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씀드리자면 원래 그만 쓰려고 했습니다.
전적으로 이글은 '최강루프'님때문에 쓰는 것입니다.^^
참고로 제 실력은 지역1부,전국오픈 3부입니다.
새삼 느끼는 것은, 라켓 한자루 들고 바람따라 구장을 떠도는 것이 정말 검한자루 들고 전국을 방랑하는 떠돌이 무사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무협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쌓이는 '내공'은 드라이브의 '임펙트'에 다름아니다.
이왕 떠돌이무사가 될바에야 청초하고 고고한 무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무사는 추워도 곁불을 쬐지 안는다.
어느 일요일 저녁 8시경...
이쯤되면 돌이킬수가 없다. 더 늦기전에 한번 찜한 탁구장에서 이 추운밤을 보내야하는 방랑무사의 초라한 하룻밤운명인것이다.
네비가 이상한 곳으로 자꾸 나를 몰아가다가 결국 변두리시장골목에 도착한다.
탁구장은 지하에 있었는데, 왠지 들어가기가 싫다.
까치발로 살금살금 지하로 내려가 탁구장 동정을 살피는데, 탁구공 똑딱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차 싶어서 재빨리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날렵하게 걸음을 옮기는 찰나였다.
"누구세요!"
탁구장으로 내려오는 어떤 아줌마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외친다.
"저 탁구치려고 왔는데, 사람이 없는것 같아서요." 죄지은 사람같이 주춤거린다.
"아~ 그러세요? 사람 있어요. 들어오세요." 아줌마가 반색을 하며 나를 이끈다.
' 아... 들어가기 싫다'
탁구장으로 들어서는데, 탁구동호인으로 보이는 남녀분들이 앉아서 오손도손 얘기하고 있다가 내 등장에 시선이 확 쏠린다.
그중 나이 지긋한 남자분이 나와 포핸드롱 랠리를 해주신다.
폼은 그다지 이쁘지 않는데, 여유가 느껴지는 스윙이다. 구력오래된 사파탁구일것 같다.
회원분들중 우리의 포핸드롱 랠리를 유심히 지켜보는 눈이 있다.
한 30대 초중반쯤보이는 이쁘장한 여성회원분인데, 복장이 심상찮다.
탁구반바지가 아니라, 핫팬츠인데 엄청 짧다. 상의도 거의 민소매수준이다.
'오늘 팬한명 늘려?'
조금 물러나 중진에서 드라이브를 사정없이 날리기 시작한다.
몇번 파워드라이브를 날린후 그 섹쉬한 여성분의 눈치를 살짝 살피는데, 이상하다.
놀라는 표정이 아니다.
몇분이 지난후, 그 여성분이 우리 탁구대로 걸어오더니 심판대에 앉는다.
"자, 한게임 시작하시죠!"
'저 섹쉬하지만 새침한 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리라.'
'여유롭게 웃음을 띠면서 고수의 자세를 잃지않고, 3대빵 그것도 하프게임으로 잔인하게 이겨야한다.'
근데 상대편 남성회원분의 탁구스타일이 이상하다.
펜홀더 사파인데, 왠지모르게 구력이 느껴진다.
방심하면 안된다. 구력오래된 사파탁구는 자칫하다간 말릴수 있다.
커트서비스를 짧게 줘 봤더니, 한박자빠르게 내 백사이드로 보스커트로 쭉 민다.
이런... 미녀심판이 지켜보는 앞에서 스피드파워드라이브를 카리스마있게 날리려 했는데, 박자에 밀려 루프드라이브로 간신히 건다.
살짝 긴장감이 돈다. 내 박자를 안맞춰주며 리시브 하는거 보면 최소 구력이 7~8년은 된것 같다.
이렇게 박자를 안맞춰주는 까다로운 상대에겐, 미리 돌아야 스피드 드라이브 박자가 나온다.
한박자 미리돌면서 스피드 드라이브를 날리는데, 상대편은 지키고 있다가 내 포사이드로 쭉 민다.
코스를 사각으로 뺀다고 뺐는데, 여유있게 받는다.
이 남성회원분 드라이브는 슈트성이 약간 있어 어쩔때는 쇼트되면 네트에 걸린다.
