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풍경에서 컬러풍경으로
70년대에 들어서면 풍경사진은 새로운 모습으로 또 한번 옷을 갈아입는다.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데 하나는 흑백풍경에서 컬러풍경으로 바뀐다는 것과 사회풍경에서 문화풍경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먼저 사진의 표현방식이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바뀐다는 것은 무엇보다 컬러 탤리비전 등장, 인스턴트 폴라로이드 카메라 출현, 그리고 보다 간편해진 컬러 프로세스의 간편성을 말할 수 있다. 즉 70년대는 전 세계가 이제 컬러의 시대로서 풍경을 컬러로 보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풍경의 소재도 변화하게 되는데 정치적 이슈, 사회적 이슈를 주요 사진적 소재로 삼았던 데서 실생활에 가까운 문화적 이슈, 의식주 문제와 연계된 도시적, 경제적 이슈가 70년대 풍경사진의 주요 소재로 자리하게 되었다.
70년대 가장 중요한 풍경사진은 "도시개발풍경"이었다. 즉 인간에 의해 변모된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은 풍경사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대형 카메라, 중형카메라 소형카메라가 모두 동원된 시기였으며, 그 가운데 하셀블라드, 마미아 6X7, 제자 브로니카와 같은 중형 카메라가 새로운 이미지 포맷의 중심으로 등장한 시기였다. 예컨대 자연으로서 산과 땅을 소재로 삼은 작가들은 대형 카메라를 선호했고, 사회적 일상을 소재로 삼은 사진가들은 소형 카메라를 선호했으나, 문화풍경을 관조적으로 다가선 사진가들은 중형카메라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들의 풍경사진은 압도적으로 컬러사진이었고 상당수의 작가들은 직접 자가현상, 자가인화를 했다.
그래서 70년대 풍경사진의 특징을 말할 때 "인공적 풍경", "인공적 컬러", "인공적 소재"라고 말한다. 이제 자연풍경은 더 이상 순수 자연풍경이 아니었다. 도시개발을 위하여, 신도시를 위하여, 새로운 도로, 새로운 주거환경을 위하여 과거에 순수자연이었던 지형(地形)이 택지화되고, 공단화되는, 인간에 의해 인공적 변모되는 인공풍경이었으며, 그것을 표현한 컬러도 자연에 가까운 자연색의 컬러사진이 아니라 사진가에게 반영된, 주관화된 인공색, 그리고 소재가 자연물이 아닌 공산품이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컬러가 인공적 소재, 인공적 컬러 풍경사진이 유행하는데 앞장서게 되었다. 이제 컬러사진 하면 자연에 가까운 컬러사진이 아니라 사진가 저마다 창조적인, 사진가의 컨셉에 부합하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컬러 풍경사진이 만들어졌고, 사진의 소재도 이제 자연 속에 인공물이, 반대로 인공 속에 자연물이 들어서거나, 자연과 인공으로 구별되지 않는 인간에 의해 변모되고 꾸며지는 모든 소재가 새롭게 사진의 소재가 되었는데 비교적 문화적 풍경에 속하는 사진들이었다.
많은 사진가들이 문화적 풍경을 대상으로 컬러사진을 제작했는데 우리는 이들이 70년대 제작한 컬러 풍경사진을 "뉴컬러사진(New Color)"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사진가가 윌리엄 이글스톤, 조엘 메이어로위츠, 윌리엄 크리스천베리와 같은 작가들이었으며, 이들은 특히 소도시 풍경, 교외풍경을 아주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주로 대형과 중형 카메라를 이용했으며, 엑터컬러 필름으로 자가현상, 자가 C-프린트 인화를 했다.
첫댓글 컬러사진, 인공적 풍경, 뉴컬러, 윌리엄 이글스톤, 조엘 메이어로위츠(사진이야기 1번에서 언급) 사진이야기 중반부에서 공부했던 내용이다.
여전히 필름이면서 컬리인 이 시대.
사진의 컬러가 실상의 세계의 그대로의 복제가 아닌 '사진스러운 컬러'였다는 것.
그것은 디지탈 시대에도 여전한 가상현실의 색이라는 것.
시신경과 뇌세포의 색감인식은 동물별로 다르듯이 인간 개개인에도 미세한 차이도 있을 것입니다.
대상이 되는 존재는 나의 조건대로 인지될 뿐이기 때문에
컬러시대가 되어도 풍경은 여전히 조건대로 사진에 옮겨졌겠죠.
좀더 사진답게 혹은 좀더 감성적인 분위기로......
하셋블라드로 지리산거림계곡에서 사진을 찍던 것을 보고 감탄했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