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심층을 알아야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래야만 종교도 바로 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여기에 가장 어둡고 깊은 전쟁과 죽음의 골짜기를 조명한다. 어떤 한국인 학자는 6 25 사변을 ‘한반도의 분쟁’ 즉 좌익과 우익의 내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 하였으나, 그렇지 않다. 6 25의 비극은 북한이 적화통일을 노린 침략전쟁이었다. 비극의 씨를 그들이 심었던 것이다. 이하에 필자는 宋榮善 지음 <다부동 55일>에 있는 8월 12-15일 전투일지를 초록하여 비극의 장면을 되살리고 생각을 해본다.
12일.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1사단 소속 부대들 후퇴 일로! 휴식도 보급도 없는 후퇴 행군. 임시 진지 구축, 고지 탈환 등 방어선 구축을 시도.... “연대 순찰 헌병대다!” 하는 외침에 국군 소위가 호 밖으로 나서자 사격을 해와 아군 2명 전사, 교전 결과 적은 4명의 시체를 남기고 도주했는데 “살펴보니 적 사체 중 아군 헌병 복장으로 위장한 2명이 있었다(게릴라 전술).”
13일. 328고지 공방전. “... 접근전으로 1개 소대의 적을 섬멸하고 보니....기총 8정을 몇 m 간격으로 배치하고 기총 1정에 2명씩을 칡넝쿨로 목을 감아, 기총에 매여 달아나지 못한 채 모두 죽어 있었다.” ... “밤새 비가 내려... 적의 포탄으로 달았던 암석의 열기가 빗물에 식었다.... 한 동안 포격이 그치고 동료의 사체와 부상자 처리에 바빴다. 땀과 빗물과 흙탕으로 범벅이 된 장병들....”... “난투전이다. 총소리, 수류탄 폭발음이 숙져지면 서로 구분도 할 수 없는 아비규환... 외침, 고함, 욕지거리 속 비명과 울음소리가 퍼져갔다.” “접촉되거나 서로 얽힌 인간들은 신속하게 피아를 판단해 생사를 갈라야 했다. 온 신경은 공포로... 심신은 소란함 속에서도 송곳 끝처럼 집중되었다. 적은 우리의 철모나 기른 머리를 확인하고자 더듬거렸다... 육감이 곤두선 처절한 난투전은 작은 우리 속의 투계(鬪鷄)나 투구(鬪狗) 같았다. 적은 술 냄새를 풍겼다.” “필사로 싸우건만... 경험 없는 신병과 학도병 등으로는 계속 몰려오는 적 앞에 더 이상 버티기가 힘겨웠다.” “밤의 백병전은 인간 자존심을 밑바닥 치부에까지 떨어뜨려서, 오직 살자고 아우성치는 야수들의 울부짖음 속의 살상(殺傷)이었다.” “백병전을 치르고 나면 그 용감하던 전사도 패기가 스러지고, 행동, 태도, 눈빛이 변했다. 적극적이던 그들이 그만 소극적, 몸을 사리는 태도였다. 겁을 먹은 상태다.” “신참자 중에는 공포증환자가 생겨났다. 부상당해 후송되기를 동경했다. ... 그러다가 몇 번의 전투를 거치면서 차차... 전쟁에 익숙해져 전투를 일삼는 강인한 고참병이 되어간다.”
14일. 328고지 공방전. “328고지 주변은 결전장이 되어 피아의 사체들이 널려 있었다.” “적의 포탄이 가까이서 폭발하면 몇 백 개 북을 정신없이 치는 것 같은 소리에 흙이 덮어씌워왔다. 무쇠 파편, 암석 파편들이 마구 날라 부상병이 속출했다... 학도병이 포탄에 희생되었다. 옆에는 더 앳된 학도병이 죽어... 학생복 차림의 사상자들... 그 위에 비가 내려 헤어진 학생복이 흙탕물과 핏물에 젖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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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명 미만의 일대가 328고지 사면을 빠른 속도로 공격해 올라가고 있었다... 328고지에 이어 260고지까지 탈환해버렸다... 사단장이 ‘저 새로운 부대는 어느 부대인가?’ 하고 최영희 연대장에게 물었다. ‘...대구 등지에서 지원자와 낙오병을 모은 연대 독단의 특공예비대였습니다. 보고가 늦어 대단히 (죄송)...’” 날씨가 개이자 미 공군의 오폭으로 국군이 피해.