아... 사파탁구인데 루프드라이브,슈트성 스피드드라이브, 상대편 포사이드로 이상하게 비벼대는 쇼트등 경기내내 짜증이 나고
고전을 하고 있다.
미녀 핫팬츠심판의 얼굴을 살펴본다.
그녀의 표정이 기대감에서 점점 실망감으로 변해가는건 나만의 자격지심인가...
결국 3대1로 간신히 이겼다.
'아... 지역 3부정도되는것 같은데, 노핸디로 1세트를 내주다니...정말 짜증난다.'
하지만 겉으로는 웃으면서 매너있게 악수를 청한다.
"하하, 잘치시네요.간신히 이겼습니다."
이제 그녀가 라켓을 든다. 그런데 라켓이 펜홀더다.
'잘 됐다... 그녀에게 지역1부 펜홀더의 화려한 세계를 직접 경험케 해주리라...'
방금 시합한, 그 짜증나는 사파탁구 남성회원분이 심판대에 앉는다.
경기시작.
근데 그 남성회원분이 상대편 여성회원분의 점수판을 몇점 넘기지 않고 멀뚱멀뚱 나를 쳐다본다.
짜증나지만 겉으론 웃음을 띠며
" 이 여성분에게는 핸디 몇점 드리죠~"
" 그냥 맞다이 치시면 돼요."
'아...놔~ 이 사파탁구인이 매너도 사파네...자기한테 한세트 뺏겼다고 지역1부를 몰라보다니...'
펜홀더 라켓을 든 그녀의 모습이 낯설다.
핫팬츠에 민소매...거기다가 요새 보기드문 여성펜홀더.
펜홀더라켓을 날카롭게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 섹쉬했다.
정말 간만에 보는 섹시한 여성탁구동호인...
그런데 포핸드롱치는 폼이 장난이 아니다. 초등학교때 선수물좀 먹은것 같았다.
" 자, 게임 시작하시죠!"
"잠깐, 이 여성회원분 몇부치시는데요?"
" 고등학교때까지 선수였어요."
"네? 그럼 지역 몇부,,,,?"
" 0 부요."
그 사파탁구인이 차갑게 내뱉는다.
'이런....잘못하다간 개망신당한다.!'
리시브 자세를 있는데로 낮춘다.
있는힘껏 한방드라이브 날리는데, 안 뚫린다. 쇼트가 말그대로 벽이다. 거기다가 쇼트박자는 말그대로 한박자빠른 선수박자이다.
리시브 할때, 한박자 늦춰서 루프두라이브 회전을 강하게 걸어넘겼더니, 사정없이 스매쉬로 후려 갈긴다.
섹시한 그녀의 서비스는 횡회전 짧게 또는 길게 넣는데, 임펙트가 장난 아니어서 횡회전이 맹렬하게 먹어서 간신히 결대로 넘기는 수밖에 없다.
식은땀이 흐른다.
'1세트 만이라도 뺏자'
게임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3대1로 졌다.
3빵안난게 다행인 처참한 경기내용.
그런데 특이한것이 나와 게임이 끝난후, 그 짜증나는 사파탁구인과 그녀가 게임을 하는데, 역시 노핸디였다.
알고보니 그 사파탁구인도 탁구는 이상하게 치지만, 나름 지역1부였다.
그 사파탁구인은 그녀에게 경기내내 스매시로 잔인하게 두들겨 맞더니 3대0으로 박살난다.
"한게임 더하실래요?"
섹시한 그녀가 섹시하게 묻는다.
'좋아, 이 악물고 파워로 그녀의 쇼트를 뜷어보리라.'
그런데 그녀와의 두번째 게임은 신기하게도 내 드라이브 감각이 놀랍도록 살아나는 것이었다.
다음공 생각안하고 아예 쓰러지듯이 중심이동을 극단적으로 해서, 이판사판 드라이브를 그녀에게 날리는데, 그것이 사정없이 그녀의 코트로 꽂히고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날의 하일라이트포인트는 그녀의 스매싱을 연거푸 받아내고, 그녀가 내 백핸드쪽이 안뚫리자, 그렇게 계속되는 랠리중 인정사정없이 내 포핸드쪽으로 스매싱을 알리는데, 중진으로 물러난 나는 그것을 멋잇게 드라이브로 걸어 제낀 장면이었다.
