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꼰대라고 하는 가
임두환
요즈음 ‘꼰대’라는 말을 많이 쓴다. 꼰대라는 말은 청소년들이 권위적인 사고를 가지고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들의 생각을 자신보다 낮은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사람을 비꼬아 부르는 속어다.
요즘 들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꼰대 세대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평생을 피땀 흘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젊은 세대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디지털 시대가 된 지 얼마나 되던가? 그런데 앞으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비욘드 디지털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다루다가 조금만 막혀도 아들딸을 불러댄다. 지금도 이러할진대 앞으로 ‘비욘드 디지털시대가 된다면 손주들과의 소통은 어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7080 세대들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오직 가족들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는 동안 온 국토는 피폐화되고 생활상은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까지 자식들의 눈을 띄워줘야 한다며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 노력의 대가가 있었기에 오늘 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않았는가.
요즘 젊은이들은 꼰대 세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고나 있을까? 전깃불이 없어 호롱불 밑에서 공부해야 했고, 상수도가 없어 동네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 날라야 했다. 목욕탕이 없어 가마솥에 물을 데워 부엌 한구석에서 목욕했고, 세탁기가 없어 개울가 얼음장을 깨고, 손빨래를 해야 했었다. 구두와 운동화는 언감생심이었고, 검정 고무신만 신어도 감지덕지했었다. 그뿐이겠는가? 책가방이 없어 보자기에 책을 싸서 허리에 두르고 다녔고, 장난감이나 놀이기구가 없어 고무줄로 새총을 만들었고, 새끼줄을 둥글게 감아 공을 만들어 축구를 하며 놀기도 했다. 어느 집에서는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식들을 남의 집 식모나 꼴머슴으로 보내야 했고, 그나마 운이 좋으면 공돌이나 공순이로 나가기도 했다. 그 옛날 어린 시절에는 모두가 그러했으니, 누가 누구를 탓할 바 아니었다.
어느 누가 나를 꼰대라고 비웃는 것일까? 나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이고 가장이다. 가족을 위하여 불을 지피고 집안을 보듬는 아버지다. 바깥세상은 요란해도 가족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아버지다. 아버지 눈에서는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집안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 한 몸 망가져도 아들딸들만은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겠다고 벼르며 살아왔다. 꼰대 세대들은 말한다. 비록 내 허리는 휘었을망정 내 자식들은 석사, 박사학위를 받아 어느 회사의 중역이고, 연구원이며, 대학교수이고, 판검사가 되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살림 밑천이던 황소까지 팔아서 자식들을 가르치려 했을 것일까?
나이 들었다고 모두가 꼰대는 아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나이 든 사람도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며 현명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구태의연한 생각으로 고집을 부리며 상대방을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말 상대가 안 된다며 나이 든 사람을 꼰대라 부르고 있다. 꼰대 세대라고 무조건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죄밖에 없다. 우리는 오직 샌드위치세대일 뿐이다.
젊은 세대들은 자기들이 잘나서 좋은 자리에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꼰대 세대들의 피땀이 녹아졌기에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게다. 그래도 꼰대들은 지금 것 자식들 잘 길러내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금 것 살아왔다. 나는 어려서 그 꼰대들의 이야기 듣는 것을 꽤 좋아했다. 꼰대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들의 인생 경험과 에피소드에서 나온 일종의 인생론들이었다.
꼰대에는 이런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꼰대란 원래 농사꾼들은 ‘대나무를 꼬아서 만든 대’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대나무는 바람에 휘어지지만 꺾어보면 잘 꺾이지는 않고 갈라진다. 이런 대를 겯고틀어 꼬아서 만든 꼰대라면 얼마나 단단한가! 그래서 꼰대를 집 짓는 재료에 비유하면 기둥과 대들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꼰대들의 특성은 성실과 근면을 밑바탕으로 근검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있다.
사실 꼰대란 말은 듣기 싫을 뿐이지, 틀린 말이 아닌 경우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꼰대라 부르는 이들이 어쩌면 이 시대의 경제성장을 일구어낸 주역들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