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겨울 바람이 쌩쌩 불어 옴다.
어느새 계절이 이렇게 되었나.
이제 송백헌을 대충 마무리하고 철수해야 할 시간....
근디..
여느해와 달리 올해는 철수하는데 걸리는 게 하나 있네여.
이게 뭘까요?
네, 밥 맞구요. 고양이 특식임다.
먹다 남은 생선에 멸치 넣고 비빈 밥이져.
저넘 것임다
저넘 어미가 올봄에 울집 창고에서 새끼 3 마리를 낳았는데..
여름 어느날 어미는 새끼 2 마리만 데리고 어디론가(아랫마을?) 홀연히 사라지고,
저넘만 혼자 외톨이가 되어 여기 남아 있슴다.
새끼 두 넘은 조용하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는데, 저넘은 몸집도 제일 크고 야~옹 야~옹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다니져.
문제는 송백헌을 철수하면 겨울에 저넘 밥 줄 사람이 없다는 것.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슴다.
어차피 길고양이인데 제 갈길 가도록 방치해 둘까.
아니지. 태어나서 이곳 밖에 모르는 어린 넘이 어미도 없이 마을집을 찾아 헤매다 결국
굶어 죽고 말리라.
철망집에 음식을 넣어 사로잡아 동네에서 풀어줄까.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놓고 갈 방법은?
고민 끝에 수퍼에서 사료를 사다 놓기로 했슴다.
고양이 먹이는 강아지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서 저렴한 강아지 사료를 한 포 사왔슴다.
( 8 kg 한 포대에 22,000원 )
이 정도면 최소한 한 달은 버티리라.
봉당에 두면 겨울에 아랫마을 개나 산속 짐승이 내려와 단숨에 가로챌 게 불을 보듯 뻔하므로
이넘의 잠자리인 창고 속 깊숙히 넣어 뒀슴다.
사료를 넣어주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듯함다.
내년 봄까지 춥고 긴 겨울을 어떻하든 버텨줘야 할낀데....
보일러 물을 빼고, 집안 곳곳 시건장치를 재확인하고..
마눌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슴다.
첫댓글 잘 버텨주리라 한달에 한번은 돌보러 가야겠네요.
애완동물이 우리마음에 차지하는 비중 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