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성인은 1090년 프랑스 디종 근교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그는 시토회에 입회하였다.
나중에 클레르보 수도원의 아빠스(대수도원장)가 되어,
몸소 모범을 보이며 수도자들을 덕행의 길로 이끌었다.
또한 그는 교회의 분열을 막고자
유럽 각지를 두루 다니며 평화와 일치를 회복하고자 노력하였고,
신학과 영성 생활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1153년 선종한 베르나르도 아빠스를 1174년 알렉산데르 3세 교황이 시성하였고, 1
830년 비오 8세 교황이 ‘교회 학자’로 선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
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라고 하신다.
그만큼 부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온 마음을 쏟으며,
주님께 마음을 두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복음).
‘출가’(出家)와 ‘가출’(家出)은 똑같은 한자를 앞뒤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그 뜻은 참 다릅니다.
출가는 어떤 큰 뜻을 목적으로 하여 집을 떠나는 것이고,
가출은 다만 집을 나가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출가는 내적 자유를 위해 세속적인 인연과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떠나는 것이기에 종교적 의미가 강합니다.
그러나 가출은 어떤 짐이나 문제를 벗어 버리려고
집을 나가는 것이기에 도피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출가는 단순히 살던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며,
마음이 붙잡혀 있는 곳을 향하여 집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에서도 어느 순간
또 다른 집을 짓고 그곳에 안주하고 싶은 순간이 옵니다.
살던 집은 떠났지만 어딘가에 다시 집을 짓고
거기서 머무르려는 순간부터 출가는 진정한 의미를 잃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야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출가를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의 마지막 결론은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입니다.
출가는 단 한 번 ‘집’〔家〕을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집’(執)에서, 집착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저 가출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사실 제자들의 출가는 그들의 집을 나왔을 때가 아니라,
주님 부활 이후 그 진리에 온전히 투신할 때에 이루어졌습니다.
신앙을 선택한다는 것은
굳이 사제나 수도자가 아니더라도 출가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집에 머물러 있어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가치대로 산다면 그는 출가한 사람이 됩니다.
반대로 집을 떠나 있어도 세상 것에 대한
온갖 번뇌와 집착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는 가출한 사람일 뿐입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이러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하느님을 믿으라고? 아니야. 난 나를 믿어.”
어느 누구에게 의지하기보다 열심히 살면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나를 믿는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독일 출신의 유명한 철학자 야스퍼스에 따르면,
인간은 죄와 고통, 허무와 죽음 같은 한계 상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본디 이 한계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종교란 바로 이러한 인간의 한계 상황을 벗어난 영역,
곧 초월적인 영역을 제시하고 안내하며
이끌어 주는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한계 상황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하십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여기서 부자는 단순히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힘’에 의존하는 이를 가리킵니다.
왜냐하면 제자들이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며
의아하게 생각할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무슨 일이든 하실 수 있다”
사람의 힘, 그것이 권력이든 재력이든 사교술이든,
또는 인내력이나 기획력, 창의력 등 어떤 능력이든
그 힘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 능력들이 인간의 한계 상황을 벗어나게 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 능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죄와 고통, 허무와 죽음 같은 한계 상황은 더욱 뚜렷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힘에 의지하며 사는 부자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