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원인 '버블제트' 맞다"...카이스트 실물 모형 재연
조선닷컴
입력 2013.05.17 16:41업데이트 2020.07.29 13:13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17/20130517011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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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천안함 폭침 원인으로 알려진 ‘버블제트(Bubble Jet)’ 현상의 실물(實物) 모형실험에 성공했다. 버블제트 현상은 폭약으로 인해 물속에서 발생하는 가스 버블로 압력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물 위로 물기둥이 솟구치는 것을 일컫는데, 어뢰 등의 폭탄이 터지면서 일으킨 거대한 물기둥의 파괴력으로 인해 배가 산산조각난다는 것이다.
신영식 카이스트(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초빙교수는 이달 9일 충남 당진의 한 채석장에서 버블제트로 배가 파손되는 수중 폭발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신 교수는 미국해군대학원에서 약 30년 동안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중폭발, 탑재 전자장비의 충격 내구성 검증, 충격 및 진동문제해결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2005년 최고 영예직인 특훈교수로 임명된 수중충격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국방부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당시 물기둥을 봤다는 생존 승조원들의 여러 증언을 토대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어뢰 폭발로 인한 버블제트라고 밝혔으나, 이를 직접 시연(試演)해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비슷한 결과를 도출한 적은 있다.
신 교수는 “옛날에는 어뢰를 배에 직접 맞혀 침몰시키는 방식을 썼지만 요즘은 배의 5m 아래에서 폭발을 일으켜 버블제트를 발생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신형 어뢰는 군함을 파괴하기 가장 좋은 1Hz(헤르츠·Hz=초당 1회의 진동) 충격파가 발생하도록 폭약의 양을 계산해서 만든다”고 밝혔다.
천안함 역시 어뢰에 의해 직접 타격을 당한 것이 아니라 선체 밑에서 터진 어뢰의 폭발력으로 거대한 물기둥이 수면으로 솟구쳤고, 이때의 충격으로 천안함이 수면 위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수면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두 동강이 난다는 이론이다.
신 교수 연구팀은 5차례 인공 버블제트 실험 과정에서 길이 8.4m, 폭 0.68m, 무게 350kg의 알루미늄 모형 선박을 실제로 사용해 두 동강 내는 데 성공했다. 1kg의 폭약을 사용한 뒤 수중에서 폭파시키자 30m 높이의 물기둥이 솟구쳤고 모형 선박은 이 충격으로 두 동강 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선박 바로 밑 물 속 3m에 위치한 0.2kg의 약한 폭약에도 모형 선박이 위태로울 정도로 크게 요동쳤다. 이는 배의 고유진동수(약 7Hz)와 가스 버블의 주기가 유사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다.
그동안 천안함 폭침 원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좌초설이나 암초설 등의 주장을 제기하면서 정부 당국의 ‘버블제트’ 폭발론을 사실상 부정해 왔으나, 신 교수팀이 이번에 실물 모형을 통해 버블제트 현상을 그대로 재연해 냄으로써 이런 논란은 크게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