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라는 격한 댓글에 이어 구체적인 학습 방법에 대해 허접한 팁을 조금 드리겠습니다. 단순히 역사 과목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요. 사탐(역사, 지리, 법, 경제 등등)영역에 해당되는 모든 과목에 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학습방법입니다. 교과서를 읽다보면 지도나 도표 및 각종 사진 및 그림 자료 등이 등장합니다. 대체로 학생들을 그런 지도나 도표 등의 자료를 눈으로 '슥~' 한 번 보고 넘어가죠. 하지만 시험에서 지도나 도표는 반드시 등장합니다. 그것도 종종이 아닌, 아주 많이 그리고 자주 등장해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요.(시험 문제의 50% 이상이 지도, 도표와 연계된 문제인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교과서의 본문(텍스트) 내용과 지도나 도표를 연계하여 설명하지 못한다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또 공부가 제대로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요. 과연 교과서를 만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글만 읽으면 심심할까봐 지도를 교과서에 넣었을까요? 기본적으로 교과서에 등장하는 지도나 도표, 사진과 그림은 100% 그 단원에서 학생들이 알아야할 핵심 내용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입니다. 일단 이것을 알고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위와 같은 시험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미리" 한국지리, 세계지리의 내용들을 공부해서 다른 사탐 과목에 대비해야 하는가? 에이~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전혀 그렇지 않겠죠? ^^ 제가 감히 댓글에서 개소리라고 말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하신 내용 그리고 친절하게 교과서에 표시되어 있는 학습 목표에 충실하게 공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텍스트 자료 외에 다른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여 입체적으로 학습하는 것! 그게 바로 사회과 과목의 심화학습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중학교 역사(상) 지학사 교과서에 나오는 단원입니다. 소단원의 제목은 '산라의 비약적인 성장'입니다. 그런데 소단원 첫 페이지에 이 단원의 학습 목표가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과목을 막론하고 제시된 학습목표를 숙지하고 교과서를 충실하게 읽으면서 학생 스스로 '이해->사고->정리->암기'하면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공부의 정석입니다.)
<학습목표>
1. 6세기 들어 신라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내용을 왕별로 정리해보자.
2. 진흥왕 때 넓어진 영토를 지도에서 확인하고 기념비의 위치를 표시해보자.
3. 신라가 이곳을 차지함으로써 삼국통일의 기반이 마련되었음을 설명해보자.
그리고 이 단원의 두 번째 페이지에 다음의 지도가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이 단원을 공부하면서 학생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지도가 의미하는 여러가지 정보들입니다.(그래서 지도는 그림처럼 보는게 아니라 읽는 것이라고 하죠. 결국 지도는 감상의 대상이 아닌 구체적 정보 습득의 대상입니다. 이는 다른 도표나 사진, 그림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뗀석기와 간석기의 사진을 보고도 그 사진이 나타내는 정보를 학생이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이 아래의 예시와 같은 사고 과정을 거친다면 이 단원의 핵심이 되는 학습 목표 가운데 무려 2가지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 엥! 또 지도가 나왔네! 이 지도에서 뭘 찾아야 하지?
1. 이 비석들은 어디에 위치한 것인가? 지역별 비석 이름 맞추기! 비석의 위치와 이름을 외워야겠군!!
2. 신라 이전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고구려, 백제의 전성기 당시 이 비석이 위치한 지역은 어느 나라 땅이었나? 당연히 고구려, 백제 전성기 영토를 나타내는 지도가 앞 단원에도 등장했었지! 각 지도에서 나라들의 영토를 비교해봐야겠어! 아! 각 나라의 전성기 왕 이름도 기억해야 하고~ 우리샘은 순서를 중요시 하니까 지도를 보고도 순서를 맞출 수 있어야겠어!
