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총격전에 치안 불안… 외국구조대 작업중단 사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이스라엘은 신변 위협에 구조 포기
사망 2만9000명 돌파… 韓, 8명 구해
153시간만에 자매 구조 등 기적도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9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피해 지역에서 약탈, 총격전 등 폭력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가뜩이나 고난에 처한 생존자와 구조 대원을 위협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6일 지진 발생 직후부터 구조 활동을 벌였던 이스라엘 구조대가 신변 위협을 우려해 튀르키예를 떠나기로 했다. 하루 전 주요 피해 지역인 남부 하타이 등에서 구조 활동에 나선 독일과 오스트리아 구조대 또한 치안 악화를 이유로 작업을 중단했다.
현재 튀르키예 곳곳에서는 빈집을 털거나 상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빈번하다. 구호단체 직원을 사칭해 트럭 6대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 현금인출기(ATM)가 부서진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주민은 지진 발생 직후 며칠간 구호 물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아 생필품을 훔쳤다며 약탈을 정당화했다. 음식, 물, 아기용품 등이 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논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1일 “약탈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이날까지 최소 98명이 약탈 혐의로 체포됐다고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12일 기준 누적 사망자는 튀르키예 2만4617명, 시리아 4500명 이상이다. 양국의 부상자 또한 8만5000명을 넘는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영국 스카이뉴스에 “사망자 수가 지금의 2배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사망자가 5만 명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고 예상했다.
다만 구조 골든타임(72시간)을 한참 넘긴 와중에도 기적적인 생존자 구조 소식이 잇따랐다. 12일 남동부 아디야만에서는 건물에 갇혔던 두 자매가 153시간 만에 생환했다. 이날 하타이에서도 85세 여성이 152시간 만에 구조됐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도 11일 하루에만 65세 여성과 17세 남성, 51세 여성 등 3명을 구했다. 이날 기준 우리 구호대가 구조한 생존자는 총 8명이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