갑자기 지켜보는 사람들에게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섹시한 핫팬츠의 그녀도 놀랍다는 듯이 나지막히 '나이스'하고 읊조린다.
됐어... 이 한포인트만으로도 만족이다. 져도 된다. 왜냐하면 요근래에 나온 플레이중 베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3대2로 내 승리.
승부욕 강한 그녀는 분한 표정마저도 섹시했다.
정말 이맛에 탁구치는 것이리라...
검한자루 메고 떠돌다 보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첫댓글 글이 참 맛깔나고 섹쉬~합니다.^^.
이형님 조만간 책 내시겠네;;;
브라보~~~~~!!
너무 잼있게 잘 봤습니다.ㅋㅋ
재밋어요 ㅎㅎ
재밌네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데 일상에선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탁구장에서 만나면 갑자기 고수로 변하죠 그 뭐냐 주성치 나왔던 영화같이요
재밌게 잘 읽고갑니다.^^
방랑하여도 될만한 실력자이시네요..^^;
너무 재밌습니다. 연재 해주세요~~^^
연재해 주세요.....저도 한표.
재미 있네요 그런데 그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아주 궁금 합니다
와우~ 글 잘 읽었습니다~~ 상위부수(1, 2부) 되면 타지역 탁구장 여유롭게 돌아보는것도 좋은것 같네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무협지를 읽는것 같네요
흥미진진^^ 후 편을 기대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실제 경험담인지 궁금하네요~ 답변은 안하셔도 됩니다~ ㅎ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와 ~~! 요사히 보기더문 탁소설이네요.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더 재미있습니다. 다음편 기대됩니다.
상상하게되여 ㅎ
무사는 추워도 곁불을 쬐지 않는다.....멋지네요...
재미있습니다!^ㅋ
끝나고 맥주 한잔 안 하셨나요? ^^ 잘 읽었습니다 ㅎ
글을 어찌이리 잘 쓰시는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필력이 10성의경지에 오르신듯 하옵니다
잘읽었습니다 존명ㅎㅎㅎ
4탄 기다리겠습니다:)
오~호 한창때 만화책좀끼고 사셨던분인듯^^재밌게 읽고갑니덩ㅋㅋ
우왕 멋있다 *-*
ㅋㅋㅋ 너무 재미있습니다...
와~~ 너무 멋지시다~~!!
필력이 뛰어나시군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진짜 필력은 국대급이신듯..
연재 만화형식이라도 나오면 대박 나겠어요ㅎㅎ
4부 기다려봅니다.
이렇게 흥미진지하고 재미난 글을 세상으로 나오게 만드신 낚시로 우릴낚아주신 회원님께 먼저 감사드리고..ㅎㅎㅎ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다양한 에피소드 기대하겠습니다^^
글을 읽고 나서 제가 떠돌이 무사가 된 것 처럼 라켓을 이리저리 휘둘르게 되네요
와웅..다음편이 넘 기다려지네요...팬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멘트 하나하나가 센스돋네요
실력도 필력도 대단하군요.다음편 기대합니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방랑탁객이 되려면
초절정 사부에게
서비스10성.리시브10성.블럭10성.후드웍10성
정파10성 경지의 파워드라이브를
전수받아야하는데요.
어느것하나5성을넘지못했네요
전 언제쯤 방랑 탁객이 될수있으려나요.
흐흐. 저와 매우 비슷한 경험을 하시는군요. 부수도 비스무리하고.. 방랑자끼리 맞닥뜨리면 것도 재미있겠어요 ^^;;
시장골목 지하에 좁고 회원도 별로 없는 구장인데 마귀들만 득시글거리는 곳이로군요...
호미들고 김매는 김태희가 생각납니다..
탁구무협지 시리즈를 기대합니다.
탁구무협지 시리즈를 기대합니다.
항상 재밌네요^^ 더기대하겠습니다...^^
이거 수필인가요 소설인가요ㅋㅋㅋ 매번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간만에 웃고 감니다...^^ 좋은글 보여 주셔서 감사해요,
소설 쓰셔도 되겠어요. 마치 내가 탁구치는 것같이 몰입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솜씨는 가히 선출급입니다~ ㅎㅎ
정말 재미있네요.
잘읽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