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대회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일주일 내내 조금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니 달리기
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의무감으로 차를
몰고 한강으로 갔다.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촉촉하게 젖은 주로.
그리고 안개에 끼어 시야가 멀리 보이지가 않는다.
이런 날을 내가 제일 싫어한다. 오늘은 함께 간 치타님과 함께
동반 주를 하기로 했다. 치타님은 최고기록이 3시간 51분
이기에 내가 편하게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대략
키로 미터 당 5분 페이스로 달리면 무난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빠르게 달려간다. 천천히 가라고 해도 빠르게
달린다. 4분 45초 페이스가 유지된다. 그러면서 점점 더 빨라진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너무 빠른 것 같아 뒤에서 거리를 조금 두고
달렸다. 5km를 지나면서는 조금 더 빨라져 4분 30초 페이스가
된다.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5분 페이스도 무척
힘들어 한 치타맨님이었는데, 지금은 4분 30초 페이스도 힘들어
보이지가 않으니...... 반환점에 가서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12km 지점부터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들려야 될
상황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실이 보이지가 않는다. 탄천에 가면
화장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꾹 참고 탄천까지 왔으나 얼마
전까지 있던 화장실은 온 데 간 데 없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 더 달려가서 겨우 해결을 하고 나서 치타님을 보니 얼마나
빨리 달려갔는지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5km를 열심
히 달려 치타님을 따라잡으려고 했으나 결국 뒷모습도 보지 못
하고 골인을 했다. 도착한지 얼마나 됐냐고 물으니 약 4분 정도
됐다고 한다. 내가 1시간 41분에 골인을 했느니 치타님 기록은
1시간 37분 정도 되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주로에서 하프를 달리면 1시간 48분
정도의 기록으로 늘 골인하곤 했었는데, 불과 2개월 사이에
10분 정도가 단축이 된 것 같다. 아무튼 대단하다. 이제
풀코스 기록도 지구력만 보완하면 3시간 30분대는 충분할 것
같다.
달리고 나서 금곡으로 와서 사우나를 함께 하고 치타님 서브포
기념패 전달식을 했다. 대장군님, 약수님, 산성님, 알토님, 소나무
님, 형설공님, 치타님,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8명이 참석을 했다.
즐거운 분위기속에 호미곶 마라톤대회와 사이판 여행 이야기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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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토요일(5km, 203km)
트레드 밀에서 가볍게 5km를 달렸다. 그동안 거울을 보지 않고
달리다고 다시 벽에 거울을 달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달리니
자세가 많이 흐트러져 있다. 올바른 자세를 갖추면서 달리니
제법 폼이 난다. 앞으로 한동안 자세연습에 주력을 해야 될 것
같다.
백제대회 피로를 회복할 겸해서 아침운동을 나갔다.
날씨가 너무 추웠다. 옷을 가볍게 입어서인지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땀도 별로 나지 않았다. 6km만 달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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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일요일(42km, 192km
동아 백제 마라톤 후기
마라톤은 늘 박진감이 있고 감동적입니다. 출발부터 골인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달려야 하고 함께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감동을
하고 스스로에게도 감동을 합니다.
특히 골인 점을 통과할 때는 고통을 이겨내고 긴 거리를 완주한 자신
에게 스스로 감동을 하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라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오랫동안 마라톤을 즐기게 하는 마력
을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라톤을 즐기는 방법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저의 경우 크게
편차가 나지 않는 기록으로 많은 횟수를 완주하기. 그리고 저의 실력으
로 무척 버거운 서브쓰리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여 열심히 훈련을 하
고 또 대회에 임해서는 최선을 다하여 달려 그 목표를 넘고자 하는 것
입니다.
그러한 목표가 올 1월 코끼리 문고리 잡듯이 고성마라톤에서 마라톤 완
주 횟수 33회 만에 첫 서브쓰리를 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목표로 했던
봄의 동아마라톤 대회와 그리고 가을의 춘천, 또 45회 완주 째인 중앙
에서마저도 서브쓰리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속으로 이러다 영원히
다시는 서브쓰리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감마저도 들었습
니다.
사실, 중앙마라톤을 달리고 나서는 스스로 약간의 마음의 상처를 입었
습니다. 레이스 과정도 그렇고 기록도 그렇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힌 건 겸손하지 못한 상태로 마라톤대회에 참가를 했다는
것입니다.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서 뭔가 되겠지 하는 그런 요행
이나 바라는 내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그래서 다음대회인 동아 백제 마라톤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기로 했습
니다. 시간이 2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할 순 없었지만
최대한 마라톤대회에 적합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단 하루지만 목요일을 이용하여 단백질 식사를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며 대회를 준비하였습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하여 최선을 다해 달리면
그다지 불만스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늘이 도왔는지
날씨도 무척 좋았습니다. 출발 시 3도정도, 그리고 골인 시 9도 정도
였습니다.
백제의 고도 공주, 각지의 달림이들이 많이 참가를 하였고 정각 10시
고교생들의 구간마라톤 대회가 출발을 하였고, 5분 뒤 10시 5분쯤
풀코스 부분이 출발을 했습니다.