15일. 사단사령부(동명국민학교). “대구 인구가 피난민이 합하여 70만이 되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부동을 지켜야, 그래야 대구를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충원되어 오는 보충병은 2-3일간의 훈련도 못 받은 민간인들이다.” “다부동 방위가 낭패로 몰려 붕괴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단장은 “대구 미 8군 사령부에 그리고 하양에 있는 국군 제 2군단 사령부에 장교들을 급파하여 증원 지원을 요청할 것”을 명했다. 동명초등학교 사령부에 대구에서 행군하여 도착한 신병들은 “전방의 포성을 듣고 실려 오는 부상자들을 보면서 전쟁터를 실감하고 금새 얼굴이 굳어진다.” “가두에서 잡혀왔다. 가족들도 모른다.” 지원병도 있고, 의무적으로 입대한 자도 있고, 강제 징집당해 온 자들의 혼성부대다. “...소금물에 적신 주먹밥에 된장을 찍어...식사를 하고 장교의 훈시를 듣고 전방으로 행군해가는 장병들.”
15일. 328고지 공방전. “밤새 비를 맞고...적의 포탄과 공격에 시달려 지치고 수면부족... 다발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와 방어진은 무너지고 후퇴... 날이 밝자 미 공군이 328고지 일대를 맹폭... 우리 측 역습으로 적은 쉽게 격퇴... 정상과 부근에는 타고 찢어진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파리 떼가 모여들었다... 적의 시체들을 끌어다 겹겹이 쌓아 방벽을 높이고 흙과 잔돌을 긁어보아 덮었다... 고참들은 경계병들에게 맡기고 아무 데나 기대어 잠을 잔다. 악취 속에서, 산자와 죽은 자의 구분이 없는 귀신같은 몰골들... ” “2,3일 경과된 시체는 부어오르고 버러지가 끓었다.” “신병과 보충병들이 왔고 노무대가 주먹밥을 쥐어주고 간다. 파리 떼가 밥에 달려 붙는다. 밥을 쥔 채 사체의 방벽에 기대어 앉아... 탄환과 수류탄 상자가 일정량 배정된다... 진지 구축, 밤에 대비한다. 틈이 나면 휴식...” “중대장의 지시... 칡넝쿨을 서로 연결해 수시로 당기며 동료를 확인... 어두워지자 모기떼가...”
15일 계속. 밤 11시경. “적은 ‘쏘지 마라. 우리는 연대 특공대다’ 했으나 적이 확실하자 우리는 M1을 겨누어 역속 발사... 이를 신호로 적은 돌연 50 m 전방에서 수류탄을 던져 섬광이 여기 저기...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다발총도... ‘엇’ 하는 병사의 비명, 일순간에 수라장...흙먼지, 탄환, 파편이... 바로 옆에서 사격하던 병사가 신음하며 뒹군다. 피가 튀어왔다... 적은 ‘만세’ 외치며, 남한 출신 ‘의용군’을 앞세우고 뒤에서 독전(督戰)하는 이북 사투리의 고함소리, 위협 소리, 욕지거리... 총칼이 부딪치고 고함, 비명... 적은 속속 돌입해 올라왔다. 혼란에 뒤엉켜 서로 상대를 확인하려 한다. 피아 뒤범벅이 되어 난투... 공방전에서 피아의 사상비율은 1:4, 생명을 초개 같이 던지고 싸운다... 살아남은 자들끼리 ‘무사했구나’ 하고 확인... 동물들의 싸움... 물고 뜯고 생사를 건다... 살아남았다 알면 그때의 두려움... 살아 돌아갈 것을 생각한다.... 바스락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순간 겁쟁이가 되고 용감해지기도 한다...” 결국은 328고지를 포기하고 후퇴했다.
15일의 전투일기는 계속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만 옮겨 쓰기를 그치려 한다. 한 달 후 9월 15일에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다. 그러나 그 후에도 다부동-가산산성 일대의 공방전은 열흘간이나 계속되었다. 대구를 뺏자고, 대구를 지키자고 백병전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나는 한번 실감을 해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언제 우리 한번 다부동 전적비를 같이 탐방해야겠다. 전에는 나 혼자 여러 번 그곳을 탐방했으나 실감 없이 지나쳤다. 나이 칠십을 훨씬 넘어 이제 철이 드는지? 번영하며 편히들 사는 배경이 이렇게 피에 얼룩져 있었음을 모르고 지나왔네! 그래서는 이 세상의 진상을 알 수가 없는데!
세계역사의 결정적인 장면은 무력으로 판가름 났었다. 싸움이 만물의 어머니다 하는 말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 무력의 싸움이 펼치는 것이야말로 악의 장면이다. 필자는 惡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여, 악은 ‘피아(彼我)의 선택적 생존(生存) 구조’라 생각한다.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죽여야 하는 것, ‘나’와 ‘너’ 중 하나만 살아남게 되는 관계가 악이다.
