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원제 : Price and Prejudice
1940년 미국영화
감독 : 로버트 Z 레너드
원작 : 제인 오스틴
출연: 로렌스 올리비에, 그리어 가슨, 모린 오설리반
에드뭔드 그웬, 브루스 레스터, 앤 러서포드
마샤 헌트, 히더 엔젤, 메리 볼랜드
에드나 메이 올리버, 멜빌 쿠퍼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오만과 편견'이 영화화 된 것은 1940년 이었습니다. 당시로는 꽤
거물급 배우인 로렌스 올리비에와 그리어 가슨이 출연했습니다. 남녀의 결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하는 내용으로 영화화되기 적당한 소설 같지만 의외로 많이 영화화되지
않았습니다. 2005년 조 라이트 감독의 리메이크 정도가 알려졌고, 2003년 현대판으로
각색한 영화가 있는 정도입니다. 대신 TV 미니시리즈로 여러번 만들어졌고,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95년 콜린 퍼스 버전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한 듯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19세기초 영국의 서민층 가정의 5자매의 사랑
이야기인데 영화속에 담기는 좀 복잡하고 방대한 인물관계가 있고, 미니시리즈로
만들기에 더 적합한 내용이긴 합니다. 제 생각에는 내용을 함축하여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로 각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오만하고 부유한
남자가 당당하고 솔직한 서민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뭐 그런 이야기의 원조가 '오만과 편견'이랄 수도 있지요.
1940년에 만들어진 '오만과 편견'은 그 당시 영화 스타일이 '시나리오 위주'의
작품들이었고, 대사도 연극적으로 빨랐기 때문에 이 많은 대사와 인물구성을
2시간내 담아내는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
이야기의 흐름은 그리어 가슨과 로렌스 올리비에 위주로 흘러갑니다.
엘리자베스 역의 그리어 가슨(오른쪽)과 제인 역의
모린 오설리반, 그리어 가슨은 40년대를 대표하는 연기파 여배우,
모린 오설리반은 30년대를 대표하는 미인배우
베넷 가족들
상류층의 사교회장인 무도회
빙리의 눈에 띄게 된 제인, 베넷 여사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무도회.
베넷가의 5자매 이야기입니다. 딸만 다섯인 딸부자 베넷, 아버지 베넷씨는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자상하고 합리적인 인물이지만 어머니 베넷여사는
꽤 주책맞고 수다쟁이이며 오로지 딸을 부자집 남자에게 시집보낼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그 마을에 잘생기고 부자인 두 청년이 나타나는데
그게 다아시(로렌스 올리비에)와 빙리라는 청년이었습니다. 베넷 자매중에서
큰 딸 제인(모린 오설리반)과 둘째 엘리자베스(그리어 가슨)가 혼기가 되었고,
베넷 여사는 들뜬 마음으로 딸들을 무도회에 데려갑니다. 베넷 여사의 바램대로
미모와 착한 성격을 가진 제인은 빙리의 눈에 들게 되고 두 사람은 열애에
빠집니다. 반면 엘리자베스는 거만해 보이는 다아시를 밥맛없어 하는데
오히려 다아시는 이렇게 솔직하고 도도한 엘리자베스에게 빠져듭니다.
제인과 빙리의 사랑이 무르익억갈 무렵, 베넷가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데
바로 빙리와 다아시가 그 마을을 떠나 런던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제인은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상대적으로 신분이 낮은 자신들을 다아시가
무시하고 빙리를 데리고 떠났다고 알게 다아시를 원망하게 됩니다.
돌고 돌아 어렵사리 사랑에 성공하는 이야기인 '센스 앤 센서빌리티(이성과 감성)'
처럼 '오만과 편견'역시 제인과 엘리자베스의 사랑이 호락호락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와중에 과연 결혼이 뭔지, 사랑은 뭔지
생각하는 과정을 갖게 되며 숨고르기할 시간이 관객에게 주어집니다. 남자에
대한 인성과 사람됨보다 재산이 얼마 있는지, 얼마나 좋은 가문이고 잘 생겼는지를
생각하며 마치 사위감을 딸의 행복과 성공을 위한 도구처럼 생각하는 어머니,
그리고 첫 인상에서 갖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가질 수 있는 편견에 대한 오류,
그리고 오만함이 갑질이나 거만한이 아닌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리매김 할
경우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 등 사랑과 인간의 처신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마을 여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두 남자
빙리(왼쪽)와 다아시
빙리의 집에 초대받아서 가는 제인, 어머니의 계획에 의하여
마차가 아닌 비를 맞으며 말을 타고 간다.
감기에 걸려 빙리의 집에 며칠 머무르게 할 속셈.
다아시에게 처음에는 꽤 도도하게 행동하는 엘리자베스
빙리와 다아시가 마을을 떠난후 절망하는 두 자매
착하고 예쁜 제인과 친절하고 잘생긴 빙리의 사랑은 그냥 젊은 연인들의 쉽게
불붙는 사랑이라서 특별한 이야기거리가 없지만 활달하고 당당하고 직설적인
엘리자베스와 오만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속깊은 남자인 다아시와의 사랑은
제법 밀고 당기고, 오해하고 갈등하고 그리워하고 그런 과정을 갖는 재미난
이야기거리로 적절합니다. 결국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때
이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당연하지요.
