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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욕망 5.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오타의 머릿 속에는 이 말만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거짓같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스스로 일종의 마법을 걸고 있었다는 것을 오타는 몰랐다.
세일즈부실 안에서만 세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사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도 불명확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발단.
오타는 살해당한 앤도가 무척이나 싫었다. 오타에게 있어서 앤도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내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앤도는 찌질이 오타를 그다지 좋아해주지 않았다. 거기엔 오타가 다른 경쟁 회사들을 까내리고 다니면서 일을 한 등등의 이유가 존재했다. 만약, 아무개가 일(work, 仕事)을 자꾸만 더럽고 치사하게 한다면 그 누가 그를 좋아하겠는가.
제 아무리 잘나고 훌륭하다고 해도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잘못해온 것들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을 싫어하는 자들에게서 온갖 미운 트집이나 이유들을 찾기만 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찾아지는 이유들이란 대체로 소소한 것들이기 마련이다. 미움으로 대상을 바라보는데 뭔들 밉게 보이지 않을 것인가. 별에 별 시시콜콜한 것들 마저 다 밉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미웠던 앤도가 살해당했다. 그 족제비 요괴 사건의 9번째 피해자로써.
오타는 바로 이틀 전에 앤도와 말다툼을 하다가, 앤도에게 죽어버려라고 욕(curse)을했다. 일본의 욕에는 성적인 단어나 표현들이 거의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헌데, 정말 일이 그렇게 되어졌을 때, 그 당사자의 심정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때문에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은 해서는 안된다. 말에는 욕망이라는 뜻이 담길 수 있다.
오타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 자신의 수명이 단축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것이 우연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했다. 미우나 고우나 알고 지낸지만 11년이 넘는 사람이 살해를 당했으니 그 충격과 스트레스는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오타는 그 족제비 사건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 이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갓파와 그의 신통한 능력들을 본 적이 있는 오타는 그 족제비요괴 사건이 자꾸만 신경쓰였다. 그리고 두려웠다.
오타는 가뜩이나 신경쓰이고 예민하던 차에 아침부터 외국인인 아크말과 우미드, 그리고 첸이 그것을 화두삼아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자 그만 화를냈던 것 이었다. 세일즈부의 6명 중에 과반수인 세 명이 외국인이었다.
“시끄러워~~!! 뭔 그렇게 남의 나라 일에 걱정이야?! 그렇게 한가해?! 나라가 가난뱅이어서 남의 나라에서 돈을 벌어가는 주제에 조용히 일이나 할 것이지. 우리 일본인들의 일자리나 훔쳐가는 거지 도둑놈들이, 아침부터 왜 이렇게 남의 나라 일에 할말이 많아?!”
오타가 일어나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오타의 심정은 혼란스러운데다가 두려움까지 있었으니 판단력이 흐려진탓도 있었다. 하지만 오타의 화는 내면의 스트레스가 그 근원이었다. 스트레스란, 그것이 어디서부터 온 것이가를 떠나서, 인간 내면의 화가되어 외부로 분출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면, 오타의 옆자리의 20대 초의 다나카는 아침부터 무슨 재미난 구경이라도 잡았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상황만 지켜 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나카는 말리기는 커녕 자신의 숨소리마저 싸움에 방해라도 될까 손으로 제 입을 막으며 마치 고양이처럼 조용히 자세를 낮췄다.
헌데, 세명의 외국인에게 똑같이 말을 했는데, 두 사람은 군말없이 자리로 돌아간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기분이 무척 상했다는 것이 눈빛으로 여실히 드러나보였다. 바로 카자흐스탄의 교환학생인 우미드였다.
우미드는 자존심이 상했다. 오타는 타인의 민족과, 나라와, 부모 조상은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상대의 근본을 무시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상대로부터 불같은 화를 유발할 수 있다.
“뭐~야 그게, 너임마~! 그 바보같은 얼굴은? 어~이. 우미도 군, 자네 지금 내 말이 완전히 귀에 거슬린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구~, 알고 있어?”
오타가 인상을 잔뜩 쓰면서 말했다.
