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A프레임 집주인과 구두로 약속했던 통나무침대는 물 건너갔습니다.
아마도 내가 까다로운 마무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집주인은 지레 어려우리라
판단하고 따로 기성품을 주문한 모양인데... 나는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지요.
현장작업만으로도 나는 소진하고 있었고, 작업장의 가설창고 한쪽에서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거든요. 원목핸드레일 외 통나무가구는
아직 무리인가... 아주 약간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작업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더라고요.
처음 호기 있게 제안할 때만해도 뭐... 이 정도는 생각했드랬습니다만... ㅎㅎ
지난 가을 장성 A-frame 원목작업을 하던 어느 날... 적당한 기온, 맑은 공기, 작업장
풍경을 바라보다, 순간 “더 바랄 게 없다!”는 소감을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올렸지요.
그랬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더도 덜도 바랄 게 없다할 정도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시간이 주어진 것은 내 인생에서 축복이리라는 행복감에 젖었단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이라는 게... 한 번 마음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하면 그 어떤 결실로
정리되지 않는 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냥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2년 전
작업장시설을 만들려고 실재 인허가과정부터 도전해 본 기억이 마음 한편에 남아있고,
그런 비가림 시설(커다란 창고 같은)에 대한 갈망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어요.
새로운 10년의 변화와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디딤판으로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봉평통나무집, 청주캐빈 골조작업을 하면서 그 필요성이 절실해졌고 A 프레임 골조를
만들면서 간절함으로 변했습니다. 원형통나무(Log)보다는 이미 4면을 가공한 제재목(
Timber)은 햇볕에 노출될수록 더 많은 변형이 일어나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지요.
그래서 작업을 마치면 두꺼운 천막으로 덮기를 반복해왔으나 매우 번거로울 뿐 아니라
아무래도 미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장성 A-frame 에 놓기로 했던 두 개의 싱글
통나무침대를 포기했고, 그 아쉬움은 아주 컸지요..
지난 연말 장성읍내의 허름한 모텔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생각의 갈래가 더
많아졌습니다. 통나무집짓기... 나는 내년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들에게 이 길을 권해도 좋은가... 아들은 과연 꿈을 가지고 정진할 수 있겠는가...
수요의 다양화를 비롯해 상시 변하는 국내 여건 속에서 내가 도달하고 싶은 수준까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업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작업장환경을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달 안에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재작년 가을 소리산통나무집의 중단되지 않았고
작년 가을에 결정단계에 있던 Timber Home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더 일찍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나 그와 상관없이 이제는 다소 모험적이라 해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그 문제에 매달려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선택하고 후회 없는 결과를 만들어
가자며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우선 만들어 진 공간을 확보하자. 그리고 출퇴근을
해 보자. 그로부터 비롯되는 고민은 그때 가서 상황에 맞게 풀어 가면 될 것이다...
이제는 작업장이 아니라 대형작업실... 비가 오더라도, 덥거나 추워도 일할 수 있는
실내 공간. 제재 원목작업뿐만 아니라 통나무로 만드는 가구와 나선형계단 등 순수
원목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비가림 원목작업실... 소형캐빈이라
이름 지었던 개성 있는 스몰하우스도 이 안에서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전예약 받은 골조를 잘 보관하겠다는 약속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다는 안도감...
수시로 필요한 원목판재와 핸드레일 및 가구 부자재로 쓰일만한 통나무를 확보하고
보관할 수 있는 공간...
시작이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간절합니다.
년 초 북미산 레드시다(WRCedar) 원목을 확인하기 위해 찾았던 인천 원목상(태원목재)
견학에 이어 2월 초에는 서울 상암동 북서쪽(고양시 덕은동)에 있는 유림(특수)목재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건축자재보다는 가구재로 수요가 바뀌었다는군요. 목재소경내를
돌아보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엄청 부러웠고요...
책상물림으로 살기보다 산 좋고 물 맑은 野地 field 에서 몸으로 살기로 하고 시작한
일이었으나 한동안은 창고 같은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속칭‘공돌이’생활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일단 시도해 가며 그 비율을 맞추어야지요.
빠르면 팔각형 Cedar Post&Beam 원목작업부터 새 작업실에서 하게 되기를 기대하며...
예천통나무집 계단은 작업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한방에 턱~ 하고 조립할 수 있을까?
첫댓글 머지 않아 멋진 실내 작업장에서 원하는 작품을 마음껏 만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홧팅! ^*^
신품같은 중고 체인 모이스쳐(각끌기)를 준다는 분도 있고... ㅎㅎ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서 창을 닫고 떠날 수가 없네요. 물론 우드맨님 집은 그보다 1000조 배 아름답지만요..
지금쯤은 창을 닫고 떠났겠지...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