3. 비석을 세웠다는 것은 뭘 의미? 순수비? 순수비가 뭐야? 왕이 순수했나? 일단 순수비의 뜻 먼저 찾아봐야겠어. 음~ 비석이 세워지 곳은 진흥왕이 순수하셨던 곳이고 이는 비석이 세워진 땅은 당시 신라의 영토라는 거구나! 아쭈! 신라 영토가 많이 넓어졌는걸.... 달리 전성긴가? 땅이 가장 넓었던 때가 전성기지!
4. 이곳은 대체 어디고 왜 통일의 기반이 되었다는 거지? 앗! 이곳은 한강을 의미하는구나! 한강이 왜 중요하지? 한강은 강원, 충북, 경기, 서울을 거처 황해로 나가는 물길이구나! 경주에서 동해~남해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황해를 통해 당나라로 배타고 갈 수 있겠는걸!!! 올~ 선진국인 당나라의 문물이 들어오기 좋고 교류도 원활해지겠군! 게다가 한강 유역은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하지! 인구도 많아지고 생산량도 많아지니 지리적 이점이 장난아니게 엄청 많네! 이거 신라가 강해질 수 밖에 없잖아~
훗~ 이정도면 지도 공부 끝!!! 이제 암기해야지~"
학생이 이 정도로 이 단원의 학습목표를 본문과 지도를 연계하여 학습한다면 뭐... 이 단원에 관련된 시험 문제는 그냥 거의 다 맞습니다. 물론 시험 문제를 맞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단원에서 익혀야 할 내용에 대한 이해도 훨씬 수준 높게 달성한 것이고요. 결국 단순한 지리적 상식을 넓히는 비효율적인 공부가 아닌 학습목표에 따른 교과서 본문 내용과 지도를 매치시켜서 어떻게 이해하며 공부할 것인가가 핵심인 것이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또 엄청난 학습 시간과 분량으로 아이에게 또다른 부담이 될 지리 관련 책이나 교재들을 사서 읽고 공부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 학교 진도에 맞게 교과서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단순 암기가 아닌 심도 있는 이해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충분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교과서의 지도나 도표, 사진, 그림자료는 사탐과목 공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학습자료다.
2. 지도나 도표는 감상의 대상이 아닌 이해의 대상이다.
3. 역사 시험에 나온다고 지리 과목을 선행학습할 필요는 없다.
4. 지도와 도표가 의미하는 바를 적기에 교과서의 본문 내용과 연계하여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댓글 우와.. 고야님을 열받게 하니까 고급정보가 막 흘러나오는군요.. ㅋㅋ
그런가요? 공적분노는 사회 정의 실현의 원동력이니까요.... ㅎㅎㅎ
좋은 정보 너무 잘 보았습니다 큰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시 저때문에 쓰신건 아닌지~
저는 억지로 시킬 필요는 없지만... 필요를 느껴서 하는건 괜찮다 싶었는데...
좋은 정보 주심 감사합니다.
어이쿠! 선생님 오해십니다~ 아이가 좋아하고 흥미가 있다면야 다다익선이죠! 다만 일부 학원이나 출판사에서 '미리 안하면 큰 일이다!'라고 부모를 협박하는 건 거의 사기니까 안심하시라는 차원에서 올린 글입니다! ^^ 저도 선생님이 역사 공부와 관련해서 올려주신 글 공감하며 읽는 열혈 독자입니다!!!
저도... 가만 돌이켜 보니 초등학교 때 중학교 사회과부도를 참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바닥에 볼펜으로 지도 그려본 적이 있었구요.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하다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배운 것을 바탕으로 표현한 결과이고, 그것을 상급학년에서 다듬었으니 그것이 어쩌면 지금 사회과를 지도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덕에 생계유지도 하고 말입니다.
그나저나 저희집 아이, 그리고 가르치는 제자들은 무슨 재능이 있을까... 고민이 많아집니다.
어쩄든 부모와 교사가...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 글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댓글과 격려 주심 감사드립니다. 좋은 한주 되시길~
감사합니다. 그때는 열받아서 올렸는데 이렇게 공감해주시고 또 대안까지 제시해 주시니 아이 사회 공부 방향을 조금 더 짚어 줄 수 있겠네요. 댓글 모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