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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하신년 - 지리산
반야봉에서 남쪽 조망, 지리 남부능선 너머는 주산
속세의 생활 삼십 년 동안에 塵埃三十年
한갓 산 이름만 실컷 들었더니 徒自飽山名
오늘날 진양의 길목에서 今日晉陽路
멀리 끝없는 푸르름을 바라보네 遙看未了靑
저 반야봉과 천왕봉은 般若與天王
하늘과의 거리가 한 자도 안 되고 去天尺不盈
여러 봉우리는 다 아손이지만 諸峯盡兒孫
또한 각기 험준함을 겨루는구나 亦各鬪崢嶸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6
――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 1431~1492), 「말 위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다(馬上望
智異山)」에서
▶ 산행일시 : 2020년 1월 4일(토), 맑음
▶ 산행인원 : 20명(자연, 모닥불, 중산, 악수, 대간거사, 화은, 일보 한계령, 소백, 더산,
캐이, 산정무한, 수담, 옥지갑, 사계, 상고대, 새들, 해피, 승연, 무불, 메아리)
▶ 산행코스 : 반선→982.5m봉, 1,319.0m봉, 1,258.4m봉, 망바위봉(1,378.8m),
투구봉(1,451.5m), 중봉(1,731.8m), 반야봉(1,732.1m), 삼도봉(날라리봉,
1,501.0m), 불무장등(1,441.1m), 1,022.7m봉, 통꼭지봉(△908.8m),
당재 → 연곡분교 앞(평도)
▶ 산행거리 : GPS 도상거리 18.4km
▶ 산행시간 : 12시간 3분
▶ 교 통 편 : 대형버스(45인승) 대절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를 따랐음)
00 : 02 – 동서울터미널 출발
02 : 00 – 대전통영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
03 : 35 ~ 03 : 42 – 반선, 산행준비, 산행시작
05 : 34 – 982.5m봉
06 : 14 – 1,150m봉, 아침식사
07 : 53 – 망바위봉(1,378.8m)
08 : 28 – 투구봉(1,451.5m) 안부
09 : 26 – 중봉(1,731.8m)
09 : 35 ~ 10 : 28 – 반야봉(般若峰, 1,732.1m)
10 : 48 – 노루목
10 : 56 – ┳자 지리주릉
11 : 03 – 삼도봉(三道峰, 날라리봉, 1,501.0m)
11 : 13 ~ 11 : 47 – 안부, 점심
12 : 14 – 불무장등(不無長嶝, 1,441.1m)
14 : 00 – 통꼭지봉(통꼭봉, △908.8m)
14 : 27 – 당재(堂-), ╋자 갈림길 안부, 이정표(황장산 4.2km)
15 : 44 – 연곡분교 앞(평도), 산행종료
16 : 30 ~ 18 : 10 – 구례, 목욕(보석사우나), 저녁(황금가든)
21 : 20 – 양재역, 부분 해산
21 : 50 – 동서울터미널, 해산
1-1. 산행지도(반야봉, 삼도봉, 영진지도 1/50,000)
1-2. 산행지도(불무장등, 통꼭봉, 영진지도 1/50,000)
2. 산행 고도표(수담 님 오룩스 맵)
▶ 반야봉(般若峰, 1,732.1m)
여관만을 전전하다 모처럼 호텔에라도 들면 밤잠을 설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여행사 대형
버스를 대절하여 지리산을 가는 데 버스 안 우리들의 풍경이 딱 그 짝이다. 2좌석 1명이라
가로로 누울까 세로로 누울까 전에 없던 고민이 생기고, 히터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아 춥네
너무 덥네 하고 밤새 뒤척였다. 나는 노숙도 마다하지 않는 터라 의자 뒤로 한껏 젖히고서 세
상모르고 잤다. 깜박 졸았는가 싶었는데 인삼랜드휴게소이고, 다시 눈을 뜨니 반야봉 들머리
로 잡은 반선 마을이다.
