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 곽노현'과 '개그맨 강호동'
# 상대후보 매수혐의로 구속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돈이 오갔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 수사는 정권 차원의 치졸한 보복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8월26일 검찰의 상대후보(박명기 교수) 매수혐의수사(작년 교육감 선거 때)에 대해 비서실장을 통해 보인 첫 반응이다.
그러나 이틀 만에 본인이 뒤집었다. 교육감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줬다"고 고백했다. 변명이 더 많았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2억 원은 불법의 관점에서 보면 큰돈이지만, 빚더미에 내몰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살린다는 선의(善意)의 관점에서 보면 적을 수도 있는 금액"이라고도 했다. 쉽게 말해 교육감후보사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미 구속된 박 교수는 후보사퇴로 곽 씨가 교육감에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곽 교육감은 그가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2억이라는 거액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곽 교육감은 9월 10일 구속 수감됐다.
그는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출신이다. 작년 교육감선거 때 '부패와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도덕적인 인물'이라고 자처했다. 서울시교육감은 129만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5만5000여명의 선생님들을 지휘 감독하는 자리이다.
# 세금과소 납부로 수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국민MC 강호동’ "세금 문제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다." "TV를 통해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의무이자 명령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느냐." "방송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하겠다." "자숙하면서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찬찬히 저 자신을 돌아보겠다." 세금을 적게 내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을 추징당한 인기 방송인 강호동씨가 9월 1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세금과소납부는 대부분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세무사가 필요경비에 대한 해석을 넓게 한데서 빚어진 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1988년 열여덟 살의 어린 나이로 민속씨름판에 등장했다. 1992년까지 다섯 차례나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뜻밖에도 개그맨으로 대변신, ‘국민MC’의 자리까지 올랐다. 인기 정상을 달리고 있다.
# ‘교육자가 개그맨’으로, ‘개그맨이 교육자’로 뒤바뀐 것 같아 ‘교육자 곽노현’과 ‘개그맨 강호동’, 두 사람은 매우 대조적인 자세와 태도를 보여주었다. 교육자의 말은 ‘개그(gag)’ 같았다. 변명투성이였다. 개그맨의 말은 진지해 보였다. 시종 반성하는 모습으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 와중에 볼썽사나운 단골 행태들이 또 등장했다. 민주당과 진보 정당, 그리고 전교조 등 이른바 진보단체들의 태도이다. 처음에는 당혹해 했다. 책임론도 들먹였다. 그러다 슬그머니 달라졌다. 전교조 등 62개 단체가 ‘곽노현 석방과 서울혁신교육지키기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그들은 툭하면 ‘범국민’을 내세운다. 도대체 뭐가 범국민인지 이제는 이것마저도 개그 같다.
그가 범법자인지 아닌지는 법이 가려준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이다. 주변 세력들이 끼어들 일이 아니다. 그는 수도 서울의 교육행정 수장이다. 법 이전에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곽 교육감은 이미 도덕적으로 큰 흠집을 드러냈다. 그가 2억이라는 거액을 어려운 사람 돕는데 썼다니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그런데 썼는지 궁금하다. 진보의 생명은 도덕성이다.
곽 교육감의 변명은 너무 알쏭달쏭했다. 뻣뻣하고 뻔뻔해 보였다. 개그맨 강호동은 겸손, 반성, 사죄의 표현들을 쏟아냈다. 눈물도 글썽였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이 겹치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교육자의 모습이 한 없이 초라하게 일그러지고 있다. |
필자소개
김강정 ( kims7007@paran.com )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 iMBC사장, 목포MBC사장 (전) 경원대 교수, 우석대 초빙교수, 방송광고공사 / 수협은행 사외이사 (현) 삼성화재, 동아원(주) 사외이사 (현)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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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변명을 위한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을 낳게되죠~~ 강호동이 잘한건 아니지만 깨끗하게 인정하고 충분히반성하는 태도엔 박수를 보내고싶어요~~ 게그맨보다정치인보다 교육자의 거짓말엔 더큰 분노를 불러온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