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지하철도, 공연도 ‘찬밥 신세’
점자표지판·음성유도기 ‘엉망’, 공연 편의 ‘씁쓸’
이동·접근권 침해 우려…“국가 적극적 대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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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함께 17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접근성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
시각장애인은 지하철 타기도, 공연 보기도 여전히 ‘찬밥’ 신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인 지하철 역사의 점자표지판과 음성유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이동권 침해 우려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연시설 또한 물리적·정보 접근권이 모두 열악해 시각장애인 관객 맞이는 ‘먼 길’인 것.
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실로암IL센터)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함께 17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접근성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지하철 편의시설 및 공연시설 접근 현황을 발표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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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재호 활동가가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각장애인 지하철 접근성 현황 및 개선 방안’을 발표 중이다.ⓒ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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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지하철 타기, ‘여기가 어딘가요?’
이날 실로암IL센터 최재호 활동가는 시각장애인 지하철 접근성 현황 및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서울지역 1호선 환승역 21곳, 2호선 환승역 21곳 등 총 42개 역사의 출입구, 계단, 승강장 등의 점자표지판과 음성유도기를 대상으로 했다.
먼저 이들 지하철 역사의 점자표지판의 유지관리는 부실한 평가를 받은 곳이 많았다. 시각장애인이 알기 쉽게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점자가 일부 소실되거나 마모돼 인지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던 것.
점자표지판 위에 필름이 부착되거나, 그 내용이 실제와 달라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이 컸다. 음성유도기 또한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동작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침해 우려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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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점자표지판이 방치돼 있는 모습.ⓒ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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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1‧2호선 총 42개역에 설치된 편의시설 중 점자표지판이 가장 부적절하게 설치된 곳은 에스컬레이터(70.3%)이며, 개표구(62.6%), 계단(48.9%), 엘리베이터(40.3%), 매표소(17.5%) 순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확인된 곳은 화장실(8.1%)이었다.
점자표지판 부적절 사례 총 1855건 중 가장 많은 부적절 사례는 유지관리(35.7%)이며, 다음으로 미설치(26.3%), 마모·훼손(23.4%), 내용 불일치(10.7%)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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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설치된 작동하지 않는 음성유도기.ⓒ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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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유도기의 경우 전체 1‧2호선 42개 역에 설치된 편의시설 중 승강장(74.8%)이 가장 부적절하게 설치됐다. 이어 매표소(64.9%), 출입구(63.3%), 에스컬레이터(54.2%), 엘리베이터(47.5%), 계단(47.1%), 개표구(43.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확인된 곳은 화장실(27.9%)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최 활동가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있어 현재 위치와 방향, 용도 및 목적지 등의 정보제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생계유지, 이동의 자유 및 접근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의 편의를 더욱 보장하고 증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처와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제언으로 점자표지판의 경우 국가공인 점역교정사의 감독하에 점자표지판이 설치되고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지도 점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음성유도기의 경우 일원화된 설치 및 제작 기준 마련과 시각장애인 기관과 공동으로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지도·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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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류청 활동가가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각장애인의 공연시설 접근성 현황 및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모습.ⓒ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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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공연 보기, ‘관객 맞이는 여전히 먼 길’
시각장애인의 공연시설 접근성 또한 녹록지 않았다. 실로암IL센터 류청 활동가는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서울 시내 국립‧시립‧구립 공연시설 총 2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각장애인의 공연시설 접근성 현황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물리적 접근성의 경우 장애인 편의증진법 규정 및 지침에 근거해 설치된 시설과 그렇지 않은 시설이 혼재돼 있었다.
공연 관람 지원시설 중 좌석안내 도우미는 총 25곳 중 5곳이 없었으며, 주출입구 호출 버튼은 총 25곳 중 18곳이 없었으며, 엘리베이터 승강장 도착 알림 음향신호장치·상하버튼 점자는 총 25곳 중 모두 다 된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상하버튼에만 점자가 있는 곳은 20곳이었다. 엘리베이터 내부 버튼에 점자가 있는 곳은 총 25곳 중 20곳이었다.
화장실의 경우 총 25곳 중 11곳이 남녀구분 점자·음성이 마련되지 않았다. 매표소의 경우 총 25곳 중 24곳이 점자블록이나 음성안내가 갖춰지지 않았다.
콘텐츠 및 정보 접근성 부분을 보면 대부분 시설에서 공연정보에 접근하는데 필요한 점자 안내문, 공연해설사 및 음성단말기가 제공되지 않아 정보접근성이 부족했다. 공연해설서비스(해설사·단말기·앱), 안내데스크 중 공연시설 점자 안내서, 점자 안내서 등 총 25곳 중 갖춰진 곳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일부 시설에서는 층별 안내촉지도가 제공되거나 배리어프리 공연 시에 한해서만 공연해설이나 점자안내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류 활동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연장의 접근성을 높이고,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설립주체별로 차등화해 접근성 수준을 확보하게 하는 전략이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국립 공연장의 경우 기획 공연은 모든 영역의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며, 시·구립 공연장 기획 공연 또한 모든 영역의 접근성을 강력하게 권고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의 경우 고비용을 요구하지 않은 영역의 경우 강력히 권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류 활동가는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며 특히 공연장 및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면서 “공연 기획단계부터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배리어프리 공연 활성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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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함께 17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접근성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내빈들.ⓒ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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