‘반선’이 대체 무슨 뜻인지 여러 일행이 의문을 가졌다. 승연 님이 혹시 신선이 되다만 절반
의 신선이 아닐까요? 하고 농담처럼 흘렸다. 설마 그러려고 웃으면서 자세히 알아보겠노라
고 했다. 그런데 승연 님 말이 맞았다. 디지털남원문화대전에서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반선(半仙)은 옛날에 이곳에 송림사(松林寺)라는 절이 있었다. 송림사에는 매년 칠월 백중
날 불심이 가장 두터운 스님 한 사람이 신선대에 올라 기도를 하면 실제로 신선이 된다는 이
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다. 어느 날 송림사에 들렀던 한 고승이 이 일을 괴이하게 여겨 신선대
에 올라 기도를 하던 스님의 장삼에 몰래 명주실과 독을 매달아 두었더니 다음날 뱀소 부근
에 용이 못된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그동안 신선이 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던 스님들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반절쯤 신선이 되었
다 하여 반신선(半神仙)이라 하였다가 이를 줄여 반선이라 하였으며 ‘뱀이 죽은 계곡’이라는
뜻으로 뱀사골이라고도 한다.”
디지털남원문화대전은 이에 덧붙여서 뱀사골의 유래에 대한 다른 여러 설도 소개한다. 정유
재란 때 불타버린 석실 부근의 배암사라는 절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지리산 북사면의 계
곡으로 ‘돌돌골’이라고 하여 물이 뱀처럼 곡류한다 하여 뱀사골이라 부른다고도 하고, 비탈
이 심한 골짜기란 뜻의 ‘밴샅골’이 변해 뱀사골로 불리어졌다고도 한다.
어두워서 뵈는 게 없어 막 간다. 어느 해 여름 반야봉에서 심마니능선을 타고 반선 마을로 내
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르르 내리쏟은 비탈길이 이도록 길고 가파른 줄을 몰랐다. 더구
나 대낮에도 흐릿할 인적을 햇낙엽이 수북이 덮어버려서 헤드램프 심지 돋우고 새로운 루트
개척하듯 더듬거리며 오른다. 때로는 헤드램프 불빛이 닿는 곳이면 다 길로 보여 함부로 가
다가 생눈물이 나게 잡목의 매운 회초리 맛을 본다.
이런 오르막에서 선두의 반보는 후미의 한 보가 넘는다. 다수의 산행에서 ‘선두반보’를 반복
하여 주문하는 이유다. 나도 선두그룹에 낀다. 한번 탄력이 붙으니 가다서다하기가 번거로
워 들입다 반야봉까지 내뺐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 식사하기에는 너무 멀다. 982.5m봉
을 넘고 대인원을 수용하기 알맞은 장소를 찾느라 온 사면과 온 능선을 훑으며 간다.
1,150m봉 풀숲 능선을 길게 차지하고 자리 편다. 밤공기가 차다. 잠시라도 쉴 때면 두툼한
겉옷부터 걸친다. 승연 님이 끓이는 넙죽이 오뎅탕으로 한속을 다독인 다음 소백 님이 가져
온 보드카로 화끈하게 덥힌다. 7시가 넘자 토끼봉 왼쪽 어깨너머로 여명이 밝아온다. 헤드램
프 소등한다. 1,319.0m봉 오르는 길. 산죽 숲을 자주 지난다.
3. 오른쪽 멀리는 남덕유산
4. 왼쪽 멀리는 천왕봉
5. 멀리 가운데는 광양 백운산
6. 오른쪽 중간은 종석대 남릉 차일봉
7. 왼쪽은 왕시루봉
8. 노고단
9. 멀리 가운데는 천왕봉, 앞 오른쪽은 토끼봉
10. 멀리 가운데는 하동 금오산(849m), 그 앞은 지리 남부능선 삼신봉
심마니능선에서 유일하게 바위 섞인 이 근처가 전망이 트여 명선봉과 토끼봉의 그 푸짐한 품
을 바라볼 수 있는데 오늘은 아무리 기웃거려 보았자 어둡다. 망바위봉 오르는 중에 후미의
환호성을 듣는다. 일출이리라. 고개 드니 해는 수렴에 가린 채 이미 솟았다. 망바위봉은 아직
도 망(望)할 것이 전혀 없는 키 큰 나무숲속이다. 다만 거목인 소나무 숲이 볼만하다.
망바위봉을 내려 반야봉 오르는 능선의 마루금을 잡기가 약간 까다롭다. 목측으로는 중봉의
장려무비한 북사면을 곧바로 오를 것 같은데 등로는 오른쪽 투구봉으로 크게 휘어져 돌아간
다. 또한 키 큰 산죽 숲이 울창하고 수적이 여기저기 그럴 듯하여 자칫하면 엉뚱한 데로 빠지
기 쉽다. 산죽 숲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헤쳐 나아간다.
