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회복자 가족 수기
ㅇㅇㅇ
남편의 심한 알코올중독 문제로 힘들어 하는 나를 보신 전도사님께서 카프(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를 소개해 주셨다. 2008년 3월 카프를 처음 방문한 날이다. 남편의 술 문제로 고통스러워 상담했는데 심각한 알코올의존상태라고 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듣는 순간 너무 속상하고 눈물을 많이 흘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남편은 단주한지 5년이 되어간다.
알코올 중독이 아닐까하는 막연한 생각은 14년 전이다. 그 당시 남편과 초등학생인 딸 둘을 데리고 상계동에 살던 때이다. 남편은 술과 친구들을 좋아했었고, 술을 마신 날이면 우리집은 늘 비상이었다. 술에 취해 들어오면 불평하며 시비와 트집을 잡고 무슨 말만 하면 화내며 무서운 표정도 짓고, 벽을 치기도 하였다. 본인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살림도 부수는 행동을 했고 더 나아가 폭력도 사용하였다. 술이 깨면 미안해하며 점잖은 사람으로 있다가 술만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면서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월급을 타면 50%이상 본인이 사용하니 생활비는 항상 모자라고 하루 세끼 밥 먹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영향실조로 얼굴에 버짐이 생기고, 쌀이 없어서 밀가루로 수제비 만들어 먹은 것도 여러 날이었다. 친구가 많았던 남편은 매일 술을 먹었고 그에 따른 고통이 있었지만 집에서는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고 어찌 할 수가 없어 그냥 당하고 살았다.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하고 1개월도 안되었을 무렵. 술에 취해서 들어온 남편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살림살이를 부수고 집안을 발칵 뒤집는 난리가 났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잠깐 피신했다가 안되겠기에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친정 오빠 집으로 도망쳐와 있었다. 그런 후 지켜보았는데 남편은 술에 취해 점점 폐인이 되어갔다. 이런 상황이 시댁에 알려지고 난 후 남편은 시어머님댁으로 들어갔다. 나는 친정오빠 집 부근으로 아이들을 전학시키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간 남편의 반대로 집에만 있었기에 직장생활은 매우 힘들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안보이니 오히려 안정을 찾고 얼굴도 좋아졌지만 나는 남편의 일이 걱정되었다. 남편이 오빠 집으로 찾아와서 행패를 부릴까봐 무서웠고 그에 따른 뒷감당 또한 두려웠다. 남편이 아이들을 어찌할까봐 불안하고 두려워 해결책을 찾아야만했다. 남편은 시댁에서도 술을 먹었고, 어머님의 핀잔에 못 견디고 집을 나와 친구네 공장에서 일하며 방을 얻어 혼자 살기도 했다. 다시 큰형 공장에서 일하면서 지낼 때 나는 남편을 받아 주고 주말부부로 살면서 지냈다.
그러나 남편은 공장에서도 술 문제로 싸움도 하고 욕도 많이 먹고 형한테 매도 맞으며 지내다가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받아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며 화내고 아빠랑 살기 싫으니 헤어지라고까지 했다. 나는 남편이 술 기운에 우리에게 해를 입힐까봐 두려운 마음에 집에 데려와서 어찌해 보려고 한 것인데 그게 실수였다. 술 안먹을 때는 멀쩡했다가 술만 먹으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일이 자꾸 생겼다. 점점 표정이 악해지고 이성을 잃어가며 욕하고 자해하고, 때로는 오빠와 남편이 다투는 일도 있었기에 나는 더욱 공포에 떨었다. 사실 남편이 술을 끊으려고 노력을 한 것을 나는 안다. 1년간 단주하며 직장생활을 했지만 재발, 몇 개월 마시고 단주하고 재발했다. 가정은 점점 힘들어졌고, 나와 아이들은 눈치만 보며 점점 지쳐가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다시 술, 담배를 동시에 끊어 보겠다고 하였다.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나는 도와주고 싶었다.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금단 현상과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땀을 흘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무릎 꿇고 앉아 울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남편을 위해 기도를 했다. 그러던 중 전도사님이 카프를 소개해주신 것이다.
