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열반에 드심
제1절 일곱 가지 말하지 않는 법
1 부처님은 어느덧 나이 여든 살을 맞이하시어 왕사성으로 돌아와, 그 성밖에 있는 기사굴산에 계셨다.
마가다의 국왕 아사세는 발기국이라는 나라를 정벌하려고 생각하고, 우행 대신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행이여, 부처님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니, 경은 나를 위하여 거기로 가서 가르침을 청하라.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잘 기억하고 돌아오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허망한 것이 없는 까닭이다.”
우행은 명령을 받고 거마를 갖춘 후, 행장을 차리고 산에 올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가다 국왕 아사세는 멀리 부처님께 망배를 드리고 부처님의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성체 안녕하시고 진지도 전과 같이 잘 잡숫고 계십니까?’ 이것이 마가다 국왕이 대신하여 여쭈어 달라는 전갈입니다.”
“기특하다. 우행이여, 너희 임금과 백성들도 함께 다 화평하고 물건값도 과히 오르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다행히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상하가 다 화평합니다. 비도 순조롭게 오고 바람도 알맞게 불어 국태민안의 실정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마디 말씀을 사뢰고자 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아사세왕은 항상 발기국을 정벌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의 높으신 뜻에는 어떠하신지요. 좋은 말씀을 들려주소서.”
“우행이여, 나는 일찍이 발기국에 들어 자바라의 사당에 있은 일이 있다. 그 나라의 윗사람 장로들이 내게 모여 와서 말하기를 ‘마가다의 왕이 지금 우리나라를 쳐들어오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서로 경계하고 이 나라를 굳게 지키려 합니다‘ 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저들에게 ’걱정하지 말라. 너희들이 만일 일곱 가지의 법만 지켜서 나라를 다스린다면 결코 아사세왕에게 망하지 않을 것이다‘ 고 가르치고, 그 법을 설명하여 저들이 받들게 하였다. 우행이여, 지금까지 저들이 이것을 실행하고 있다면 그 나라를 쳐부수기가 어려울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그러시다면 그들에게 말씀하신 법을 일러 주소서.”
“그러면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하여 자세히 말하리라."
하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2 그때 마침 아난은 부처님 뒤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아난을 돌아보시고 물으셨다.
"아난아, 너는 발기국의 국민들이 자주 모여서 정사를 의논하고, 국방에 대하여 방비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느냐?"
"있습니다."
"그렇다면 발기국 결코 망하지 아니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또 저 나라 사람들이 상하가 협력하여 다같이 국사를 받들어 실행하되, (1) 국법을 존중하여 함부로 뜯어 고치지 않고, (2) 예절을 지키어 남녀의 별다른 도를 지키며, (3)어른이나 어린이는 서로 따르고 (4) 부모에게 효도하고 선생에게 순종하며. (5) 예법을 폐하지 않고, (6) 도를 높이고 덕을 공경하며 (7)계율을 지키는 승려가 멀리서 오면,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탕약 등을 갖추어 올리되,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들은 일이 있느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발기국 결코 망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이 이 일곱 가지의 법을 실행한다면, 나라는 위태할 것이 없을 것이다. 천하 사람이 다 군사를 일으켜 이 나라를 쳐들어가더라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그때 우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아뢰었다. "발기국의 인민들이 이러한 법 가운데 하나만 실행하더라도 전쟁을 계획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거늘, 일곱 가지 법이나 지킨다니 더구나 아니 될 일입니다."
하고,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가, 아사세왕에게 보고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전쟁을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