투구봉은 마루금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암봉이 숲에 가려 아무 조망이 없을 것 같
아 사면 도는 등로를 따라간다. 투구봉 내린 안부는 달궁에서 오는 길이 잘 났다. 이제 눈길
이다. 어제오늘의 발자국은 아니고 눈 온 뒤로 몇 사람이 다녀갔다. 모닥불 님과 내가 선두라
이대로 반야봉을 오른다면-반야봉에서 조망이 촌각을 다투게 궁금하지만-거기서 추워서
떨 일을 생각하니 자연 발걸음이 더뎌진다.
조망이 트일 곳이라면 등로를 벗어나더라도 들른다. 조망을 발로 잡목 숲 뚫고 수렴 걷어 만
든다. 오른쪽으로는 만복대가 당당한 모습이고, 뒤돌아보면 남덕유산 동봉 서봉이 절해고도
다. 눈길 선답의 인적 좇는다. 중봉. 넓게 자리 잡은 연안김씨 무덤 가장자리에 잡목 헤치고
묘향대 가는 길이 뚜렷하다. 중봉 내린 안부는 풀숲의 묵은 헬기장이다.
잠깐 하늘 가린 숲속 길 오르면 반야봉 정상이다. 과연 창천에 닿을 듯하다. 아무도 없다. 나
혼자다. 모닥불 님은 헬기장 근처에서 내가 지나간 줄을 모르고 기다리는 중이다. 운해 깔린
산 첩첩 해 망망 조망이라니. 가쁜 숨 애써 멈추고 카메라 셔터부터 누른다. 남부능선 너머
주산, 금오산, 와룡산, 금산, 억불봉, 백운산, 한재. 보고 또 본다. 반야봉에 바라보는 ‘해가 운
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특히 아름다워 이를 반야낙조(般若落照)라 하여 지리십경
의 하나로 꼽았는데, 나는 그보다는 반야망경(般若望景) 또는 반야심경(般若深景)이 더 적
절하지 않을까 한다.
뒤이어 일행들이 속속 도착하고, 칼바람이 잘 알지 못하는 사면에 비켜 천왕봉 바라보며 탁
주 정상주 분음한다. 지리산에 이런 명당이 또 있을까. 안주는 메아리 대장님이 준비해온 과
메기다. 탁주 한잔 비우고 나서 반야봉 정상 바위에 다시 올라 사방경치 바라보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1517~1563)의 「두류산을 유람한 기행시(遊頭流山紀
行篇)」나,
반야봉만 드높이 창천에 닿은 듯하니 只有般若峯高翠磨空
다른 산들 양보하며 높이를 다투지 못하네 讓頭不敢爭比隆
드높이 노인성을 잡을 듯이 솟아서 高攀老人星
아래로 구름 속의 기러기 굽어보네 下瞰雲飛鴻
아래 용재 이행(容齋 李荇, 1478~1534)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한
대목은 무미건조하다. 금계나 용재가 실제로 반야봉을 올랐는지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기이한 봉우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 동쪽의 천왕봉(天王峯)
과 서쪽의 반야봉(般若峯)이 가장 높으니 산기슭에 혹 구름 끼고 비가 오며 천둥치고 번개가
요란해도 그 위 산봉우리는 청명하다.(其奇峯峭壁不可勝筭而東之天王峰西之般若峰最高山
腰或有雲雨雷電其上則晴朗)”
11. 왼쪽 멀리가 하동 금오산, 오른쪽 중간은 황장산
12. 지리 남부능선, 그 너머 오른쪽 희미한 산은 남해 금산
13. 오른쪽 멀리는 황매산, 그 앞은 삼정산
14. 지리 남부능선, 그 너머 오른쪽은 주산
15. 멀리 가운데는 하동 금오산
16. 멀리 가운데는 남해 금산, 중간은 통꼭봉, 그 왼쪽 너머는 황장산
17. 멀리 왼쪽이 광양 백운산
18. 오른쪽은 백운산, 왼쪽 흐릿한 산은 남해 금산, 왼쪽 중간은 황장산
▶ 삼도봉(三道峰, 날라리봉, 1,501.0m), 불무장등(不無長嶝, 1,441.1m)
반야봉 내려 삼도봉 가는 돌길 1km도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납작하니 엎드렸던 불무장등이
며 왕시루봉이 그 육중한 몸을 일으킨다. 노루목 지나고 너덜길 잠시 내리면 지리주릉이다.
등로는 눈길이거나 빙판이다. 빙판인 계단을 한 피치 오르면 여러 단체등산객들로 북적이는
삼도봉이다. 삼도봉도 전후로 빼어난 경점이다.