하지만 우미드는 주먹을 꼭 움켜쥔 채 가만히 서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우미드는 그동안 오타에게 쌓인게 많았던 참이었다. 우미드의 표정에는 불쾌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어~~~~이, 우미도군. 너, 지금 나한테 대들기라도 하려고 그러는 건가? 많이 컸구만, 가난뱅이 도둑놈따위가.”
오타가 말했다.
“뭐, 가난뱅이 도둑놈이라고?!!”
우미드가 오타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래, 가난뱅이 도둑놈! 내가 한말이 잘못되기라도 한거야? 너 임마.”
“웟더 X! Xxxx xxxx x xxx xx!! (Son of bitxx~!! Go fuxx yourself!!)
화가 치밀은 우미드가 오타에게 영어로 욕을 쏘아붙혔다. 우미드는 모국어인 카자흐스탄어 외에, 러시아어, 터기어, 일본어, 영어가 능통한 수준이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오타는 우미드가 정확히 뭐라고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의 억양과 뉘앙스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이 욕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애라도 그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뭐라고~?!! 이 바보가. 너임마, 죽고 싶지 않으면 닥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오타 역시 우미드에게 욕을 했다.
“노, 유 셧떠 뻐~(No, you shut the fux~:아니, 너나 싸물~)”
우미드가 한 단어만 더 말하면 문장이 완성되는 찰나에,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난데없이 캉!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벽면과 천장에 선붉은 핏길이 세 개가 생겨났고, 그곳에 함께 있던 아크말, 샘, 그리고 다나카까지 순식간에 끔찍하게 살해되었다.
사무실 전체가 순간적으로 온통 피바다가 된 가운데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갓파와 공중에 떠서 피를 흘리고 있는 일본도.
오타는 갑자기 일어나버린 말도 안되는 일에 얼이라도 잃어야했지만, 눈 앞에 상처입고 쓰러진 타로를 보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타로의 첫 마디는 도망가라는 것이었다.
그 시간, 신도쿄상사가 입주해 있는 그 붉은 벽돌 건물 앞 횡단보도 위로 갑자기 수천 마리의 쥐들이 팔방으로부터 몰여들었다. 때문에 인근 교통이 완전히 막혔으며 사람이 다가갈 수조차 없어 일대는 난리가 났다.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간혈적으로 플롯소리가 들려 왔으며, 수천 마리의 쥐들은 그 플롯소리에 따라 마치 한몸이 반응하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 쥐들은 도쿄시내 전체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지하철로와 하수구에 서식히고 있는 도시쥐들임에 틀림 없었다.
어느 덫 가늠할 수조차 없이 새카맣게 많은 쥐들이 몰려들었고, 그 쥐떼들은 피리소리에 따라 붉은 벽돌건물 안으로 떼를 지어 몰려 들어갔다.
결국, 우미드가 웃음과 함께 맨손으로 일본도 신(Siin)의 손잡이를 쥐어잡자 우미드의 손으로 마치 혈관을 타고 무수한 작은 바늘들이라도 들어오는 듯 찌릿찌릿하고 무척 따가운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우미드는 그것을 아랑곳 않고 더욱 세게 칼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곧 손으로 전달되어오는 통증도 한결 사라졌다. 우미드는 뭔가 수천개의 작은 바늘같은 것들이 자신의 손목을 타고 들어와 온몸으로 녹아 퍼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캉!
우미드는가 일말의 예고도 없이 타로를 향해 신(Siin)을 휘두른 것이다. 하지만 칼은 안타깝게 타로의 등갑에 맞고 튕겨나갔다. 정신체인 타로이지만 물질체인 신의 날은 타로의 등갑에 튕겨나갔다.
그래도 왜 하필이면 등갑을 맞추는 건지 참..
태어나서 전투용 칼을 처음으로 잡아본 우미드였다. 하지만 그의 검은 빨랐다. 기절한 타로의 등껍질에 칼의 날이 닿아 금속성 쇳소리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오타는 우미드가 칼을 휘둘렀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흐어어….억…. 사..사사사..살려줘!!!!”
오타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우미드의 공격을, 그것도 소리와 진동을 통해서야 겨우 알아차린 오타는 생명의 위협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때부터 오타는 의식으로 행동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이고 반응했다.
