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77)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11)
~ 영덕 불루로드에 들어서다(화진해변 – 영덕해맞이공원 33.1km)
5월 19일(목),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살피니 둥근 해가 수평선에서 막 떠오르고 있다. 환상의 일출을 연속으로 볼 수 있어 기쁘다. 숙소 앞 팔각정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8시에 해안 길 따라 영덕으로 향하였다. 얼마 가지 않아 곧 영덕군계에 이른다. 초입부터 영덕이 자랑하는 불루로드 표지가 선명하게 눈에 띤다.
30여분 걸으니 장사해수욕장에 이르고 이어서 원척, 구계 항으로 이어지는 어촌에서는 미역을 갈무리하는 손길들이 바쁘다. 높은 언덕길을 돌아 살펴보는 삼사해상공원의 풍광이 아름답고. 이어서 영덕대게로 유명한 강구 항에 접어든다. 음식점이 즐비한 곳의 흥해식당에서 가자미탕으로 점심을 들고 12시 반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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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에 들어서는 일행, 다리 위의 대게 표지가 크다
몇 걸음 지나니 산길로 접어든다. 고불봉으로 가는 생태문화탐방로, 초입부터 가파른 고갯길이라 숨이 차고 다리가 풀린다. 친절한 여성대원이 뒤에서 밀어주니 한결 수월하다. 본인도 힘들 텐 데 가파른 오르막마다 힘을 보태 고맙다. 강구항에서 고불봉(高不峰)까지 7.5km, 고불봉의 높이는 235미터로 그리 높지 않으나 여러 차례 오르내리는 산길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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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봉에 오르다가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
몇 차례 쉬어가며 고불봉에 오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지원 팀에서 그곳까지 바나나를 가져왔다. 간식을 든 후 김지수 대원이 고불봉 정상에 새긴 율곡의 시에 관하여 설명한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겪은 인조에게 밉보인 윤선도가 영덕에 8개월간 유배당하였는데 그때 고불봉에 올라 지은 시라고. 한자로도 적혀 있는 시를 중국인 왕펑 씨가 읊조리게 하는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명단심 씨가 낭송한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불이란 봉우리 이름이 이상하다 하지만 여러 봉우리 중 최고로 뛰어난 봉우리이네. 어디에 쓰이려고 구름 달 사이로 높이 솟았나, 때가 되면 홀로 하늘 받들 기둥이 될 것이네’
고불봉에서 풍력발전단지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잘 닦여져 있다. 10여분 걸려 큰 길에 내려와 지원차량에서 물과 과자 등을 보급 받고 다시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생태탐방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한 번 산행도 힘든데 두 번째 오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다행인 것은 초입의 가파른 오르막 지나서는 넓고 완만한 길로 이어져 고불봉 오르기보다 수월한 편, 그 길도 두 시간 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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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탐방로에서 바라본 풍력발전기
생태탐방로 따라 영덕해맞이공원에 이르니 6시가 지났다. 걸은 거리는 33.1km, 오후 내내 산길을 오르내려 40km만큼 걸은 셈이다. 영덕군청에서 저녁을 대접하기로 하였는데 약속시간(저녁 7시)에 식당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할 판, 숙소(파라다이스모텔)에 여장을 풀기 바쁘게 버스에 올라 점심을 들었던 강구항으로 향하였다.
약소장소(탐라식당)에 이르니 영덕군청 차상두 문화관광과장이 일행을 맞는다. 21일에 영덕 걷기축제를 비롯하여 여러 행사가 겹쳐 있는 기간, 바쁜 시간을 쪼개 이음단원까지 챙겨주는 호의가 고맙다. 메뉴는 물가자미 회와 문어, 소라, 대구탕 등 푸짐하다. 지인들에게 영덕에 들어섰다는 사진을 보내니 영덕 대게 먹느냐고 묻는 이가 많다. 값이 만만치 않아 언감생심이라는 답을 보냈다.
전국이 30도 넘는 5월 더위에 자외선 지수도 높은 날, 땀 많이 흘리며 좋은 길 걷고 영양보충도 잘 하였으니 푹 쉬고 내일 또 열심히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