삼도봉이 예전에는 정상의 바위가 낫과 같은 모양이라서 낫날봉 또는 날라리봉으로 불렸다.
지금도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날라리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반야봉 너른 품 한번 바
라보고 삼도봉을 남진하여 내린다. 메아리 대장님이 아름다운 동행한 일부 일행은 성삼재 쪽
으로 탈출한다. 바위 섞인 가파른 슬랩의 내리막이다. 흰듬등 직전 안부에서 점심밥을 먹기
로 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 같아도 맞으면 베일 듯 날이 섰다. 그런 칼바람을 피해 펑퍼짐한 사
면으로 내려가서 자리 편다. 한겨울 설한풍 부는 산중에서 먹는 라면과 식후 마시는 커피, 이
보다 더 맛 나는 진미의 조합이 또 있을까 싶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잔뜩 부른 배 어르며 일
어난다. 흰듬등을 암봉 사이로 넘고 키 작은 산죽 숲을 간다.
등로는 평탄하다. 줄달음하기 시작한다. 당재 지나 황장산을 넘고 화개장터로 가자면 남은
시간이 아주 빠듯하다. 어쨌거나 황장산은 오르기로 하고 내달린다. 불무장등 오르는 길이
헷갈린다.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허리 도는 길이 더 잘났다. 돌아 오르려니 하고 오른쪽
길로 간다. 새들 님이 바로 앞에 가는 모닥불 님에게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발자국이 보이느
냐고 묻자, 그렇다고 하며 방향 틀어 쭉쭉 내리기 시작한다.
골로 갈 뻔했다. 피아골로 가는 길이었다. 불무장등 정상에 이미 오른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연호를 듣고서야 이 길이 골로 가는 길인 줄 깨닫는다. 산죽 숲 헤쳐 불무장등에 오른다. 정
상은 약간의 공터이지만 사방 키 큰 나무숲이 둘러 아무런 조망도 할 수 없다. 불무장등(不
無長嶝)이 무슨 뜻일까? 어려운 한자가 없는데도 짐작조차 못하겠다. ‘등(嶝)’은 고개, 비탈
길, 오르막길을 뜻한다.
여러 등산객들이 하동문화원에서 발간했다는 『하동군 지명지(河東郡 地名誌』의 설명을
옮기고 있어, 나 역시 동 지명지를 열람하고 싶었다. 하동문화원에 전화로 문의하였다. 『하
동군 지명지(河東郡 地名誌』를 구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담당자는 동 지명지를 발간
한 지 오래이고 발간 부수도 그다지 많지 않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귀원에서 보존하고 있는 지명지를 보고 불무장등과 통꼭봉에 대한 부분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라 사정하였다. 이런 대화 중에 불무장등과 통꼭봉이 어디에 있는지 여러 문답
이 오갔다. 이튿날 동 지명지의 해당 부분에 대한 사진을 전송받았다. 하동군문화원의 매우
친절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하동군 지명지(河東郡 地名誌』에서는 불무장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혹자는 불무장등의 산세가 대장간의 화로인 불무와 같은 형상이라 생긴 지명이라 하지
만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불무의 한자를 「不無」로 적는 것도 지명의 유래나 뜻을
알지 못하고 적은, 잘못된 것이다. 불무장등의 지명은 불교에서 생긴 것이다. 반야(般若)는
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뜻하고 다른 말로는 불모(佛母)라고 한다. 불무장등은 반야봉에서
시작한 「반야장등」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인데, 반야라는 중복되는 글자를 피하고 같은 뜻인
불모(佛母)장등이라 하게 되었다. 「佛母」는 불무로도 읽어 「불무장등」이 되었다.”
강영화 시인은 ‘시간의 언덕-불무장등’에서 우리나라의 근세 아픈 역사를 되새김질한다.
투쟁보다 더 절실한 혈육은 없다
앞 코 터진 신발에 끌리는 질긴 사투리
말끝에 해 꼬리가 길어서 슬프고
불무장등 지나가는 시간은
실실 흩뿌리는 눈발 다시 부르느니
높을 것도 낮을 것도 없는 평범한 생에
이념도 투쟁도 다 벗어 던졌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곧 오를 통꼭봉을 불무장등의 연장선상에서 ‘젖 한번 물려보지 못하고
어린 자식을 집에 두고 온 빨치산 여인의 통곡이 깃든 봉우리이다.’ 라고 한다. 미리 말하자
면 하동문화원의『하동군 지명지(河東郡 地名誌』에 의하면 통꼭봉은 강영환 시인과는 달
리 정유재란 때 의병과 승군들이 이곳에 올라와 패전의 슬픔으로 통곡하여 「통곡봉」이라
한다. 또 하나 전하는 지명유래는 날라리봉과 같은 것으로 지형이 여자의 젖꼭지에 해당하므
로 「통꼭점」이라 부른다고 한다.
