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천 물뉘* 외 1 편
김은
찜통더위에 찾아간 무수천
발가벗은 몸으로 흐르는 물이 나를 유혹한다
목석인들 그 몸짓 뿌리칠 수 있으랴
정강이 아래까지만 허락하자고
옥수玉水 속으로 발 담가보니
도봉 계곡의 환영인사에 온몸 짜릿하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주변 둘러보는데
바위와 바위 사이 세찬 물살 위에
거미집 한 채 아슬아슬 걸려있다
어쩌자고
저 난감한 곳에 터전을 마련했담!
가만 들여다보니 파리 눈만한 거미가
명주실 보다 가는 줄로 그물 엮어 놓고
튀어오르는 물뉘로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목석난부木石難傅의 세상이라더니
지상 어디에도 먹이사슬 없는
유토피아는 없단 말인가
잠깐 지켜보니 거미줄에 물벼룩이 걸려든다
열악하고 위험하게 보이는 곳이지만
거미는 천수를 누릴 듯하다
나는 풀어졌던 정신을 가다듬었다
긴장의 빗장 다시 채우고 무수천을 흘러나왔다
*사전에는 없는 말인데 필자가 만든 아주 작은 물방울
겨우살이 시화전
참나무 가지에 붙어있는 겨우살이,
옥탑 방 시인이 공중에 펼쳐놓은
시화전 같습니다
아무나 볼 수는 있어도
누구나 읽을 수 없는 시어들 반짝입니다
나무는 기꺼이 전시실 한 칸 내주고
햇빛은 또렷또렷 필체를 잡아줍니다
한 편 한 편 토해냈을 울퉁불퉁한 말마디에
새들의 부리가 쉼표와 마침표를 찍어줍니다
내가 썼던 시들도 육신에 기생해 온
겨우살이가 아닐는지요
심중에 똘똘 뭉쳐 있는 말들을
어떻게 다 풀어내어
봄바람을 반갑게 맞을 수 있을까요
고요로 몸 씻어 나부끼는 겨우살이가
내게 밑줄을 그어줍니다
시가 몸에 해가 될지 약용이 될지는
네 정신의 말초에 달렸다고
독자가 뜸한 시화전
나는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합니다
조용히 이는 심장의 박동이 나의 시에게
영양분을 전해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박용숙 외, 애지사화집 {멸치, 고래를 꿈꾸다}에서
약력 2015년 호주동아일보 신년문예 당선
2016년 해외동포문학상 우수상 당선
2018년 애지신인상 수상
2021년 시계는 진화중 시집 발간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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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의시인들
무수천 물뉘* 외 1 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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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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