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외 1편
박정란
아파트 옆 노인 쉼터 앞
허옇게 바랜 파란 화분 하나
귀퉁이 잘린 채 버려져 있다
산목숨 버리지 못해
버티고 서 있는 행운목
혈액이 안 돌아 잎은 누렇게 시들고
햇살 보듬고 목숨 지탱하고 있다
젊은 날은 나도 한때 잘 나갔지
사랑도 받았고
새끼도 낳아 분양해 주고
향기 나는 꽃도 피웠었지
낡은 스웨터 추레한 모습으로
유효기간 지난 영양제 한 알 털어 넣고
혹시나 자식 한 놈 찾아와줄까
누가 말동무라도 해줄까
정신줄 붙잡고
지막골 골목에 앉아 있는 저 여인
까만 슬픔
박정란
툭하면
손톱 밑이 까매졌다
한참을 따듯한 물에 담가도
숨죽여 골목길로 다녀도
억지로 웃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던 슬픔
짙은 매니큐어라도 있으면 감출 수 있었을까
학교 교실 안에 공부하는 친구들
학교장 비서실 타자기 앞의 나
조용한 수업 시간에만 출입을 해야 했어
쉬는 시간 꼭꼭 틀어박혀 숨죽이며
들키고 싶지 않던 내 작은 존재
내 열여덟의
손톱 밑으로 자꾸만 스며들던 검은빛
- 하늘이 다 알아
한 만큼 받는겨
어머니 그 말씀 들린다
----박용숙 외, 애지사화집 {멸치, 고래를 꿈꾸다}에서
박정란 약력
충남공주출생
애지신인문학상(2022)등단, 수필시대 신인상등단(2007)
충남문학발전대상 신인상(2008), 충남문학 작품상(2022)등 수상
수필집<짧은시간 긴여행>, <월반하세요> 등
이메일 – rans525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