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5
[건축학개론 (2012)] - 이용주 감독과의 대화
사회자 : 400만돌파 축하드립니다.
이용주 감독 : 제가 건축학개론 준비하면서 인터뷰에서도
많이 밝혔고, 이 시나리오가 굉장히 제작사나 배우들 한테
퇴짜를 많이 받은 시나리오에요. 역설적으로 흥행이 안될것
같단 이유로 많이 거절 당했었는데. 명필름을 만나서 겨우
찍을 수 있었고, 심재명 대표님께서 돈을 벌려고 하는 영화는
아니다. 찍고 싶어서 하는 거다.........
사회자 : 시나리오 같은 경우에는 명필름에서 제작하기로
결정 난 후에도 혹시 수정을 하셨나요?
이용주 감독 : 1년 했죠. 1년 짧은 시간입니다.
그전에 8년 썼었거든요.
사회자 : 시나리오가 10년 전에 쓴 거라고 본거 같은데요.
이용주 감독 : 2003년도 한 5월 [살인의 추억]개봉하자
마자 쓰기 시작했어요. 올해가 횃수로 10년 째.
사회자 : 정말 긴시간 동안 아끼고 아껴뒀다고 해야 되나요?
이용주 감독 : 아끼고 아꼈다기 보다는 마르고 닳도록이란 표현이.
30대를 보냈죠.
사회자 :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시나리오라서 이렇게
성공하고 나서 뿌듯하시겠네요.
이용주 감독 : 제가 2003년도에 2012년도에 개봉을 해서 410만이
들거야란 걸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던거 같아요. 모든 게 결과론이니까.
2003년도에 쓸때는 한 4~5년 개봉하지 않을까. 6~7년 계속
미뤄지다가 어느덧 보니 30대가 다 가고. 이런 상태가 됐던거든요.
그 시간이 좀 아깝고, 또 한편으로는 남들은 다 안된다고 그러는데
저는 진짜 이게 안되는건지 너무 궁금했었어요. 나는 재밌다고
썼는데 이게 그렇게 안되는 거라면 난 앞으로 작가나 감독을 계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대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좀
온전한 감독이 될수 없겠다는 생각에 어떤 식으로든 이건 찍어음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중략...)
<관객과의 대화> 중 일부.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 학생 : 배우분들과 제작사에서 시나리오
보고 대개 거절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는데 혹시나 다르게 수정할
생각은 없으셨는지?
이용주 감독 : 보통 영화 제작이 어떻게 돼나 하면, 제가 시나리오를
쓰자나요. 제작사랑 파트너가 정해지면 그쪽 대표나 PD님들이
의견을 내셔요. 이렇게 고치는게 어떠냐. 저렇게 고치는게 어떠냐.
시나리오는 항상 고치는 게 일이에요. 의견 들어 저렇게도 고치고.
어마어마 하게 고쳤어요. 농담삼아 제 시나리오 파일만 몇 천개나
있어요. 심지어 어떤 버전도 있었냐 하면 인터뷰 때도 많이 이야기
했지만 한가인씨가 성인돌인 버전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르샤씨
만나서 인터뷰도 했었어요. 너무 밋밋하다고 하니까. 음악 영화를
흉내 내볼까 해가지구 아이돌 은퇴 무대에 "기억의 습작'을 부르는
게 엔딩이었는데. 그때 버전은 그런 버전도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영화가 다르죠. 영화 제작을 위해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했던
거 같아요...... 그 사이에서 감독들이나 작가들은 고민 하죠.
내걸 얼마큼 지키고 얼마나 받아들여야만 제작이 가능한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거기에 대한 명쾌한 기준이나 확신이 있다면
문제가 없는데 흥행이라는 것은 알수가 없으니까. 제가 평생
영화 감독을 하는 한 고민하고 앞으로도 해야될 직업의 숙명 같은
측면이랄까요. 그런 고충이 있죠.
여 관객 : 원래 건축학도 셨자나요. 그런데 그때는 월 300을
받다가 어느 순간에 연200을 받는상황이 됐을 때 이때까지
자기 꿈이어도 포기하고 싶거나 내가 왜 이랬지 후회할 때가
있자나요.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용주 감독 : 있었어요. [건축학개론] 엎어지고. [불신지옥]
준비해야 되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했었어요.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런 생각했었어요. 그리구 내가 왜 이렇게 됐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여러분들 다 느끼겠지만, 아니면 대학생들이라 덜 느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 나이가 이미 37, 38살. 이때였기 때문에
집안에서의 책임감. 그게 굉장히 정말 절 괴롭혔어요. 왜 없었겠어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영화 감독 하지 않았으면 그래서
그때 해볼까 하다 '에이 하지 말아야지' 하고, 그냥 계속 건축했으면
분명히 38~39살에, '그때 했었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 했을거에요.
