기사의 난폭 운전이 이어지는 이유를 파악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버스 운전기사들의 신호를 무시한 난폭 운전이 배차간격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휴식시간 부족 때문인지 밝혀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13일 오후 오토바이와 충돌한 버스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직전 신호위반 모습. 출처 : SBS뉴스 캡쳐.
물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은 버스만이 아닙니다. 배달 아르바이트들을 옥죄는 '빨리 빨리' 배달 문화도 돌아봐야 합니다.
여기서 제 경험을 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실제로 배달 오토바이 관련 사고를 3년여 전에 직접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제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길가에 잠깐 차를 세워 인도에 친구를 내려주려는데 갑자기 '부릉 부릉~'하는 굉음이 들려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쾅~~'
너무 놀라서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친구가 타고 있던 조수석 차문과 도로 턱 사이에 배달용 오토바이 한 대가 끼어 있었습니다. 언뜻 보니 치킨집 오토바이더군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선가 오토바이가 날아왔으니 놀랐을 수밖에 없었죠.
청년유니온·노동환경건강연구소·서비스연맹은 2월 8일 오전 11시 도미노피자 본사 앞에서 피자업체 '30분 배달제' 폐지 요구 공개서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인도에 한 청년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는 승용차가 있었고, 운전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황급히 제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가만히 있는데 쓰러져 있던 청년이 천천히 일어나더군요. 때마침 도착한 아저씨는 청년에게 다가와 '괜찮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도 청년에게 다가가 몸 상태를 물었습니다. 청년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더군요.
"몸 괜찮아요? 어떻게 된 일이죠? 보세요~ 오토바이가 제 차에 끼었었요. 사고 난 건가요?"
"아니, 이 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내 차와 충돌했는데 오토바이가 멈추지 않았나봐요. 학생은 붕 떴다가 떨어졌는데 정말 괜찮은지 모르겠네."
당황한 목소리로 아저씨는 사건을 설명했습니다. 알고 보니 아저씨가 길가에 있는 병원 주차장에서 나와 인도를 벗어나 도로로 진입하는 도중 인도 위를 달리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와 충돌한 것이었습니다. 오토바이와 승용차, 둘 다 서로를 너무 늦게 발견한 거죠. 오토바이는 승용차 앞부분에 그대로 부딪쳤고 그 충돌로 청년은 몇 미터나 날아 인도 위로 떨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오토바이는 그대로 도로쪽으로 방향이 틀어져 달리다가 제 차와 인도 사이 틈에 끼어버렸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배달이 밀려서... 빨리 가려다가 차가 나오는 걸 못 봤어요... 죄송합니다..."
몸이 괜찮을 리가 없는데 청년은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창백하진 얼굴을 한 채 허리를 붙잡고 서 있었습니다.
거리에 서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 출처 : 오마이뉴스
얼마나 배달리 밀렸길래, 얼마나 빨리 가야했길래 앞에 나오는 승용차도 못 볼 만큼 질주했을까. 궁금했지만, 하나 하나 캐물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청년이 오토바이를 제 차 옆에서 빼내는 것을 본 뒤 제 연락처만 주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승용차 운전자 아저씨가 자신의 보험으로 오토바이 수리비와 그 청년 병원비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푹 들어간 제 차 조수석도 아저씨가 펴줬습니다. 다행히 청년은 크게 다친 곳이 없어서 검사만 하고 다시 가게로 돌아갔다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섬뜩했던 순간이네요. 제 친구가 조금만 빨리 차에서 내렸다면 오토바이와 정면 충돌했을 것이고, 그 청년도 운이 나빴으면 큰 부상을 당했을 수도 있는 사고였습니다. 아무리 배달이 급하고 바빠도 인도를 그렇게 쌩쌩 달리는 건 안 되는 일이었죠.
이번에 숨진 예비 대학생이 일을 하던 피자 체인점은 속도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 청년이 친구들은 '가게의 주문이 밀려 있어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은 전했습니다. '배달'이라는 것 자체가 속도 경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 오토바이는 언제나 빨리 달려야 하죠. 그러다가 차가 막히지 않는 인도 위로도 달리고, 도로 위에서도 과속을 하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오토바이 배달을 의미하는 안전모와 면마스크를 쓰고 12월 21일 사망한 배달노동자 최씨를 추모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배달을 시켜 먹는 입장에서, 또한 배달을 최대한 많이 해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음식점 입장에서 '빨리 빨리'는 배달의 존재 이유겠죠. 하지만, 그런 배달 문화 때문에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배달용 오토바이의 안전 운행, 배달원들에 대한 철저한 안전 교육이 절실합니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빨리 빨리 배달'보다 '안전한 배달'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 배달원에 대한 안전 교육을 확실하게 시키는 회사의 피자를 더 많이 산다면 결국에는 피자 회사가 배달원의 안전에 대해 더 신경쓸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하는 버스의 근절과 배달 오토바이의 안전교육, 소비자 인식 변화 등이 함께 이루어질 때 제2, 제3의 사고는 사라질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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