오타는 쓰러진 타로를 끌면서 부랴부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고작 6개의 테이블이 양쪽 벽면으로 다닥이 붙어있는 세일즈부실은 좁았다. 양쪽 책상들 사이의 통로가 유일한데, 우미드가 문을 등지고 있었다. 창문도 없어 도망갈 곳도 없었고, 싸울 능력도 없었다. 거기다 탁한 초록색의 타로는 급기야 희미해지고 있었다. 바로 죽음을 맞기 직전이었다.
“타, 타로!!”
오타는 타로가 의식을 잃고 투명해지는 것을 보고는 타로를 불렀다.
“미….미즈….(무...물…: water)”
타로가 눈도 뜨지 못한채 말했다. 그때서야 오타가 타로의 머리 위를 살펴보자 그 곳에 있어야할 물이 없었다. 갓파머리 위의 작은 간장종기와 같은 것은 머리 밖으로 나온 갓파의 뇌의 일부분이다. 갓파인 타로도 그것이 마르면 죽게된다. 하지만 타로는 통상적인 갓파가 아니기에 99년간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든다.
칼이 타로의 등갑에 맞고 튕겨나가자 우미드의 손으로 극심한 고통이 전달되어 왔다. 하마터면 칼을 떨어뜨려버릴 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미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칼을 바로 잡아들고 타로와 오타를 향해 미소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우미드의 얼굴에는 자신감으로부터 나오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그 짧은 시간, 오타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타로는 의식도 없이 투명해지고 있었고, 오타의 머릿속은 점점 더 하얗게 변해 그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뭐건간에 칼을 든 우미드는 바로 자신의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우미드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사람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젠장!-
오타는 모든 것이 그렇게 끝나는 줄만 알았다.
그 때, 몸이 동강나 살해 된 다나카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상황과 안맞게 최신 한류 아이돌 걸그룹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의 경쾌한 베트의 댄스음악이다.
그 뜻밖의 벨 소리는 우미드의 시선을 끌어줌과 동시에 오타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벨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오타의 눈에는 자신의 책상 위에 있던 물병 하나가 들어왔다. 바로, 350ml짜리 한 병에 3만원(약 $30)을 호가한다는 그 캐나다산 북극지방의 빙하수가 그것이었다. 사실, 그 물은 오타가 마시려고 산 것이 아니라 자랑하기 위해서 늘 자신의 책상 위에 모셔두기만 하는 물이었다. 오타는 -물은 좋은 것을 마셔야 한다-고 늘 주장하지만, 사실은 사놓고도 아까워서 마시지도 못하던 물이었다.
오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빙하수의 뚜껑을 열고 타로의 머리위에 부었다. 타로를 살리고 싶은 간절하고 진실된 마음과 함께.
그 시간 하루코는 사무실로 향하는 택시 안에 있었다. 아무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도 전화가 연결이 되지 않자, 동료인 다나카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전화는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고, 하루코는 상황을 모른채 음성 메세지를 남겼다.
“아... 다나카상, 저,,, 하루코인데, 지금 늦어서 택시를 탔는데 차가 좀 막혀서… 아… 그러니까… 어… 미안해요, 부장님께 저 조금 늦는다고 좀 전해주세요. 가..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에서 운전하던 택시 기사는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하고 만다.
거슬리던 벨소리가 사라지자 우미드는 다시 칼을 오타를 향해 휘둘렀다. 우미드의 눈빛은 이미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신(Siin)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우미드는 역으로 신(Siin)에게 장악당하고 있었다.
이 때, 오타에게 안겨 쓰러져 있던 타로의 몸색깔은 어느새 선명한 초록색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도구, 그라찌에(Grazie).
수천마리의 쥐들을 조종하는 짧은 플롯, 정확히는 피콜로(Piccolo:작은 플롯의 일종) 소리는 붉은 벽돌 건물 옥상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건물 옥상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밤갈색 곱슬머리의 한 외국 여성이 황금색 피콜로를 연주하며 쥐떼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쥐떼들은 건물 계단을 타고 올라가 곧장 신도쿄상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건물 안의 사람들은 수천마리의 쥐들때문에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문을 꽁꽁 틀어막기에 급급했다. 어쩌다 한마리가 자기네들 사무실로 머리라도 내밀었다간 비명에 고함에 난리가 났다. 인간들은 대부분 쥐를 보게되면 공포감을 느끼게된다. 전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쥐들의 목적지는 신도쿄상사였을 뿐이었다.