카프에서 남편의 문제를 가지고 상담을 하면서 알코올 중독임을 확실히 알았고, 나쁜 습관과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만이 아니고 알코올 중독은 질병이라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가족교육에 참석하여 알코올중독에 대한 이해를 하였으며, 가족모임에 참석해서 집단 상담을 받았다. 다른 가족들도 함께 모임을 가졌는데 그들의 경험에서도 중독이 고치기 힘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낙심도 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다. 가족교육과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해서 나는 참으로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가족이 모두 병들었으니 가족 자신부터 회복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남편도 카프이용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참사랑공동체라는 주간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가 교육을 받기 사작했다. 그렇게 서로 노력하면서 카프 병원과 카프이용센터에 계속적인 인연을 맺어 갔다. 가족모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마른 주정 등을 배우고 남편에게도 알려주며 적절히 대처하고 도와주면서 우리 둘 다 회복의 길로 나갔다. 카프는 참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 가정을 회복을 도와주었다. 12단계 적용 프로그램을 통해 알코올 문제에 무력했다는 것을 시인하게 되었고 스스로도 건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애니어그램을 통해 남편 성격과 내 성격, 다른 사람들의 성격까지도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 방법을 찾고 실천하게 되었다. 부부 상담도 받아서 서로의 감정을 읽고 위로하게 해 주었으며, 숲 치유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처음으로 술 없이 함께 여행을 다녀오게 했고 자연 속에서 새로운 경험과 기쁨을 맞볼수 있게 해주었다. 연말에 회복자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연말행사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사미고)’, 건강가족 체험행사인 운동회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며 다른 가족들 입장에서 볼 수도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남편의 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남편이 술만 끊으면 다 된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 갖고 있는 상처, 아픔, 분노, 가족문제, 마음을 치료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건강한 의사소통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카프와 관계를 지속하며, 새롭게 사는 방법을 연습해야 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남편 탓으로 돌리며 지적하고 불신하고 외면하고 이혼하려 했던 내 모습을 보게 해 준 곳, 내 책임도 50% 라는 것을 알게 해 준 곳이 카프다.
우리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병원치료는 생각도 못했고 그럴 여건이 정말 안 되었다. 그런 우리를 카프에서는 받아주고 교육시켜 주고 많은 혜택을 받게 해 주어서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가족들과 비교하면서 여러 병원을 거치면서 카프에 오게 되면 교육 자격이 더 있지만 우리는 안될 것 같은 생각도 했었다. 우리를 받아준 카프 덕분에 건강한 우리 가정이 생긴 것이다. 정말 감사를 드린다. 술을 끊었다고 해서 보통 일반인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역기능 가정에서 자라난 그 자녀들의 건강을 찾아 주기 위해서 카프에서 더 많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금 남편은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도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카프에서 참사랑 프로그램을 즐겁게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 직업재활 과정으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모습, YWCA에서 메뉴와 바리스타와 로스팅 과정 배우는 모습. 사미고와 숲 체험, 운동회에서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모습들이 나를 감동시켰다. 재활과정에서 알게 된 카페 티모르에 취직하여 실장 직함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안에 자신감을 키워가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를 감동시켰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만 한명에게라도 희망을 준다면 좋겠다면서 방송 출연하여 자기 자신의 지난날을 고백하고 현재의 모습을 보여 주는 모습이 너무 기뻤다. 이 모든 것이 카프에서 시작되었다. 카프 직원들의 수고하심과 가르쳐주심과 기다려주심이 오늘날 우리 가정이 화목한 가정으로 바뀔 수 있었다.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웃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기쁨과 즐거움,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게 되었다. 지금도 카프와 계속적으로 만나서 교제하고 공동체 생활을 한다. 이젠 내 마음도 자신감이 생겨서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놀랍다. 앞으로도 계속 술과 싸워 승리해야 하는데 카프가 있어서 마음 든든하고 감사하다. 많은 회복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오갈 수 있는 카프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다음카페 http://cafe.daum.net/karfnodong 에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