처음 5km까지는 조금 힘이 들었고 그 이후 15km까지는 비교적 편안
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15km 이후 같은 레벨주자들에게 조금 밀리
면서 뒤쳐져 달렸지만 다행이 거리가 더 벌어지지 않아 25km 이후 따
라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30km 지점과 35km지점까지 조금씩 속도가
느려졌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35km 지점부터는 시각을 최대한 줄여서 앞주자의 머리만 쳐다보고
달렸습니다. 속으로는 “집중하자”와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숫자를 세며 달렸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나는 지금 풀코스를 달리
지 않고 하프 코스를 달린다고 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주법도
하프를 달릴 때처럼 킥을 사용하며 달렸습니다.
마지막 2km를 남겨두고는 정말 피를 말리는 레이스였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1분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계산하고 숫자를 세며 달렸
습니다. 3시간 1초와 3시간 7초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인상은 찌그러지고 팔은 힘차게 반복을 거듭하고 무거운 다리도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자 안간힘을 씁니다. 관중들의 박수소리, 사회자
의 멘트(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아치에 달린 시계의 숫자.
그 숫자를 보며 골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숨을 헐떡이면
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쬐끔만 흘렸습니다. 아주 쬐금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감동을 해보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아내와 딸아이가 마련한 축하케익의 촛불을 끄며
행복에 겨워합니다. 이래서 인생은 살만한 것 같습니다.
어제 하루 쉬고 오늘 다시 아침운동을 나갔다. 날씨가 쌀쌀하다.
올들어 처음으로 긴팔셔츠와 타이즈를 입고 운동을 나갔다.
아침기온이 1도라기에 잔뜩 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천천히 언덕을 올라 직선 주를 힘차게 달린 뒤 반환하여
되돌아 왔다. 신설도로도 이제 한 달 후면 개통을 한다는데....
한강에서 30km 지속 주 훈련을 했다. 지난 11월 6일 중앙 마라톤
대회를 달리면서 훈련 량이 부족하여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은 일요일 하프거리보다는 30km정도를 달려 주
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30km 지속 주 훈련을 하기로 했다.
올 후반기 들어 9월 4일 관광마라톤을 시작으로 11월 6일 중앙
마라톤까지 2주 간격으로 벌써 5회 연속을 달렸고 이제 다음주
일요일 백제 마라톤이 여섯 번째이다.
사실, 2주 간격으로 계속 풀코스를 달리면서 좋은 기록을 낸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몸의 피로도 줄여 보기도 하고 또 중간 중간 강한 훈련도 해보기도 하면서 이왕이면 더 좋은 기록으로 레이스를 할 수 있도록 방책을 궁리해보기도 한다.
지난 중앙대회 1주일 전에는 하프를 빠른 속도로 달렸는데 좋은 효과
를 보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엔 30km 지속 주 훈련으로 대체해보기로
했다.
30km 지속 주 훈련은 이미 지난해에 검증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되긴 하지만 마라톤대회라는 게 매 대회
마다 상황이 다르고 몸의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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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님, 미스터투님, 무지개님과 함께 6시 40분쯤 한강에
도착하여 광진교 근처 21km지점에서 힘차게 힘을 외치고 출발을
했다.
미스터투님이 나와 동반주를 하려고 하는 것을 스스로 페이스에 맞
추어 빠르게 달려보라고 하여 앞서 나가고 내가 그 뒤에서 달리고
치타님과 무지개님은 그 뒤를 따라 달렸다. 폼생님은 1시간쯤 늦게
도착하여 하프거리만 달리고.... 야수님도 뒤 늦게 도착하여 혼자
10km를 달렸다.
1km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4분 15초다.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km에서 시간을 체크해보니 21분 26초로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날씨는 출발할 때는 춥게 느껴졌으나 5km지점을 통과하고 나니 땀
도 나고 몸이 데워져 달리기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10km구간
타임역시 21분 27초로서 5km 랩타임과 거의 비슷하게 체크가 되
었다. 15km는 21분 35초로 15km까지는 거의 비슷한 시간이 체크
되었는데, 반환하여 20km지점에서 시간을 체크해보니 무척 느리게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환이후에도 몸이 무겁지 않았고 오히려 바람이 앞에서 불어 더
즐겁게 더 힘차게 달렸는데 기록은 뒤로 밀리고 있었다. 1분이 늦은
22분 39초가 체크되었다.
한강에서 훈련을 할 때면 늘 느끼는 건데 반환하여 달려올 때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느린 기록이 체크가 되는데, 이것은 바람의 영
향이 있는 것인지, 코스가 더 좋지 않는 것인지 늘 궁금함을 자아낸다.
다른 곳에서 달리면 속도가 느려지면 기록도 그렇게 체크가 되는데
유독 한강만은 체감속도보다 기록이 느리게 체크가 되는 원인을 잘
알 수가 없다.