쥐떼를 조종하는 황금의 피리는 다름아닌 솔로몬의 12 도구들 중, 제 세번째인 ‘그라찌에(grazie:감사)’라는 이름의 피리이다. 그 생김과 소리가 작은 플롯인 피콜로와 매우 흡사하다.
마술피리(마적), 그라찌에는 변화적 바람의 러스트의 돌인 ‘피가로’를 구속 하였기에 소리를 이용해 지능이 낮은 동물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 러스트의 돌을 착용한 그라찌에는 지능이 낮은 모든 동물들을 조종할 수 있지만, 아직은 능력이 완전하지 못해서 한 번에 오직 한 종류의 동물들만 조종 할 수 있었다. 대도시인 도쿄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동물은 역시 쥐였다. 비록, 쥐를 조종하고 있는 졸리 본인도 쥐라면 몸서리를 치지만서도 말이다. 거기다 생각보다도 쥐의 숫자는 비둘기들보다 훨씬 더 많았다. 쥐들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라찌에를 연주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의 이름은 졸리 꾸미날레(Jollie Cuminalle). 그녀는 장미십자회(薔薇十字會, Rosicrucianism; Rose Cross; Rosenkreuzer; R.C)의 일원이자 그라찌에의 주인이다.
장미십자회는 중세 이후에 독일을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며, 이들은 고대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마법이나 자연, 물질, 그리고 영적분야에 많은 비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창시자는 14세기 독일의 전설적인 의사이자 신비주의적 철학자였던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Christian Rosenkreuz-Rose Cross; Frater C.R.C)라는 마법사이자 연금술사이다. 주목할 점은 그 역시도, 마법을 찾아 예루살렘에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예루살렘, 십자군정쟁의 유일한 실제 목적지였으며, 세계 3대 종교의 근원지이자, 솔로몬대왕의 궁전이 있는 도시.
그리고 그 솔로몬 대왕의 궁전은 현대에까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이 서로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유혈전쟁까지 끌고오고 있는 장소이자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이다. 바로, 누구나가 기억하는 예루살렘의 황금 돔지붕.
로젠하이츠는 당시 유럽에서 예루살렘까지의 기나긴 여정으로부터 돌아온 뒤 현자들에게서 배운 여러 유용한 능력과 지식들을 세상에 공유하고자 했다. 그는 왜 세상은 이 좋은 것을 두고도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몰랐다. 그러나 당시,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그런 로젠하이츠를 저지하고 박해했고, 결국 그는 뜻을 함께할 주변의 지인들을 모아 장미십자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그 창단 멤버 중에는 메리도 함께 있었다.
그 즈음, 유럽은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으로 마법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백년이 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던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끈 프랑스 국민영웅이자, 잔 다르크(Jeanne d'Arc)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오를레앙의 성녀 요안나 아르크 역시도 마녀재판으로 화형에 처해졌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9세.
지금보다 훨씬 심한 당시의 남성 위주의 중세 프랑스 사회에서 젊은 농촌 여성이 스스로 전쟁에 나갔으며, 또 100년이 넘도록 끝이나지 않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 되었으며, 전쟁이 끝나고서는 마녀사냥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거기다 죽어서는 카톨릭의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이 터무늬없을 만큼 범상치않은 골자들은 현대 역사가들에 의해 그럴싸한 스토리로 재탄생되었고, 마법에 대한 언급이 없이 전해졌다. (‘로젠하이츠-전설이 된 의사편’에..)
당시 힘을 쥔 자들은 마법을 사용한 흔적이나, 혹은 그런 의심만 가도 사람을 산 채로 화형에 처하게했다. 왕이나 지배층이 시키지 않는 일 따위를 평민들이 스스로 찾아서 그것도 산 사람을 화형에 처할 정도로 극악무도한 짓을 할리가 없다.
