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도 내 일기장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허름한 지하 다방에
들어가 향기 진한 커피를 주문했다.
친구 옆자리에 다방 아가씨 앉더니
아! 오빠 나도 한 잔만 줘요….
오늘은 멀리서 찾아온 거래처 사장님이
오셔서 커피를 배달 주문했다.
보자기에 싸 온 커피 쟁반엔
아가씨 거랑 석 잔이 들어 있었다.
그래 너도 한잔해라.
네 것 한 잔 사준다고 내가 거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때 커피값이 얼마였지?
다방 커피값 2천 원이었나?
배달은 2.000원.
다방 가서 마시면 2.500원.
기억이 안 난다.
세월이 지나고 커피숍이란 것이
생겨나더니 커피값이 오르고
추억이 깃든 다방들이 하나둘 없어졌다.
담배 연기에 찌들던 90년도 지하 다방.
오늘 아침 비가 살짝이 내린다.
청소도 하고 어항 물도 갈아 주고
애들보고 점심이나 먹으러 나가자 했다.
점심은 그렇고 저녁 간단히 먹고
커피나 마시고 오자 한다.
오후 이른 5시쯤 나섰다.
집에서 10여 분 거리 찻길가에
샤브샤브 집으로….
이른 시간에 오랜만에 먹은
샤브샤브에 흠뻑 취하고 먹는데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길 건너편에 3개 동이 이어진 통건물에
커피숍이 있다.
집 가려면 또 차를 돌려야 하니 식당에
커피 한잔 마시고 온다고 양해를
구하고 길을 건너갔다.
빵 조금하고 각자 입맛대로 커피
주문해서 들고 2층으로.
요즘은 지역마다 커피숍들이 대형화되고 손님들도 북적인다.
옛말에 물장사는 다 남는다고
우스갯소리가 있었잖아.
우리집 아래 샛길 조그만 가게에도
손님들이 넘쳐난다.
지나면서 사 가는 분들도 많고….
빵 서너 조각하고 3잔이 28.500원.
나는 다방 커피 맛이 좋아 집에서
노란 스틱커피만 마신다.
커피숍 가면 다방 커피 맛을 기본으로
애들이 시켜준다.
빗줄기가 유리창을 흘러내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커피 맛이
그 옛날 다방에서의 생각이 나며
책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그 옛날
내 시 한 구절이 생각나서
옮겨본다.
아름다운 그녀가 / 詩 임 정룡
허름한 지하 다방에
보랏빛 함박꽃처럼
수줍은 미소로
고개를 숙이며 들어선
그녀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낡은 의자에 기대어
환한 미소를 지었는데
흐느적거리는 음악이
담배 연기와 춤을 춘다.
빨간 커피잔 속에 스며드는
그녀의 속삭임이
봄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데
코끝에 맴도는 블랙커피 향이
그녀의 목소리만큼 감미롭다.
더벅머리 총각 DJ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흐르는 시간을 망각한 채
우리는 일어설 줄
몰랐다.
첫댓글 옛 향수를 느끼게하는 좋은글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