앞서의 삼도봉의 지명유래에 대한 동 지명지의 설명은 너무 외설스러운 내용이라 차마 여기
에 그대로 옮기지 못하겠다.
19. 멀리 가운데는 하동 금오산
20. 오른쪽 멀리는 금오산, 그 앞은 지리 남부능선 삼신봉
21. 반야봉 정상에서
22. 멀리 가운데는 하동 금오산, 오른쪽 멀리 흐릿한 산은 남해 금산
23. 반야봉에서, 캐이 님
24. 반야봉에서, 무불 님
25. 중간은 황장산, 그 앞은 통꼭봉
26. 가운데 골짜기는 목통골
▶ 통꼭지봉(통꼭봉, △908.8m)
불무장등 내리는 길. 산죽 숲 가르마 탄 길을 급전직하한다. 아직 황장산 넘어 화개장터 가는
길은 놓지 않았다. 뒤처진 후미가 수상하다. 어련히 오시리라 발걸음을 재촉하였는데 그들은
산죽 숲을 내리다가 승연 님이 휴대폰을 잃어서 그걸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고 부득이
피아골로 탈출한다는 전언이다. 캐이 님을 비롯한 6명이 대열에서 빠져나간다. 절묘한 효자
뻑이 아닐 수 없다.
불무장등을 중턱쯤 내리다 절벽 위 전망바위에 다가가 가야 할 황장산과 그 너머 백운산을
들여다보고 다시 산죽 숲을 뚫는다. 가파른 내리막이 드디어 수그러지는가 싶더니 미역줄나
무 덩굴터널과 내 키를 훌쩍 넘는 산죽 숲 터널을 간다. 상당히 길고 어둑한 터널이다. 그런
다음 봉봉 오르내림이 완만한 부드러운 능선 길이 오래 이어진다.
발걸음에 약간 힘주어 923.3m봉이고 그 내린 추동을 살려 통꼭봉을 오른다. 통신기지국의
어수선한 시설을 지나고 조망 푹 가린 숲속 공터가 통꼭봉 정상이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
시 흔적만 남아 있다. 당재 가는 길. 가파른 내리막이다. 고도 300m를 단숨에 쏟아 내린다.
틈틈이 남부능선 삼신봉을 곁눈질하면서. 금줄 넘어 당재에 내려선다.
당재(堂-). 목통에서 연곡사와 피아골로 가는 고개이다. 고갯마루에 황장산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다. 어찌할까? 여기서 황장산이 오르막 4.2km이다. 화개장터까지는 봉봉 넘어
12.9km이고. 지금 시각은 14시 27분이다. 황장산까지 아무리 잰걸음을 하더라도 2시간은
넘게 걸릴 것. 하산하는 데 걸릴 시간은 넣지 않았다. 일찌감치 일보 한계령 님과 소백 님은
이 당재에서 탈출하겠노라고 선언하였다.
모닥불 님은 먼저 황장산을 향해 달려갔다. 지도의 황장산을 보고 또 본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어색한 침묵이 지속된다.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어려운 그러나 아름다운 결단이 침
묵을 깬다. 그만 하산합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해피 님은 모닥불 님의 발걸음을 붙
잡으려고 뒤쫓아 간다. 여태 붙들었던 황장산을 마침내 내려놓으니 큰 짐을 벗은 듯 홀가분
하다.
서편에 둥두렷이 솟아 반공을 채운 왕시루봉을 바라보며 대로 따라 평도로 내리는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27. 삼도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28. 천왕봉
29. 멀리는 광양 백운산
30. 앞은 통곡봉, 그 뒤는 황장산
31. 지리 남부능선 삼신봉
32. 앞은 농평 마을, 정면은 왕시루봉
33. 왕시루봉
첫댓글 산그림이 역쉬 명불허전입니다...제 독사진도 찍어주시고 캄솨~ㅎ
계획한 대로 다 못가서 아쉽지만, 이게 현실인지도~ 그냥 주어진 대로 가야겠쥬?
신년산행...아주 찐하게 시작했습니다...반야봉에서 막초와 함께 바라보는 주변조망이 아주
끝내줬습니다..."그날이 매일 같아라" 그러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