분명히.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건축학개론]이 지금 찍혀진
고가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2003년도에 썼던 초고와 가장 흡사한
버전으로 완고가 나와서 찍혔거든요. 무수한 길을 돌아와서 집에
돌아온 셈.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고 인생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돌이켜 보면은 결국은 정답은 바로 옆에 있는게 아닐까. 혹은 없는 게
아닐까. 받아들이기 나름인건데...... 제가 건축 왜 그만 뒀냐 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게 싫어서 그만뒀거든요. 궁시렁대는
저를 발견했을 때, 이놈의 회사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너무 불행하더라구요.
그렇게 사는 제 자신이. 영화 하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려고 노력 많이했고.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월 50만원으로 몇년을 살았었는데. 그때 당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죠. 그런데 건축을 계속 했더라도 마찬가지 였지
않았을까, 제 동기들 보면 그러고 있으니까. 정답은 없는 거 같아요.
(중략...)
여 관객 : 마지막에 결국에는 두 배우가 잘 안되자나요. 그게 어떻게
보면 애틋한데 잘 될수는 없었는지 궁금해요.
이용주 감독 : 몇 살이세요?
여 관객 : 스무살이요^^*
이용주 감독 : 나이드셔 보면 압니다.
스무살 여 관객 : 왜 첫사랑은 잘 안되는가요^^?
(관객들 웃음*^^*)
이용주 감독 : 삭제씬에도 나오지만. 납득이가 삭제된 납득이가
"잘 되면 첫사랑이니, 마지막 사랑이지."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스무살이니까 앞으로 연애 많이 하시게 될거에요. 이런 첫사랑,
저런 사랑을 만나면서 결국 사람이 성숙해진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첫사랑 이번에 했던 이걸 통해서 서로 성숙된 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고.
저도 저한테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첫사랑이 안타깝지만,
예를 들어서 고등학교 때, 지금 스무살이시니까, 초등학생 때 생각하면
막상 그리운 친구들. 막상 만나면 확 깨거든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소중한 기억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 기억은 기억대로 소중히 하고
자기가 한뼘 성장한 만큼 자기 길을 가야 되는 것......
스무살 여 관객 : 집에 대해서 집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건가요?
이용주 감독 : 그건 너무 많죠. 그 이야기의 가장 큰 소재고, 주제고,
테마고 정말 많은데. 제가 주절주절 이야기 하는건 도움이 안되는 거
같고. 지금 영화를 보시면서 느끼는 것. 그러면서 자기 집을 다시 돌아
본다거나. 내지는 집 그 이상의 것. 저는 영화는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랑 선배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제일 많이 물어보시는데.
스무살 여 관객 : 저도 그게 진짜 궁금했었어요.
이용주 감독 : 그거죠. 제가 뭐라고 이야기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관객분들이 보고, 느끼는게. 영화는 찍고 개봉하는 그 순간 제게 아니에요.
관객분들 꺼니까. 어떤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자나요. 그렇듯. 영화의 어떤
의미. 내지 이런거. 학생들이니까 이런 말씀 드리는데. 영화를 그럴싸하게
분석한다든가. 그런분들 있단 말이에요. 친구 중에도 있고. 평론가들 그러는데.
저는 그게 그렇게 좋은 감상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화는 자기가 느끼는
만큼 느끼는 것을 소중히 하는게 중요해요. 자기는 잘 모르겠는데. 쟤가 저렇다고
하니까. 영화지에서 그렇타고 하는 걸 끄덕이는 건 좋은 감상법이 아니다.
일단 자기가 재밌다고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리고 이미지로 간직하는 것.
나중에 한 5년이나 6년 뒤에 [건축학개론]을 추석 때 OCN에서 볼 때가 있을 건데,
그때 느끼는 느낌. 저는 영화가 그런 면에서는 나름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는게.
그러면서 성장된 자기를 발견할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다떨기 : <2012 제8회 부산 디지털 콘텐츠 유니버시아드> 행사 중
이용주 감독님과 함께한 무비토크 시간에 참여해서 녹음했던 내용 중 일부분입니다.
자리를 마련해주신 부산 디지털 콘텐츠 유니버시아드 관계자님들과
관객과의 진지한 대화를 함께 해주신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님
유익한 시간 마련해 주셔서 감사했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이용주 감독
1970/한국
학력 :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감독 : 건축학개론 (2012)
불신지옥 (Possessed, 2009)
각본 : 불신지옥 (Possessed, 2009)
연출부 :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