다아시의 고모인 캐서린 여사가 당시 영국사회의 '권위적이고 다 가진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관객이 딱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역할입니다. 없는자를 무시하는 듯한 도도한 태도와 엄청 잘난척과 대단한
권위, 특히 캐서린이 엘리자베스를 찾아와 다아시와의 사랑을 절대 꿈도 꾸지
말라는 듯한 이야기를 할때는 '저 미운 할멈 같으니'라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편견'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묘미가 이후의 반전이지요.
'당신이 처음으로 오만하지 않아 보이는군요'
'당신이 처음으로 편견없이 이야기하는 것 같군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대화 입니다. 남성이 갖는 자존심과 여성이 갖는 편견에 대한
대화인데 남성이 오만함을 버리고, 여성이 편견을 버린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
질 수 있겠죠. 딱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그렇게 맺어지고 있습니다. 첫 인상에서
친구인 빙리와는 달리 너무도 오만해 보인 다아시, 그런 다아시에 대해서 심한 편견을
갖고 대한 엘리자베스, 알고 보니 다아시는 좋은 사람이었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진가를 발견하고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많은 사람들이 다아시의 명예와 돈을 보고
달려드는데 비해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진정한 인품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둘은 꽤 이상적인 결합처럼 보입니다.
거만한 상류층 귀부인의 전형인 캐서린 여사
하지만 그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엘리자베스
잘 안풀리는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
서로 든든히 의지하는 엘리자베스와 제인
엘리자베스 역의 그리어 가슨은 우리나라의 최은희가 연상되는 배우입니다. 꽤 많은
나이에 어린 여성을 많이 연기했고, 특별히 미모가 돋보이는 여배우가 아닌데
아름다운 여주인공 역할을 했고, 그래서 연하의 남자배우들과 연인으로 연기했고
(심지어 12살이나 아래인 그레고리 펙 보다 더 어린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으니)
더구나 전혀 동안이 아닌데... 단지 연기가 좋고 평범한 외모임에도 기품이 있어
보이는 분위기라서 그런 좋은 역할을 많이 따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품위있는 중년부인을 연기한 '미니버 부인'같은 영화는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오만과 편견'에서도 36세나 되어서 출연한 영화인데 나이보다 15살이상 어린
역할을 연기한 것입니다. 더구나 언니로 나온 모린 오설리반은 타잔의 여인
제인역으로 유명한 앳되고 예쁜 외모의 여배우였고, 실제 나이도 그리어 가슨보다
7살이나 더 적었습니다. (그래도 제인 역할을 하기엔 29세로 많은 나이였지요)
30-40년대 영화들이 대체로 무리하게 나이보다 어린 역할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화가 전형적인 그런 경우지요.
영국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젊어서 근사하던 시절의 영화입니다. 39년
'폭풍의 언덕' 40년 '오만과 편견' 역시 40년 '레베카' 41년 '미녀 엠마(해밀턴 부인)'
등에 출연하던 로렌스 올리비에는 꽤 근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네가 정말 다아시와 약혼할 뻔 한거냐? 사실이 아니겠지?
다아시가 너랑 결혼한다면 재산을 모두 몰수해버릴거다"
"그러던 말던 저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인과 빙리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고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도 이루어지고....
과거의 영미소설들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의 가이드라인처럼 느껴집니다.
'위대한 유산'도 그렇고(신분상승, 출생의 비밀, 우연히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계급간의 갈등 등) '위대한 개츠비' '센스 앤 센서빌리티' 그리고 '오만과 편견'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나오는 밀고 당기는 사랑과 인간관계, 욕망 등이 이런 과거
영미소설의 내용들에서 많이 인용된 느낌입니다. 물론 그게 '막장극'으로 많이
변질되는 것이 문제일뿐. (근데 막장극을 해야 시청율이 나오니 어쩔까요)
'오만과 편견'은 결혼에 골인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속물적인'
내용들이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간의 진실한 사랑의 결말
때문에 흐믓한 엔딩을 주는 내용입니다.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의 감성적인
구성이 바탕이 되었는데, 정작 제인 오스틴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42세의
나이에 아깝게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좀 더 완숙한 작품을 많이 써낼 수 있었겠죠.
평점 : ★★★ (4개 만점)
ps1 :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데 국내에 개봉된 기록은 찾지 못했습니다.
ps2 : 재미난 대사, 엘리자베스가 너무 마음에 안드는 남자인 콜린스라는 남자와
강제로 결혼하라는 어머니때문에 아버지에게 하소연을 하는데 아버지의
명대사가 등장합니다.
"아마 네가 콜린스씨와 결혼을 안하면 네 엄마가 다신 널 안 볼 것 같구나.
그런데 네가 콜린스씨와 결혼을 한다면 내가 다신 널 안볼거다"
-> 이런 사이다 대사라니....딸에게 이렇게 현명하고 좋은 아버지가....
ps3 : 미혼의 여성작가의 한계일까요? '센스 앤 센서빌리티'와 이 작품 모두
착하고 올바른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결국 '백마탄 왕자' 같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된다는 판타지 결말이 한계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여성 드라마작가들이 드라마속에서 세상에 거의 존재할 수 없는 너무
완벽하고 착하고 헌신적인 남자들을 늘 등장시키듯이.
ps4 : 그러고 보니 모린 오설리반의 이 영화에서의 이름이 제인인데 타잔의
연인 제인으로 늘상 기억되는 배우인데 같은 이름으로 등장한 셈이군요.
결국 영원한 제인인 셈입니다.
[출처]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40년) 5자매의 결혼 상대 찾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