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동반 식사 남자만 왁자지껄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서울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반년을 넘기고 있다. 낯선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이제는 나름대로 서울생활에도 적 응이 되었고 웬만큼 즐길 줄도 안다.
그렇지만 사회인으로서 여자로서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서울에서 산다 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타지인의 눈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한국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
한국은 그럴만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의 도시 서울을 외국인과 공유하려는 노력은 찾 아보기 힘들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쇠고리, 수건 등의 관 광용품을 제외하면 말이다.
일전에 회사근처 모퉁이 작은 커피전문점을 통해 한 영화관을 찾았다 . 서울의 영화관이 이렇게 근사한 시설과 규모를 갖췄다는 사실에 놀 랐다.
그러나 서울에 온지 한참이 된 나지만 어느 안내책자에서도, 흔한 인 터넷 사이트에서도 찾지 못했던 정보다. 한국의 훌륭한 문화시설을 나같은 외국인에게도 충분히 알려 줄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비록 짧은 동안이지만 내게 비친 한국은 '존경'을 매개로 하는 사회 다. 노인에 대한, 부모에 대한, 스승에 대한 존경이 대단히 중시되는 사회라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것도 거리에서 타인과 부딪칠 때는 예외가 되는 것 같다. 서울의 거리는 마치 적자생존 게임이라도 하듯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 일쑤다.
그러나 부딪쳤을 때 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는 이는 매우 드물다. 이럴 때 외국인인 내가 보는 한국 사회의 '존경'은 아는 사람들에게 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가족, 친지 등 연분이 있는 사람들 외에도 전혀 상관없는 타인 에 대한 '존경'이 조금은 아쉽다.
사실 한국에 오기 전 주변에서 걱정어린 소리를 들었다. '한국은 남 자들의 세상'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말들을 별로 믿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인 나에게 남성우월 주의는 의외로 쉽게 다가왔다.
부부동반 식사자리에서 남자들은 대체로 큰소리로 떠들지만 그 부인 들은 식사 시간 내내 조용하다. 식사 후 엘리베이터를 타도 늘 남자 가 우선이다.
나로선 놀라운 경험이었고, 보다 솔직히 말하면 무척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내가 교육받은 가치기준에 의하면 이런 일은 무례한 행동에 속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 서울에서 난 이방인이고 여자다. 언뜻 보면 이 사회에 주류가 아닌 소수에 그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새삼 토머스 무어의 유토피아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에 묻혀 선 안된다는 건 분명하다.
한번쯤은 완벽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운 서 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칠라 코할미 씨(34)는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에 서 생물공학 학사를 받고 유럽의 대표적인 경영대학원인 INSEAD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1997년 보스턴컨설팅그룹 파리 사무소에 입사, 올해 2월 서울사무소 에 와서 현재 컨설팅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1963년에 전략이라는 개념을 경영관리분야에 처 음으로 도입한 부르스 핸더슨(Bruce Henderson)에 의해 설립됐다.
전세계 34개국 54개 사무소에서 3000여 명의 컨설턴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서울사무소는 94년 설립되어 현재 1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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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아보니] 칠라 코할미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프로젝트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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