악이 가장 적나라(赤裸裸)하게 발동하는 경우가 바로 전쟁이요 전쟁터이다. 전쟁만이 아니라 경쟁도 그러하다. 내가 이기면 네가 지고 네가 이기면 내가 진다. 그래서 경제전쟁도 전쟁이라 한다. 이처럼 악은 삶에 있어서 본질적이다. 지금까지의 철학에서는 악을 본질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다. 나는 악을 본질적인 것이라 보는 혁명적인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생명에는 이런 심각한 부정(否定) 요소가 처음부터 있기 때문에 선(善)이 요청(要請)된다는 것이 나의 발견이다. 싸우도록 경쟁하도록 되어 있는 인간 세상이기에 선이 필요하고 평화가 요청된다. 그러므로 평화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악의 정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
평화와 선은 본래부터 몹시 요청되는 것이다. 선은 필연이다. 반드시 이룩해야 하는 인류의 필연적 사명이다. 죽을 힘을 다해 평화를 만들어내야 하도록 인류는 태어났다. 세계평화는 세계 사명이다. 역사의 목적이며 역사의 완성인 것이다. 남북통일도 이 범위 안에 있다. 평화적 남북통일은 한국역사의 목표이며 우리의 사명이다. 우리 역사의 목적이다.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역사철학이다.
노이로제란 무엇인가?
강 병 조
노이로제(neurosis)란 말은 독일어인데, 우리말로 하면 신경증(神經症)이다. 우리 말 신경증보다 독일 말 노이로제가 더 실감나고 머리에 와 닫는다.
이 진단명은 최근 정신과 진단 분류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다. 왜냐 하면 뇌과학적 정신의학이 발달되기 이전인, 프로이트식 역동정신의학이 주류를 이루던 1980년 이전 시기에 사용하던 진단명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정상-성격장애-노이로제-경계선 상태-정신병의 순으로 병이 진행한다고 생각하였다. 불안이 정상 범위를 넘으면 성격장애로 그리고 더 심해지면 노이로제가 되고, 경계선 상태를 거쳐서 정신병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성격장애, 노이로제, 정신병 등은 일직선상에 있지 않고 그 출발점이 다르며 뇌의 회로 및 뇌호르몬의 이상이 다르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이 말하는 소위 "노이로제"는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를 두루 뭉실 합쳐서 이야기 할 때 사용한다. 아직도 일반인들은 이 개념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 용어로 설명하여 보겠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창립하신 이동식 선생님으로부터 정신치료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이동식 선생님께서는 역동정신치료(dynamic psychotherapy), 도(道) 정신치료의 대가답게 노이로제를 비유적으로 잘 표현해 주셨다. 여기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옮겨 보겠다.
1. 노이로제란 2층에 올라갈 때 1층에서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막 바로 껑충 뛰어 2층으로 올라가려는 사람이다.
2. 노이로제란 교실 뒤편에서 앞으로 갈 때, 책상 사이의 통로를 통해서 앞으로 가려고 하지 않고, 책상 위로 달리다가 넘어지는 사람이다.
3. 노이로제란 노력은 하지 않고 성공하기만 바라는 사람이다.
4. 노이로제란 사랑받을 짓은 하지 않고 사랑해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이다.
5. 노이로제란 사랑을 입에 넣어주면 삼키지 않고 밭아내는 사람이다.
40년 세월 동안 노이로제 환자를 진료한 필자가 오늘 필자 나름대로 노이로제를 비유하여 설명하여 보겠다.
1. 노이로제란 자기보다 잘 된 사람하고만 자기를 비교하는 사람이다.
2. 노이로제란 벽에 붙인 타일 100개중 하나만 잘못 붙었어도, 100개 모두를 다 뜯어내어 다시 붙이는 사람이다.
3. 노이로제는 중요하지 않는 사소한 일에만 집착하고, 중요한 일은 놓치는 사람이다.
4. 노이로제는 시험 준비한다고 방 청소하고, 책상 정리 하고는 공부는 하지 않고 잠자는 사람이다.
5. 노이로제란 아름다운 미인을 만나기를 꿈꾸나 막상 그런 미인이 나타나면 도망가는 사람이다.
6. 노이로제는 무지개를 쫒는 사람이다.
7. 노이로제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과거에만 집착하는 사람이다.
8. 노이로제란 술을 과하게 마시면서도 인명이 재천이라며 위로하는 사람이다.
9. 노이로제란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않는 사람이다.
10. 노이로제란 부모가 좌측으로 가라면 우측으로 가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다.
11. 노이로제란 천둥만 쳐도 하늘이 무너질까봐 도망가는 사람이다.
12. 노이로제란 목이 말라도 샘을 파지 않고 남에게 물을 구걸하는 사람이다.
이상 비유들에서의 공통점은 모두 욕심이 많고, 현실을 모르고, 현실에 충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 늙어가고 죽어가고 있는 자기의 실체는 보지 않고, 어렸을 때의 꿈(욕심)만 쫒고, 현실에는 만족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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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지 시 항 : 2009년 7월 모임
3木 모임 -- 2009년 7월 16일 (목) 7 시
장소: 경북대학교병원 606병동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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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파일: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