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가가 자기 집의 신당(神堂)에 신상(神像)을 가져다 놓고, 에봇과 드라빔까지 놓은 후에 레위인 청년을 제사장으로 삼아 들이던 그 때는 이스라엘에 아직 왕이 없었던 때라고 소개하면서, 단 지파는 분배받은 땅을 차지하지 못하고 거주할 곳을 찾고 있었던 때라고 기록합니다(1절). 단 지파가 그 때까지 기업을 분배받지 못했다는 말은, 분배해 주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분배해 주었지만, 그 땅을 아직 차지하지 못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여호수아 시대에 원래 단 지파가 분배받았던 땅은 유다 지파의 북서쪽이자 에브라임 지파의 남서쪽인 지중해 연안 평야 지대(현재의 텔아비브 및 욥바 인근)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철병거를 가진 아모리 족속과 해양을 접한 민족인 블레셋 족속의 핵심 거점과 정확히 겹치는 지역이었기에, 단 지파는 이들의 군사력에 밀려서 산지에 갇혀 지나다가 결국 이 땅을 포기하게 된 것입니다. 단 지파는 나중에 원래 분배받았던 땅을 떠나 이스라엘의 최북단에 위치한 라이스(Laish)라는 곳이 이동하여 그 땅을 점령하였고, 라이스를 단이란 이름으로 바꾸게 됩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여 원래 분배받았던 땅을 차지하려고 담대히 나아갔다면 차지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려움에 의해 그 땅을 포기하고 떠나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러한 단 지파가 아직 라이스로 가기 전에 거주할 땅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왕이나 이스라엘 전체가 인정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었다면 조정을 하고, 관리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자기들이 좋다고 여기는 대로 행했던 시대입니다.
단 지파는 다섯 명을 대표로 뽑아 단 지파가 거주할 땅으로 어디가 좋은지 살펴보고 오라고 합니다(2절). 그 당시 단 지파는 소라(Zorah)와 에스다올(Eshtaol) 등의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고, 그 다섯 명은 단 지파를 떠나 에브라임 산지로 들어서서 미가의 집에 이르러, 그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2절). 단 지파의 다섯 명은 미가의 집에서 지내고 있던 레위 청년의 말씨를 통해 레위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어찌하여 여기에 머물고 있으면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3절). 이 질문에 이 레위 청년은 그동안 일어났던 것들을 이야기해주면서, 자기는 미가의 집에서 제사장으로 섬기고 있다고 말합니다(4절).
이 레위 청년이 미가의 집에서 제사장으로 섬기고 있는 말에, 단 지파의 다섯 명은 단 지파가 거주할 땅을 찾으려고 하는데, 하나님께 물어보아 자기들이 가는 길이 형통하게 될는지를 자기들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하였고(5절), 이 레위 청년은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실 것이니 평안히 가라고 대답합니다(6절). 단 지파의 다섯 사람은 단지 이 청년이 하는 말을 듣고 제사장으로 받아들이고, 이 청년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랐는데, 그 당시 제사장과 레위인에 관한 지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레위 청년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난 다섯 사람은 라이스라는 곳에 이르게 되었는데, 라이스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고, 모든 것들이 풍족하며, 시돈(Sidon)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시돈을 비롯한 주변의 다른 이들과 접촉이 적어서 외침(外侵)의 염려도 적은 지역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7절). 그래서 다시 소라와 에스다올로 돌아온 다섯 사람은 라이스라는 지역이 너무 좋은 땅이니 망설이지 말고 빨리 가서 그 땅을 차지하자고 보고하면서, 지금 그곳에 가기만 한다면 평안히 살아가는 그 땅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하나님께서 그 땅을 우리의 손에 넘겨주셨다고 말하니 빨리 가서 그 땅을 점령하자고 말합니다(8절~10절). 라이스 땅을 쳐서 점령하자는 이들의 말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도 아니었고, 하나님께 기도하여 받은 응답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기들이 좋다고 여기기에 그 땅을 차지하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갈렙이 여호수아에게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라고 말했던 여호수아 14:12의 말씀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결이 달랐습니다. 갈렙은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주장하였지만, 단 지파는 그저 자기들의 생각에 좋은대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 보고를 들은 단 지파는 육백 명에게 무기를 들게 하여 라이스를 향해 떠나게 했는데, 유다 땅의 기럇여아림(Kiriath-jearim)에 진(陣)을 쳤다가, 에브라임 산지에 있는 미가의 집에 이르게 됩니다(12절, 13절). 단 지파의 이동 경로를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럇여아림 서쪽 지역을 마하네 단(Mahaneh-da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 지파의 병사들이 미가의 집에 이르렀을 때. 라이스 땅을 정탐하러 갔던 다섯 사람은 미가의 집에 에봇과 새긴 신상과 부어만든 신상이 있다는 정보를 알렸고(14절), 미가의 집으로 가서 레위 청년에게 문안하고는, 곧바로 신당에 들어가서 신상들과 에봇과 드라빔을 가지고 나옵니다. 문 밖에는 무장한 육백 명의 병사들이 서 있는 상황이었습니다(15절~18절). 이들이 신상들과 에봇과 드라빔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본 레위 청년은 도대체 뭘 하는 것이냐고 물었는데(18절), 단 지파의 다섯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라고 말하면서, 자기들과 함께 가서 단 지파의 아버지와 제사장이 되라고 말합니다(19절). 한 집안의 제사장이 되는 것보다 이스라엘의 한 지파의 제사장이 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회유(懷柔)합니다. 이러한 단 지파 다섯 사람의 말을 들은 레위 청년은 그 제안에 너무 흡족해하며 미가의 집에 있던 에봇과 드라빔과 우상들을 가지고 단 지파의 무리와 함께했다고 20절은 기록합니다.
단 지파 사람들은 미가의 집에 있는 신당이나 신상들이나, 에봇과 드라빔 등에 대해 영적 분별력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미가가 그러한 것들을 자기 집 신당에 모셔두고 하나님을 섬기는 것처럼 여겼듯이 단 지파 사람들도 이 레위 청년이 제대로 된 제사장의 계보(系譜)를 따르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고, 미가의 집에 있는 신상들과 드라빔, 에봇이 마치 하나님을 섬기는 귀한 통로인 것처럼 믿으며 행동했습니다. 말로는 하나님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께서 가증히 여기는 것들을 믿음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제사장 행세를 하는 레위 청년은 이러한 것들을 분별력 없이 그대로 신앙의 도구로 삼으면서, 단 지파의 제안에 곧바로 응하면서 자기에게 더 평안하고 안정적이며, 더 그럴듯한 명분(名分)을 주는 것을 따릅니다. 처음부터 하나님의 말씀과 율법, 하나님의 뜻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것을 엿보게 됩니다.
사사시대의 신앙이 얼마나 변질되어 있었는지, 가나안 땅에 살던 족속들의 우상 숭배가 이스라엘 백성 속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자기들이 좋은 방식대로, 자기들이 원하는 뜻대로 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나님께 진지하게 묻지도 않았고, 하나님의 말씀(하나님의 율법)에서 무엇이라고 말씀하고 있는지 살피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주변 민족들이 행하는 것들을 엿보며 그러한 행습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비슷하게 자기들의 신앙 행습 속에 혼합하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형태로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말씀 묵상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 진솔하게 하나님께 묻는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행하게 되면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하나님께서 가증하게 여기시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다시 한번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하며 주님의 뜻을 구하는 우리의 모습이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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