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5코스
(경북 울진, 2021. 11. 21)
해파랑길 25코스는 경북 울진군 기성면의 기성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여 사동항, 기성망양해변, 망양휴게소, 덕신해변, 오산항, 진복해변, 망양정을 거쳐 왕피천의 수산교까지 약 23.2km를 7시간 30분 동안 걷는 코스다. 당일코스로 진행하기에는 거리가 좀 길고 무박으로 진행하기에는 거리가 좀 짧지만 여유있는 트레킹을 위해 무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새벽 4시. 출발지인 기성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사방이 캄캄하다. 동이틀려면 아직 2~3시간은 족히 남은 듯하다. 헤드랜튼에 의지하여 어둠을 뚫고 도로와 들판길을 지나 다시 작은 산을 낀 도로를 걷게 되니 바닷가가 아니라 산길로 향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파도소리가 들리면서 바다가 나오고 몇 발 더 걸어가니 사동항이다
(사동항까지 약 3.6km, 45분 걸렸다)
새벽부터 오징어잡이배의 눈부신 불빛에 이끌려 가까이 가보니 밤새 잡은 방어를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상자째 늘어놓고 배위에서 바로 경매를 하고 있다. 오징어가 사라진 동해바다는 방어가 단골손님이 된 듯하다. 고등어라기에는 너무 크고 방어라기엔 너무 작아 확인차 물어보니 방어란다. 아직 큰 방어는 아니고 중병아리 수준의 방어다. 물이 넘치는 상자 속에서 요란하게 퍼득거리는 방어를 보니 "진짜 살아있네~!" 라는 말이 실감났다.
조금 더 걸으면 기성망양해변이고 이곳에선 잠시 해변길을 걷게 된다. 어둠속의 해변길 걷기는 좀 불편했지만 이 시간에도 해변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따금 텐트 속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해변을 벗어나 조금 더 걸어가면 길 건너편에 망양정 옛터가 있다. 과거엔 여기가 망양정이었던 모양이다. 멀리서 봐도 꽤 근사한 정자다. 올라가 보니 아직도 사방은 칠흑 같이 캄캄한데다 바다 방향으론 나무 몇 그루가 시야를 가려 망양(望洋 바다를 바라봄)이 잘 되지 않았다. 더 크기전에 나무들을 잘라내거나 옮겨 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대게의 원조 울진"이라는 글을 내세운 대게 조형물과 오징어 모양의 홍보탑을 내세운 오징어 판매장도 나오고 좀더 가면 망양휴게소가 나온다. 사방은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망양휴게소까지 10km, 2시간 40분 걸렸다)
망양휴게소를 지나면 대도로를 벗어나 바다가 넓게 보이는 해안도로를 걷게 되고 어둠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덕신해변으로 들어서면서 멀리 오산항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일출 생각이 나서 검색해 보니 오늘 동해의 일출은 7시 9분이다. 잘하면 또 일출 감상을 하겠거니 하며 기대를 했지만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심한 미세먼지 때문인지 기대했던 해는 뜨지 않았고 한참이 지난 7시 50분경 어디 있다 나왔는지 희뿌연 구름 사이로 펑퍼짐한 해가 잠시 나왔다가는 다시 사라졌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 이거라도 하나 찍어두자 하는 마음으로 지각한 일출을 찍었다.
오산항에 도착하니 이곳에선 새벽 경매는 끝났는지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방어를 손질하고 있다. 이곳 방어는 주변 식당으로 바로 직행하는지 이미 죽어서 상자에 담겨 있고 손질하면서 떨어져나간 내장과 머리를 놓고 갈매기들이 쟁탈전을 벌리고 있다.
(오산항까지 13km, 3시간 20분 걸렸다)
진복해변과 산포리 해변은 무덤덤한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것 외에는 특별히 볼 것이 없다. 촛대바위 운운 하지만 그것 역시 도로에 딱 붙어 있어서 이름값을 못하고 그저 도로가의 큰바위에 불과한 수준이다. 바다 외에는 달리 볼거리는 없지만 망망대해를 보며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낭만적인가? 우리가 해파랑길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산포리해변이 끝날 때 쯤이면 잠시 해변을 벗어나 망양정이 있는 해맞이 광장으로 올라가게 된다. 작은 동산 같은 이곳엔 전망대와 울진대종루, 망양정, 관동8경길, 케이블카, 사슴동상, 전통놀이 체험장 등이 있다.
전망대와 망양정에서는 동해바다를 잘 조망할 수 있고, 망양정 안에는 정조와 숙종의 어제시(御製詩, 왕이 친히 지은 시)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등 망양정에서 바라본 경치에 대한 감흥이 담긴 시와 글들이 걸려있고, 관동8경길에는 1경 고성의 청간정, 2경 강릉의 경포대, 3경 북한 고성의 삼일포, 4경 삼척의 죽서루, 5경 양양의 낙산사, 7경 북한 통천의 총석정, 8경 울진의 월송정이 차례대로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이곳 망양정은 6경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 이곳에 정자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실수로 사진을 찍어오지 않은 것인지 빠져있다.
(망양정까지 약22km, 5시간 40분 걸렸다)
차례로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사슴동상을 만나게 된다. 앞에는 케이블카가 있고 왼쪽편으로는 전통놀이 체험장이 있다. 케이블카 뒷편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면 금방 왕피천이 나오고 길 건너 데크길을 따라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25코스의 종착지인 수산교에 도착한다. 주변엔 식당도 몇 개 있어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왕피천은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오기리에서 발원해 울진군을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1 km의 하천인데 경치도 좋고 물이 맑아 피래미가 많이 살고 있고, 피래미 축제도 인기 있는 관광상품중 하나라고 한다.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으로 잠시 피해 있었다고 해서 왕피(王避)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트랭글앱을 보니 총거리와 소요시간은 24.4km, 6시간 18분으로 나왔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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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의 그 시간들로 추억소환되어 함께 하는듯 합니다.
점점 유머가 늘어가는 신봉님,
펑퍼짐, ㅎㅎ
지각한 일출도 미세먼지와 흐린날씨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제의 바다는 지난 코스와는 비교되는 구간으로
좀 아쉬움이 많은 코스였습니다.
다음 코스엔 재미난것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아요~
두루 애쓰셨습니다.^^
어제도 수고 많았습니다 어둠 속에 지나갔기 때문에 아쉬움은 많지만 지난 24코스 못지 않은 좋은 코스였고 특히 마지막 망양정에서는 볼 것도 많고 해서 값진 트레킹이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 코스에서 만납시다
네넹~ 마음은 항상 꽃길만 안내합니다. ㅎ
멋깔스런 글솜씨 나날이 더하네요. 함께 간듯 생생리포트 짱~~~^^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