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일 나무날
날씨: 맑다!
겪은 일: 일어나기, 씻기, 학교 가기, 5분수학 내기, 개똥산에 올라 쑥 뜯기, 맛있는 수학, 택견, 점심 먹기, 청소하기, 4학년 장구, 5학년 영어와 장기, 마침회
제목: 한쌤 아들이야?
내일은 봄음식 만들기 공부가 있는 날이다. 모둠마다 내일 필요한 쑥을 뜯는데 모자란 듯 하여 아침열기 시간에 쑥을 뜯으러 간다. 어린이들이 뜯는 것과 선생들이 뜯는 것은 차이가 있는데 어제보단 오늘 더 선생들이 뜯는 것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조금 더 다듬어야 할 것 같다. 쑥을 뜯는데 날이 너무 좋다. 줄곧 미세먼지 때문에 어린이들과 바깥구경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내가 학생이였다면 이런 날 수업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선생님에게 간곡하게 수업을 바꾸자며 말했거나 수업을 빼먹고 놀러 나갔을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가진 선생이라 그런가 이런날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건 어린이들에게도 내게도 (응?) 잘못된 일이라. 지난 불날 분수 공부를 마무리했지만 맛있는 수학으로 시작한 분수 공부이니 맛있는 수학으로 마치는 수업으로 숲속놀이터에서 김치부침개를 만들어 먹으며 등분, 대분수, 진분수 뜻을 정리하기로 한다. 날이 좋으면 틈 날 때마다 바깥에서 수업을 하려 하는데 오늘이 딱 그날이다. 이런날은 어디 널찍한 곳에 맛있는 거 싸들고 실컷 놀아야하는데. 오랜만에 바깥에서 수업이니 넉넉히 쉬는시간을 주고 선생은 김치부침개 채비를 한다. 선생은 뒤집개로 뒤집는 것 보다 지짐판을 휘리릭 돌려 하는 것이 더 편한데 어린이들은 이걸두고 허세라고 한다. 아- 물론 누리샘 어린이들 빼고.
열 두 어린이 가운데 세 어린이는 먹지 않으니 아홉 어린이가 김치부침개를 먹는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준 김치부침개는 세 장. 어떻게 똑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지 어린이들이 토론하고 먹도록 한다. 한 장을 아홉 개로 나누자는 어린이, 세 장이니 한 장을 세 개로 나눠서 먹자는 어린이. 그냥 얼른 먹자는 어린이까지. 기름에 튀긴 신발도 맛있다고 하는데 먹음직스런 김치와 기름이 만나 노릇하게 구워졌으니 얼마나 일찍 먹고 싶을까. 그래도 공부이니 참고 뜻을 정해 먹기로 한다. 내가 구웠는데 정작 나는 한 입도 먹지 못했다. 남은 반죽을 부쳐 한 입 먹어볼까 했는데 6학년 여자어린이 셋이 쪼르르 달려온다. 이 어린이들 (이젠 어린이라고 하기에 몸도 마음도 커서 어색할 때가 있다.)은 늘 따라다니며 놀리고 때리며 장난치는 (이 어린이들의 애정표현이라 여긴다) 어린이들인데 오늘이 만우절이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한쌤. 김치전 진짜 맛있겠네요?” “야. 만우절이잖아. 그런거 하지 말자니까.” “한쌤 진짜 맛있어 보이니까 저희 안 줄 거죠?” “응? 아니? 너네 많~이 줄건데. 절대절대 꼭꼭 줄건데~”크크크. 농담 따먹기를 한다.
낮에는 장구를 치고 5학년 영어 수업을 이끈다. 지난 시간부터 핵맨 놀이를 시작했는데 오늘도 할 요량이다. 가만히 떠올려보니 별빛샘에서 햇살을 맞으며 수업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별빛샘에서 수업을 이끌 참이다. 마침 누리샘이 만든 장기가 있어서 몇 판 두며 수다도 떨고. 숙제는 얼마나 해왔는지 살펴보고. 저마다 아는 낱말도 말해보며 영어가 입에 자연스레 붙도록 한다.
오늘 아침 채아가 선생방을 찾아왔다. 선생이 재미난 놀림감인 채아는 이런저런 장난을 치다 선생 자리 위에 붙은 사진(2018년 단오잔치 때 천하장사를 하고 현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궁금한 게 생긴 모양이다. “한쌤 아들이야?” “응? 아니아니. 저 형님은 채아가 학교 들어오기 앞서 학교를 옮긴 지현우라는 어린이야.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서 다른 학교로 슝 갔어” “한쌤 아들같아.” “하하하하. 난 결혼을 안 했어. 아직 자식이 없어!” “그래? 결혼한 줄 알았는데” 떠올려보니 지난 번에도 똑같은 질문을 했고 똑같이 대답해줬던 것 같은데. 그러게. 꿈을 찾아 떠난 우리 현우가 보고싶어졌다. 채아가 해줬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소리내어 웃을 것 같은 우리 현우의 목소리가 귀에 남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찡 했다. 현우는 이야기 듣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어떤 이야기건 선생에게 이야기를 늘 찾아다니곤 했다. 또 현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아했다. 현우랑 나눴던 재미난 이야기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 지어졌다.
첫댓글 찡합니다...현우 보고 싶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