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글밭] 2021.02.16(화) 돌아가신 불쌈꾼, 백기완 선생님께
백기완 선생님이 어제, 새벽녘에 돌아 가셨읍니다.
돌아가실 즈음은 글밭을 일구는 일에 매달려 씨름을 하던 때로 여겨집니다.
돌아가신 것을 안 것은 아침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요.
글밭 일구는 일을 끝내고, 인터넷에 올리기를 마치고 나서입니다.
또 한 분의 귀한 선생님이 돌아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머리를 스쳤읍니다.
그리고 그 옛날, 잠시 선생님과 함께했던 일들이 머리에 떠올랐지요.
돌이켜 보면 어림잡아 36년 전 쯤인 1985년 일로 여겨집니다.
1년에 한 차례씩 함석헌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름수련회를 가졌던 때입니다.
마침, 홍재경님이 사시는 강릉 연곡유아원에서 열렸던 때였지요.
함석헌 선생님을 비롯하여 백기완 선생님,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 채 선생님이 계셨지요.
채 선생님은 온 몸이 불에 타 마치 문둥병에 걸린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읍니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 전체가 찌르러져 있었으니까요.
흉하기 이를 데 없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감동을 주는 인간 승리였지요.
그때,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뵈었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읍니다.
그 후 멀리 떨어져 언론에서 전해 주는 불같이 싸우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새길 뿐이었지요.
돌이켜 보면 심한 고문으로 망가진 몸맘을 추스르며 ‘통일운동’에 매진하던 때로 여겨집니다.
멀리서 선생님을 지켜보면서 감히 가까이 할 수는 없었지만 용솟음치는 힘을 얻곤 했지요.
선생님의 길은 너무도 분명했고, 너무도 뜨거웠고, 너무도 컸으니까요.
그 어떤 어려움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얼이 활활 타오르는 삶이었읍니다.
그 무엇 보다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거침없는 행동’이었읍니다.
그렇습니다.
감히 어쩌지 못하는 불쌈꾼의 불심지를 가슴 깊이 심고 또 심었을 뿐입니다.
그 때, 잠깐 선생님을 스치고, 뵌 것만으로 가르침은 다 받은 셈이지요.
주섬주섬 떠나실 채비를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그리고도 남는 오늘입니다.
모진 고문으로 그 좋던 몸이 무너져 내리면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얼’을 남기셨으니까요.
가시면서도 ‘촛불 정권’인 ‘문재인 정권’에 ‘통일의 바람’을 끝내 남기셨으니까요.
‘산자여! 따르라’고 하신, 쩌렁쩌렁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깨시민의 마음을 휘어 파니까요.
그저 스치는 한 줄기 바람처럼 선생님의 언저리에서 그 ‘만남의 뜻’을 소중하게 간직합니다.
이 어찌, 저만의 일이겠나요?
여기저기에 선생님이 뿌려 놓은 수많은 민들레 홀씨들을 보고 또 봅니다.
이제, 걱정을 거두시고, 무거운 짐은 내려 놓으세요.
부디, 돌아가시어 그 흐드러지게 핀 민들레 꽃밭이나 구경하세요.
멀리서 그저 휑한 마음을 전하는 화요일 새벽입니다.
오늘도 고마움에 떱니다.
첫댓글 돌아가신 백기완 선생님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읍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글밭에 담았읍니다.
이미 말씀을 드린 대로
잠깐 선생님을 스치고, 뵌 것만으로
가르침은 다 받은 셈이라는 생각을 쭉 했으니까요.
감히 선생님을 넘 볼 수 없는 저이고 보면
그저 남기신 그 길을 따라 가기에도
한없이 벅찰 뿐이었읍니다.
그 누구 보다 무거운 짐을 지셨던 선생님입니다.
따라서 덜어 낸 그 짐도 내가 감당하기에는
그저 벅찰 뿐일 테지요.
이제, 짐을 내려 놓으시고 편히 쉬시길 빌었지요.
돌아 가시어 이제는 굽어 보시기만을 권했읍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이런 제 마음도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