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고결하고 순수한 구절초 향기로
최광림(시인·문학평론가·토요신문 대표이사)
풍요로움과 낭만이 넘치는 계절 가을이 능금 빛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들국화나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들길을 걷다 보면 왠지 모를 그리움과 아슴한 추억이 옷자락을 붙잡습니다. 조금은 어렵고 힘든 삶일지라도 한 번쯤 일상의 모든 짐을 부려놓고 황금빛 들녘이나 고즈넉한 오솔길을 걷는 것도 지친 삶에 활력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이 아름답고 넉넉한 계절에 정정숙 시인께서 제정한 제 5회 ‘청향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게 됨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 2, 3회 시상식은 물론, 지난 이맘때 쯤 제 4회 시상식 때도 저는 집사람과 함께 참석해서 축사를 해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번 시상식에도 꼭 참석해서 문학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같이 하고 싶었으나 연이어 중첩된 행사로 부득이 참석할 수 없어 송구스럽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적어도 내년 시상식 때는 꼭 참석해서 가슴이 뜨겁고 포근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청향문학상은 여느 문학상과는 특별한 점이 많습니다. 누구의 간섭이나 영향력을 배제한 순수 문학상이라는 것이 그것이며 또 불굴의 의지로 잘 단련된 은근과 끈기의 문학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청향 정정숙 선생의 살아온 생애나 인품과 직결됩니다.
고상하고 우아한 자태, 순수의 결정, 어머니의 아가페적 사랑으로 대별되는 구절초의 꽃말처럼 선생의 인품과 삶은 신사임당을 연상케 합니다. 이렇듯 ‘은근과 끈기’ ‘불굴의 의지’로 빚어낸 청향문학상은 묵정밭에서 피워낸 한 송이 아름답고 숭고한 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고고한 품격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여러분들은 축복과 영광의 주인공인 것입니다.
혹자는 어려운 시대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진정한 글쟁이는 힘들고 고통스러울수록 더 펜에 힘을 주고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낙담하거나 좌절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런 여러분들이 곁에 있어 글쟁이의 한 사람인 저도 힘이 솟고 행복합니다.
청향 선생이 저보다 한참 연배인 문하의 사백이긴 합니다만 한결같이 고결하고 겸손한 인품을 대할 때마다 경외감이 듭니다. 정말이지 청향 선생 같은, 청향문학상을 받을 만 한 자격이 있는 문사들이 많이 배출 돼서 이 땅이 향기롭고 감미로운 글로 넘쳐나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청향문학상을 수상하는 분들께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적어도 청향문학상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완성의 단계로 가는 교두보임을 잊지 말고 쉼 없이 창작에 진력하라는 것입니다. 이 보편적인 의무감이 바로 청향문학상과 선생의 뜻에 보답하는 길입니다.
다시금 문학상 수상과 작품집 발간을 축하드리고 청향문학상의 앞날에 광영과 축복만이 함께 하기를 충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축시>
가슴에 핀 구절초
최광림(시인·문학평론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있다
사람이
꽃보다 숭고하다고 하지만
사람보다
더 숭고한 꽃이 있다
그 꽃은 바로
사람의 가슴 안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고결하고 순수한,
때로는 우아한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은
가슴으로 피워내는
그 순결한 꽃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으랴,
세상에 하나뿐인
구절초 같은 그 꽃이
어찌 아니 숭고하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