졸리는, 이미 그라찌에의 러스트(Lust)와 슬로쓰(Sloth), 그리고 조율(Adjust)의 돌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었다.
그라찌에의 연주 소리에 따라 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신도쿄상사의 두터운 유리문도 수백마리의 쥐가 마치 한덩이가 된 듯 밀어내니 별 어려움이 없었다. 쥐들은 상사 내부에서 흩어져 우선 신(Siin)이 저질러 놓은 피해자들의 시체들을 덮쳤다. 쥐들은 시체들의 피와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 조각내어 삼켰다.
쥐들은 또한 우미드와 오타들이 있는 세일즈부실까지 들이닥쳤다. 다행이 세일즈부실의 나무 문은 닫혀 있어 사람이 아니고서는 문을 열수가 없었다. 그러나 쥐들은 자신의 작은 두개골만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든지 통과할 수 있다. 세일즈부실의 문과 바닥사이의 틈 사이로 쥐들이 끼억끼억 밀고 들어오려 애쓰고 있었다. 몇몇 쥐들은 나무문을 이빨로 갉아 내고 있었다.
우미드가 이미 칼을 날렸을 때, 오타에게 안겨 눈을 감고 있던 선명한 초록색의 타로가 눈과 입을 동시에 열자 타로의 입안에서 수십마리의 얼음 나비들이 한번에 뿜어져 나왔다. 얼음나비들은 신의 칼날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듯 신(Siin)의 검날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얼음나비들은 냉기를 가득 품고 있었기에 신의 칼날은 급속도로 냉각되어갔다. 급기야 신을 쥐고 있던 우미드의 손까지 얼어붙을 듯 차가워져 우미드는 칼을 털어내고 뒤로 서너걸음 물러 나야만 했다.
“하압!”
우미드가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기합을 주자 칼날에 붙어있던 얼음나비들이 칼에서 떨어져 나왔고, 우미드는 뒤로 서너발자국 물러났다. 칼을 잡은 손끝이 또 다시 따가웠다.
신(Siin)은 잠시간 얼음나비들에게 붙잡혀있었을 뿐이었는데, 뭔가 차가워도 너무 차가웠다.
신에게 들러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온 얼음 나비들은 허공을 날아 우미드와 쥐들에게 날아갔다.
우미드가 얼음 나비 한 마리를 왼손으로 처내어 버리자 이번에 얼음나비는 쉽게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 주변을 극냉화 시켰다.
“아악!!”
얼음나비를 친 우미드의 맨손은 얼어버렸다. 우미드가 고통에 혼란을 겪자 신을 쥐고 있던 손에서 또다시 찌릿찌릿한 따가움이 느껴졌다. 뒤에도 얼음나비들이 있어 우미드는 뒤로 더 물러 날 수도 없었다. 다행이 얼음나비들은 우미드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얼음나비들은 방안으로 들어오고있던 쥐들에게도 날아갔다. 얼음나비가 쥐들에게 날아가 닿자, 얼음나비는 파편이 되면서 그 주변의 쥐들을 새 하얗게 급냉사시켜버렸다. 문틈에 끼어 얼어버린 쥐들은 다른 쥐들이 세일즈부실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문을 봉쇄하고 있었다. 쥐들도 냉기 앞에서는 약하다.
타로가 흡수했던 빙하수는 무려, 십만년 전에 북극에 내렸던 눈이었다. 10만년 동안 북극지방의 냉기에 갇혀있던 순수한 물이 21세기에 와서 녹은 것이었다. 그 물을 흡수한 타로는 본인 조차 여태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지원형인 타로가 냉기라는 공격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타.. 타로!!!”
타로가 살아나자 오타가 반가워 소리 쳤다.
“어, 오타!”
타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말했다.
“이..이게.., 대체 다 어떻게 된일이야?”
오타가 물었다.
“어, 잠깐만~! 이제 막 제 2차전이 시작 되었으니까.”
타로는 오타에게 답변을 하면서도 신(Siin)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타로의 표정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묻어났지만, 그 너머로 자신감이 감돌았다. 타로는 자신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뒤에는 천하의 질투쟁이 오타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