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RTAL SIN - 10 - 암묵(暗默). 드리워지는 그림자
글쓴이 TIRPITZ
< 암묵(暗默) - 드리워지는 그림자>
그날 늦은 오후 바티칸. 남쪽 서제.
"아까도 보았지만 주교님은 질주를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바티칸은 성지이지 운동장이 아니란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간만에 방문한 멘타르 시 의원의 말에 붉은 빌로오드 의자에 앉아있던 프릿츠 주교는 멘타르 시 의원을 반쯤 뜬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오늘따라 피처럼 붉은 그의 예복이 짙게 보였다.
"많지도 않은 나이에 나보더 더 캐캐묵은 책들과 함께 집무실 중에서도 가장 답답한 집무실에 갇혀있다가 밖에 나오는 건 생각도 안해주시는군요."
그가 빛이 들어오는 창가로 걸어가며 대답했다. 그는 그리고 나서 손을 모아 가슴에 걸려있던 십자가를 쥐고 깍지를 끼었다. 우연일지 몰라도 그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붉은 루비의 금빛 로자리오는 태양빛을 반사하며 화려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저번에 바티칸 광장에서도 그러....셨다고 하는군요."
"거기엔 저 말고도 많은 신부들이 뛰어다니지만 굳이 저 하나만 지적하더군요. 젊은 나이에 주교가 된 것이 그렇게 남 눈이 띄는 일인지 알았다면 이 자리를 받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이제는 주교니까 그 역할을 해야겠죠."
프릿츠 주교는 이렇게 말하면서 돌아섰다. 그때는 손에 들고있는 십자가의 빛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것 같은 붉은 예복은 그 순간 이 방의 시간을 중세로 돌려버린 것처럼 미묘하게나마 누르는 권력을 느끼게 만든다.
그는 빛을 등지고 짙은 눈으로 시 의원을 내려다보았다. 멘타르 시 의원은 그가 늘 아는 것이었지만 그 앞에 서 있는 프릿츠 주교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그다지 익숙하지 못했다.
의원은 조금 숨을 멈추고 대답했다.
"최근에 바티칸에서 프릿츠 주교님께 사문(私門)을 내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아리아 수녀님한데서 들으셨군요. 그렇습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지금 교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주교는 뒤돌아보지 않고 손으로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자마자 창문밖에서 기다린 바람이 쏴아 하고 들어와 짖궃게 서재를 흔든다. 의원은 잠시 생각했다.
흔히 사람들이 악마에 씌웠다. 귀신 들렸다--라고 하는 현상이 유럽 전역에 눈에 띄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 않던 바티칸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건 로마 근처 교회에 난입한 불량배들 사건 이후부터였다. 그들이 하나같이 쥐처럼 벽과 천정에 붙어다니면서 교회 기물을 파손했다는 신부의 증언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멀쩡한 인간이었고 그 어디에도 벽을 기어다닐만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불량배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그날 밤 신부가 살해되었다. 이 사건은 시 경찰에게 그다지 심각한 사건이 아니였지만 이곳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바로 한시간 전에 바티칸에서 아드리안 추기경님이 직접 제게 전문을 보내서 이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직접 나서실 겁니까?"
"전 성직자입니다.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젠 앉아있을 입장도 못됩니다. 어떻게든 몰아내야겠죠. 제 일이니까요."
"저 밖에 그러니까....[악의 세력]을.... 말입니까?"
"악은 어디나 존재합니다. 성역이라도 그들은 들어옵니다. 이 방에도 서 있죠."
주교는 그리고 나서 싸늘하게 미소지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미소에 멘타르 의원에겐 이 순간이 약간 섬찟했겠지만, 그것을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듯이 프릿츠 주교는 다시 빙그래 웃으면서 입을 연다.
"그 악을 몰아내는 것이 우리의 일 아니겠습니까?"
"........"
주교가 서 있는 창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어떠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나뭇가지에 슬며시 걸터앉아있는 그림자. 검은 드레스를 바람에 살랑살랑 휘날리며. 검은 머리카락은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듯 물결친다.
녹색 눈동자를 가볍게 뜨고 그녀는 창문 안으로 보이는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도 싸늘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
바티칸 서쪽, 추기경 제 2 집무실.
그날 저녁. 복도에 신부님들과 복사들을 대동하고 걸어가는 추기경 일행의 발걸음이 조용한 복도에 깔리고 있다.
"........"
바람에 나부끼던 추기경의 붉은 옷깃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한발 뒤에서 따라오던 신부들과 복사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것을 뒤로하고 아드리안 추기경은 멈추었다. 슬금슬금 들어와 붉게 기둥과 대리석을 물들이는 저녁 노을 속에서. 몇초간 미동도 하지 않고.
"........"
이러한 행동에 흠짓하는 건 뒤에 서 있는 신부들과 복사들이었다. 가끔... 이러다가 추기경이 별안간 돌아서기라도 하면. "이런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이게 몇 장 몇 절이었지요?" 라는 질문이 날아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괴짜같은 질문이었지만 엄숙하기 그지없는 아드리안 추기경이 그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받는 사람은 괴짜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추기경은 그런 질문을 하려고 멈춘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는 복도 한쪽에 비켜서 있는 검은 옷의 청년을 보고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림자조차 보이지않는, 그러나 추기경의 눈에는 은빛 사슬의 군복이 확실히 보이는 그에게 사납기까지한 추기경의 시선이 꽂힌다.
"형제분들. 여기서부턴 저 혼자 가겠습니다."
추기경의 말을 들은 사제들은 서로 얼굴만 한번 쳐다보고는 물러섰다.
그들이 복도 끝으로 사라질즈음 추기경은 혼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청년 바로 옆을 지나갈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따라와라."
옷깃이 무서울 정도로 펄럭거리면서 지나간다.
추기경의 집무실에 오자 추기경은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와라."
그의 명령에 청년은 안으로 들어갔다. 말할것도 없이 이 남자는 카시엘이었다. 카시엘은 아드리안 추기경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한쪽에서 시선을 내리고 서 있을 뿐이었다.
"최근들어 내 눈에 많이 띄는 것 같구나 카시엘."
아드리안 추기경이 쌀쌀하게 말했다. 카시엘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악마가 추기경에게 드릴 말씀이라니 그것부터가 말세적이군. 네가 찾아온 것을 봐서 듣긴 하겠지만 프릿츠 주교에 대한 이야기라면 내 대답은 같다."
"......그분을 도와주지 않으실 겁니까?"
아드리안 추기경은 카시엘을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엔 일말의 따뜻한 빛이라곤 없었고 마치 차가운 재판관과도 같은 침묵만이 존재할 뿐이다.
"추기경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같은 로자리오를 지닌 분으로서."
카시엘이 딱딱하게 말했다.
"주교님께 앞으로 다가올 일이 어떤건지 아십니까?"
"내가 알 리가 있겠느냐."
"추기경님! [항상 아시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
"감히 어디서 목소리를 높이느냐?"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카시엘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추기경님. 추기경님 정도라면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나는 도통 모르겠구나. 악마가 추기경에게 와서 주교를 도와달라니 세상이 조만간 바뀌려나 보다. 내 정신도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이제 사라져라."
".........."
|
추기경님 원츄요. -_-v
전 이런 후기를 쓰는 란이 제일 좋습니다. ㅡㅡ)b
그냥 끄적이는 게 좋거든요. ^^
무엇보다도 각 편마다 후기가 있다는 것이 좋더군요.
투덜거릴수도 있고 맘대로 떠들수 있고.... 나중에 보면 내가 이런 소릴 했었나 하기도 하고...
^^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