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79)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13)
~ 영덕, 걷기와 물가자미 축제의 날(영덕해맞이공원 – 대진해변 25.1km)
5월 21일(토), 맑고 선선한 날씨다. 영덕 해파랑길 걷기축제의 날, 오전 7시 40분에 숙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영덕해맞이공원에서 걷기축제가 열리는 경정해안까지 걷기에 나섰다.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해안의 경관이 빼어난 지역, 일찍부터 블루로드로 개발하여 곳곳에 나무계단을 만들고 위험한 구간에 밧줄을 쳐놓아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걷기명소다.
해맞이공원에서 오보해안을 거쳐 경정해안까지는 8.9km, 급경사의 오르내리막이 이어지는 해안 길을 쉬지 않고 걸어도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오전 10시경, 경정해안에 도착하여 개막식장으로 들어가니 사회자가 5월 7일에 부산오륙도에서 출발하여 6월 4일 고성통일전망대까지 779km를 걷는 해파랑길 이음단이 입장하나도 소개하며 큰 박수로 맞이하자고 소개한다.
영덕걷기축제 개막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식장은 원근 각처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잔치 집처럼 흥겨운 분위기, 식전 공연이 30분 넘게 이어진다. 남성 색소폰 팀의 연주가 구성지고 30명 넘는 여성으로 구성된 영덕월월이청청 가무단의 공연이 신명나다. 이어진 대게난타 팀의 북소리가 흥을 돋우고.
10시 40분경에 본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의 표제는 ‘동해안 푸른 바다와 함께 간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개회인사를 통해 ‘영덕은 산과 바다, 강이 한데 어울린 대게와 물가지미의 특산물 산지이자 블루로드의 명품 길이 연거푸 소비자브랜드대상을 받는 등 걷기명소로서 해파랑길 770 이음단과 함께 해파랑길 개통축제를 열게 된 것을 뜻깊게 여긴다.’고 말한다. 개막행사는 해파랑길에 포함된 19개 자치단체를 연결한 조각보의 개막과 이음단에게 깃발을 전달한 후 걷기참가자자들이 경정해안에서 축산항까지 5km내외의 걷기출발 순서로 이어진다.
11시 쯤 해파랑길 이음단을 선두로 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걷기에 나섰다. 초반의 도로를 지나 해안으로 들어서니 한 줄로 서서 걸어야 할 좁은 길,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진행속도가 더디다. 일반참가자들과 섞여 축산항에 도착하니 12시가 지났다. 축산항과 연육교로 연결된 다리를 건너 죽도 전망대를 돌아 축산항으로 내려오는 것이 걷기축제의 코스, 80여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니 축산항 인근의 바다와 산, 마을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시야에 들어온다.
죽도전망대에 오르는 걷기 참가자들,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점심장소는 축산항의 꿀꿀이돼지국밥집, 국밥을 들고 나니 오린지를 두 개씩 나눠준다. 임우철 대원이 땀 흘린 대원들의 목을 축이라고 마련한 것,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식당 앞 광장이 바로 물가자미축제가 열리는 곳,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주최 측에 신청을 하여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대원 중 최연소자인 손영재(20세) 대원이 이음단을 대표해 출전신청, 단상에 올라 힘차게 부르는 노래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축산항의 물양장에서는 노 젓기 대회도 열리고.
물가지미 축제에 참석하여 흥겨운 기를 받은 대원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후 걷기에 나섰다. 영양 남씨의 시조비가 있는 곳을 지나 10여분 걸어가니 산길로 접어든다. 대소산 봉수대로 가는 코스, 2km의 산길을 힘겹게 올라 정상에 이르니 282m의 높이다. 주변을 살피니 바다와 항구, 산으로 둘러싸인 경관이 빼어나다. 이곳에서 다시 이색 산책의 길로 연결된 산길이 이어진다. 대소산봉수대에 오르는 코스보다 훨씬 긴 오르내리막길, 산자락 끝의 이색기념관에 도착하니 오후 5시다.
경정해안에서 축산항에 이르는 걷기도중 이색의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로 시작되는 시조를 여러 차례 스피커로 들었는데 기념관에는 이색의 한시, 백설이 잦아진 골,,과 부벽루가 액자로 제작되어 부착되었고 이색과 교류했던 인물, 제자들의 면면이 괄목하다. 작년에 노인건강타운의 강좌에서 한국의 한시 대가로 목은과 다산의 작품들을 접한 터라 기념관에서 살핀 그의 행적이 반갑다.
이색기념관 액자에 담은 목은 한시
그가 태어난 영해면 괴시리는 영양 남씨의 집성촌으로 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전통마을, 그 동네 앞의 넓은 평야가 풍요로운 고장인 것을 설명해준다. 마지막 도착지는 전날 출발지점인 대진항, 도착 시간은 5시 반으로 예정시각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졌다. 걸은 거리는 25.1km, 오늘로 걷기 15일째 29일 일정의 절반 지나 총 390여km를 걸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반에 반을 넘겼으니 이제 탄탄대로에 들어선 셈, 모두 힘을 내서 씩씩하게 걷자.
탄탄대로를 밝히는 보름달, 오늘이 4월 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