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영화 ‘나비두더지’를 보고...
간호학과
4803912 임현정
영화 ‘나비두더지’는 제목부터 무언가 심오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비두더지라는 말은 없을 테고 나비와 두더지는 과연 무슨 관계인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영화관을 찾아갔다. 처음 접해 본 독립영화관 동성아트홀! 건물을 찾는데 많은 고생을 하다가 친구에게 물어물어 들어간 그 곳은 관이 하나뿐이었고 시설 또한 너무 미비했다. 물론 그곳은 그곳 나름의 매력은 있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역시나 푸대접 받고 있는 우리나라 독립영화관의 현실이 너무 와 닿았다.
아무튼 영화가 시작되고 잠이 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조금 얘기해 보자면 영화는 젊은 남자가 등장해 지하철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영화의 주인공은 지하철 기관사들로 이들은 본의 아니게 지하철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마가 되어버리며 일상적으로 죽음을 접하게 되어 결국 이들에게 지하철은 단순한 직장을 넘어 고된 노동의 현장이며 고통의 공간으로 표현된다. 주인공의 동생은 빚을 많이 지고 행방불명된 상태이고 날마다 찾아오는 빚쟁이들 때문에 결국 주인공의 아내마저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갖가지 이유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 죽어나간다. 이렇게 절망적인 현실에서 설상가상으로 검찰은 동생과 아내가 사라진 것을 주인공의 소행인 것으로 몰아가려 한다. 결국 영화는 어떠한 확고한 답을 내려주지 않고 우리에게 맡기며 끝을 맺는다.
‘나비두더지’는 예상했던 대로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심오한 영화였다. 그 짧은 시간에 한 영화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잠이 오는 영화 혹은 재미없는 영화였던 것은 아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고 인기 있는 영화배우 못지않은 배우들의 연기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또한 영화는 요즘 우리네 삶을 잘 반영해주고 있어 남일 같지 않음을 느꼈다. 예를 들어 동생의 빚으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얘기나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직업을 끝까지 버티고 있는 기관사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지하철 운행을 하다 쉬는 시간에는 바둑이나 두며 시간을 보내는 기관사들의 모습은 우리의 삶이 무료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또한 지하철 기관사들을 무시 하는듯한 검사의 말투에서는 노동자들이 천대받고 있는 삶의 부조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지하철 기관사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달려오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접해도 죽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기관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들의 아픔에 대해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영화를 계기로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직업인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주인공이 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첫 번째 대화에서 주인공이 딸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 딸은 “Sacrifice(희생)” 이라는 영화 제목을 얘기하며 삶속에서 희망 혹은 기적을 믿는 모습을 내비쳤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갈 때 쯤 주인공이 딸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딸은 “돈”이라는 대답을 했다. 물론 나중에 농담이었다는 말은 했지만 결국엔 딸마저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무의식중에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을 인정해 버리는 것만 같았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물으며 스스로 해답을 내도록 하고 있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어두운 터널처럼 아득한 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정말이지 희망이나 기적은 찾아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이쯤에서 처음에 떠올렸던 의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감독은 왜 이 영화의 제목을 ‘나비두더지’라고 지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나비와 두더지... 어둡고 긴 터널 속에서 운행을 하는 지하철 기관사의 모습,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두더지라 표현하고 이 두더지가 현실에서 벗어나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나비처럼 삶을 살아가고파 하는 희망을 찾고 싶다는 표현을 한 것은 아닐까? 감독의 확실한 의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짧은 내 소견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내가 이제껏 봐왔던 다른 어떤 영화보다 와 닿는 무언가가 있었다. 단순히 상업영화를 보고 난 후의 씁쓸함과는 다른 무언가가...... 이제는 정말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이 느낌을 같이 맛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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