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덕 3수필집 『꽃이 피니 사람꽃도 피더라』
고영덕 수필가는 등단 후 수필집을 매년 1권씩 발간한 분입니다. 1수필집 『구름이 아름답게 보이던 날』, 2수필집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에 이어 3수필집 『꽃이 피니 사람꽃도 피더라』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합니다. 2023년에 세종시 문화재단에서 공모한 우수작품 지원사업에 수필집 발간 사업이 선정되어 발간한 수필집입니다. 2023년 현재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 운영이사, 한밭수필가협회 부회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습니다.
= 서평(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가려뽑았음)
#1 고영덕 수필가의 ‘수필관’은 피천득 선생의 수필 정의에서 언급한 바, 수필이 지향해야 할 ‘방향(芳香, 꽃다운 향내)’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수필의 향기는 특별한 주제에서, 제재의 독자성에서, 구성의 묘미에서, 치밀하고 오롯한 표현에서 정서적 충격을 수용하게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내면이 66편의 수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꽃이 들어온 후, 집은 색이 입혀지고 아름다움을 배우며 향기 그윽하다. 꽃은 말하지 않아도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사람도 말하지 않으면서 본을 보이면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된다. 꽃처럼 향기로운 인품을 풍겨야 한다. 나도 아내도 꽃을 닮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보듬을 줄 알고, 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운 웃음꽃, 기쁨꽃, 사람꽃이 피어나길 희망해 본다.
― 「꽃이 피니 사람꽃도 피더라」 일부
인용한 글은 수필집의 제목으로 선택한 작품의 결(結) 단계 마지막 정리 부분입니다. <꽃이 들어온 후, 집은 색이 입혀지고 아름다움을 배우며 향기 그윽하다.>는 깨달음을 통하여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운 웃음꽃, 기쁨꽃, 사람꽃이 피어나길 희망>하는 내면화를 이룹니다.
#2 – 고영덕 수필가의 수필 「오늘도 침묵하시는 부처님」의 기(起)는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찾게 된 과정, 그리고 다음 단락에서 부석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됩니다. ①<봉황산 자락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 해동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화엄종 사찰이다.> ②<무량수전 내부 법당이 다른 불당과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른 절의 불당은 대부분 불상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무량수전 불상은 건물의 왼쪽(서쪽) 끝에서 오른쪽, 즉 동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대상에 대한 소개를 인용하였는데, ①은 사실의 서술이고,②는 수필가의 식견과 그에 따른 방증(傍證)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과 식견이 조화를 이루어,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 쉬운 기행문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나와 아내도 무량대복 소원을 빌었다. 법당 안에 오래 머물며 좋은 기운을 흠뻑 받고 갈 요량으로 절 방석을 가져다 부처님이 잘 보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장소에 놓고 앉았다./ 부처님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눈과 내가 올려다보는 눈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신기한 얼짱 각도다. 근엄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고 계신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소원을 들어주시길’ 마음속으로 간청하여도 부처님은 표정 변화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침묵으로 일관하신다. 마치 “마당질 뒤의 쌀자루”와 같다.
― 「오늘도 침묵하시는 부처님」 일부
이 부분은 기행문 서(舒)를 이루는 여러 에피소드 중의 일부입니다. 이 글의 제목을 도출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부처님께 <부처님 제발 제 소원을 들으셨다면 말씀 좀 해보세요. 왜 듣기만 하고 침묵하고 계십니까?>라고 애걸복걸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3 - 고영덕 수필가 역시 <자연과 인간의 단층을 심판하면서 사색하고 비판하여 자기의 독자적인 철학>을 사람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작품을 여러 편 창작한 바 있습니다. 수필 「멈추어 버린 사진 속의 모습」 기(起) 단계에서 <우리 인간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타인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면 노화된 모습을 비추어 주는 것을 꺼리게 되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모습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전제하면서, 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드는 노년을 분석합니다.
사진 속의 나를 마음속으로 가두어 놓고 있었다. 현재 모습과 마음속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만, 이 틈새가 좁아질수록 내적인 삶에 충실한 삶이 아닐까 한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을 대표하는 사진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되지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사진은 바뀌는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바뀌지 않는다. 노화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멈추어 버린 사진 속의 모습」 일부
이 부분은 서(舒) 단계의 부분입니다. 이 글에서 작가는 한 장의 사진에 그 사람의 정서 취향 성격 습관 여유 자기관리 생활방식 콤플렉스 등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주장합니다. 젊은 시절은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고, 지금도 세월은 새롭게 열리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누구에게나 ‘가장 아름답고 귀한 시간’이라 합니다. 오늘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늙음을 감추려 하지 말자고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