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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쯤 시골집에 도착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리집은 마치 호랑이 키우는 집 같았습니다
마당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엇습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수박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감나무는 작년처럼 많은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현관앞 뜰팡엔 예쁜 채송화가 피어 있었습니다. 누가 봐줄사람도 없는데...
윤호엄마는 수북하게 자란 마당의 풀을 뽑기 시작합니다 윤호아빠도 함께 뽑습니다 동호아빠도 함께 마당의 풀을 뽑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뽑아도 풀을 다 제거할 수가 없습니다 마당 뿐만아닙니다. 뒤안에도 풀을 수북합니다 나중에 제초제를 뿌리기로 하고 벌초하러 짐을 챙깁니다 오늘은 벌초가 목적입니다 오늘중에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작년 벌초는 상짓말 끝에서부터 했는데 올핸 남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게 더 급한 모양입니다 예초기를 챙겨 차에 싣고 남사로 갑니다 가다가 제원다리 건너 주유소에서 연료를 10,000 원 어치 샀습니다 남사에 도착하여 드디어 예초기 엔진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잘 돌아가던 예초기가 시동은 걸리는데 가속이 안됩니다 힘없이 꺼져버립니다 몇번을 다시 걸어봅니다 캬부레터 에어크리너를 열어봅니다 스파크플러그를 뽑아봅니다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잘 돌기도 합니다
풀을 깎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묘, 그리고 아빠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묘를 반쯤 깎았을 때 예초기가 다시 말썽을 부립니다 시동을 걸면 걸리는데 가속을 시키면 꺼져버립니다
윤호아빠는 중대 결정을 내립니다 "안되겠다. 예초기를 새걸루 사자" "맞아, 그거 사서 거의 20년 가까이 썼으면 많이 쓴거야"
윤호아빠는 일을 멈추고 3명 모두 예초기를 사러 금산으로 갔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말썽을 일으키는 예초기를 들고 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31만원을 주고 짊어지는 새 예초기를 한대 샀습니다 국산이지만 성능이 좋습니다 말썽을 빚은 종전 예초기는 일본제 가와사키 엔진입니다
예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낭비됐습니다 남사 벌초는 6시가 돼서야 끝났습니다
이제 상짓말로 가야합니다 오늘 어둡기전에 모두 마쳐야하는데 아슬아슬합니다
금산시내는 인삼제 준비로 들떠 있습니다 시내에서 상짓말 가는 길은 끊기고 돌아가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합니다 온통 공사판입니다
상짓말 끝 묘에 도착하여 빨리빨리 작업을 합니다. 예초기가 말썽을 부리지 않으니 묘 하나에 2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릴 뿐
마지막으로 예비군 훈련장 연못옆 묘를 모두 깎았을 땐 어두웠습니다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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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 더이상 작업을 할 수 없는 그 시간
벌초는 끝났습니다
근데 윤호아빠 팔뚝은 엉망입니다
딸기나무 가시에 긁혀 피가 납니다
윤호엄마는 여러차례 말했거든요
장갑 끼고 해라
긴팔 입고 해라
근데 윤호아빠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답답하다는 겁니다
그냥 하더니 엉망입니다
말을 듣지 않았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윤호아빠는 철이 더 들어야 합니다
일을 다 했으니 이제 저녁을 먹어야지요
시골집에 가봐야 아무것두 없습니다
일단 장비를 내려 놓으러 집에 가야 합니다
풀 가루가 얼굴에 묻어 엉망입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습니다
일단 세수도 하고 씻어야 합니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시간 시골집에 도착했습니다
수돗물을 틀어 세수를 합니다.
시원합니다
좀 살것 같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윤호아빠 친구 대성이가 반갑게 악수를 청합니다
"야, 흥식아, 너네집 옥상에 물이 많이 고여있어. 뭘로 좀 뚫어봐"
얼른 옥상으로 올라가봤습니다
약 7cm 높이로 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배수구가 막혀 있습니다.
케이블TV 업자가 회선을 연결하면서 배수구에 파이프를 하나 곶았는데
그게 배수구를 막아 물이 빠져나가지 못한 것입니다
윤호아빠는 그 파이프를 뽑았습니다
그러자 폭포처럼 힘찬 물줄기가 직경 7cm의 배수구로 빠져 쏟아져 내렸습니다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 무거운 물을 머리에 이고 견뎠을 건물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나가던 아줌마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그동안 암두 안사는 집 처마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문단속을 하고 이제 서울로 출발합니다
동호아빠는 처가집인 명암리에 들러야 합니다
동호엄마가 숙제를 냈거든요.
집에 선풍기좀 갖다주고 보리쌀좀 갖구 오라는 숙제.
우리 모두는 명암리로 갔습니다
두유 한 상자 사들고.
명암리에서 혼자 살고 있는 동호 외할머니는 허리가 아프답니다
신발도 벗지 않고 마당에서 인사하고 옥수수를 덤으로 얻어 차에 오릅니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슴 가득합니다
베이징에서는 우리나라가 쿠바를 상대로 올림픽 야구 결승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골이라서 자동차 DMB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시간 틀림없이 중계방송을 보고 있을 윤호에게 전화를 합니다
윤호는 지금 교수님들과 MT를 가 있는데 이제 막 보기 시작했다며 2대1로 이기고 있다고 말을 해 줍니다
궁금증은 조금 풀렸지만 중계방송 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습니다
이제 저녁식사를 해야 합니다
낮에 식사를 했던 고속도로 휴게소 인삼랜드에 차를 멈췄습니다
식당의 대형 TV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일제히 손뼉치고 응원을 합니다
버섯국밥을 주문하고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식당의 수많은 손님들과 함께 응원하며 식사를 했습니다
쿠바가 솔로 홈런으로 다시 1점을 따라붙어 3대2입니다
우리 모두는 안타까운 표정 역력합니다
결국 우리는 기적같은 9회말 경기를 했습니다
1사 만루 수비에서 기적같은 더블플레이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모두 환호하며 기뻐 날뛰었습니다
금메달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전세게 야구 강국을 2번씩이나 이겼다는 점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세계 최강이 되었다는 점
너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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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식당에서 바로 옆자리에 있는데
우리가 하두 소리를 치니까 자꾸 바라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아이는 금메달이 뭔지 모릅니다
이 아이는 3대2 1점차에서 9회말 1사 만루의 의미를 모릅니다
다만 소리치고 열광하는 어른들이 신기할 뿐입니다
다시 인삼랜드를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동호아빠는 해야할 숙제가 또 있습니다 끝에서 둘째 처제네 집에 가야 합니다 뭔가 받아오라는 숙제를 동호엄마가 내 준겁니다 대전웨딩홀 옆 현대아파트 요리조리 차를 몰아 아파트로 들어섰습니다 처제는 아이를 포함한 온가족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여기서도 주차장에서 선채로 인사 나누고 차를 돌려 서울로 달립니다 대전IC를 통해 경부고속도로에 올랐을 때는 23시 40분 쯤이었습니다 이제 막 떠오른 하현달을 봤습니다 성능 좋은 카메라로 찰칵. 상현달은 위쪽이 볼록하고 하현달은 아래쪽이 볼록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현달을 보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하현달은 밤 12시쯤 떠올라 새벽에 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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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동 집에 도착한 것은 새벽 1시 30분이었습니다
안쓰던 근육을 썼더니 허리가 약간 아픕니다
팔뚝이 쓰라립니다
온몸이 노곤합니다
다들 수고 많이 했습니다
내년에 다시 벌초를 하게 됩니다
내년엔 더 많은 가족이 모여 벌초 그 자체의 노동보다도
가족 화합의 이벤트가 됐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도 좀 길게 썼습니다
김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