아무튼 25km 지점까지도 느리지 않게 달렸는데도 기록은 22분 32초
로 역시 느리게 체크가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5km는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안 해서 그런지 약간의 허기도 느껴졌고
무급수도 달려서인지 수분 부족도 느껴졌다.
스타트를 할때 적어도 2시간 10분 정도에는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출발을 했는데 골인기록은 2시간 13분 17초다. 이곳에서 연습
시 나의 최고기록 2시간 8분 12초와는 5분이 차이가 난다. 이 기록
은 2년 전의 기록인데 2년 후에 이렇게 퇴보를 했으니 대회에서
3시간 초반의 기록을 내지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날씨도 달리기하기에 최적의 상태이기에 앞으로 남은 대회
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
는 다짐을 해본다.
함께 달린 미스터 투님은 후반 탈진으로 마지막 5km를 걸어와 30km
를 2시간 40분 정도에 달렸고, 치타님은 30km를 2시간 29분에 주
파함으로서 앞으로 3시간 30분대 기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
다. 오늘 처음으로 참가한 무지개 유현미님은 20km를 1시간 50분대
에 가볍게 달림으로서 앞으로 좋은 기록을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 도착한 폼생님은 하프를 1시간 30분 초반 대에 달렸으며,
야수님 역시 10km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골인하는 회원들을
응원하였다. 끝나고 금곡의 감자탕집에서 대장군님이 합류하여
함께 즐겁게 식사를 했다.
어제 저녁 회사 직원들과 삽겹살에 소주를 한잔 했더니만, 오늘 아침
운동을 하는데 무척 힘이 든다. 몸도 무겁고 속도 개운하지 않고, 열
심히 달리는데도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다. 10km 달리는데 어제보다 2분가량 늦는 것 같다.
내가 달리는 코스는 화도휴게소 옆길로 올라가서 신설도로로
진입하여 모란터널까지 달린 뒤 다시 턴을 하여 금남리 방향으로
3km를 달려서 반환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코스이다. 거리는
대략 10km이다. 처음 화도휴게소 옆길이 무척 심한 오르막길이며
신설도로 접어들어서도 평지라기보다는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는 코스이다.
지루하지 않고 천천히 달려도 힘든 코스이기에 숨을 헐떡거리며
힘차게 달리다 보면 금방 골인 점에 도달하게 된다. 아무튼 시간을
재면서 달리니 더 열심히 달리게 되고 실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중앙대회 이후 이틀간을 쉬고 다시 신발 끈을 묶고 달리기를 시작
했다. 아침기온이 무척 차다. 반바지에 반팔셔츠,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이 무척 시리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부터는 중앙은 잊고 백제 동아대회를 위해 달린다. 중앙대회에서
는 여러 가지 조건이 좋지 못해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백제대회에
서는 적어도 5분 이내는 다시 달릴 것이다. 3시간 이내는 조금 힘들
것 같고....^^
어제 새로운 코스를 개발했다. 달리기 훈련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달리는 것이 더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언덕이 많은 코스로서 훈련효과도
좋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일주일에 3일 정도 이 코스를 이용할 생각
이다.
오늘은 첫날로 중앙의 피로를 제거하는 기분으로 달렸는데 달리다 보니
조금 빠르게 달린 것 같다. 11km를 51분에 달렸는데 언덕이 많은 코스
이기에 전력질주에 가까운 달리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서 더 빨리 달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느낌은 좋다. 이 코스에서 백제 대회까지 5회 정도를 더 달리고 참가를
하면 다리에 힘도 생기고 자신감도 느껴질 것이다.
중앙 마라톤 대회를 임하는 마음이 두 가지로 교차가 되었다.
하나는 혹, 3시간 이내의 기록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리고
또 하나는 고생을 무척 많이 할 줄도 모른다는 우려감.
이 두 가지의 마음의 중심에 페이스메이커가 있었다. 지금까지의 레이스에서 초반에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간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한번 따라가 보기로 한다. 출발총소리가 나자 엘리트 선수들이 힘차게 달려가고 그 뒤를 이어 마스터스 선두그룹이 달려 나간다. 그리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브쓰리 페이스메이커 팀이 한 무리가 되어 달려간다.
미소를 지으며 그 뒤에 살짝 붙어서 달리기를 이어간다. 2km 8분 24초. 적절한 페이스 인 것 같다. 조금 느리다는 느낌도 들고. 페이스 팀을 따라갈 때는 세 번을 참으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빨리 달리고픈 충동을 세 번 정도만 참으면 후반에 더 빨리 달려 기록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빨리 달리고픈 충동을 느낄 겨를도 없이 8km가 넘어 서자마자 페이스 팀과 동 반주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 몸이 상태가 좋지 않고 몸이 무겁다는 것일 거다. 그들을 보내주면서 얼마 후에 다시 따라잡아 동반 레이스를 해야 되겠다는 기대감은 10km를 넘어서면서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다.
땀은 많이 났고 다리는 무거웠으며 호흡은 거칠었다. 그리고 기록은 기대 이하였다. 아직 15km도 못 왔는데도 말이다. 앞으로의 레이스가 걱정이 되었다. 적어도 3시간 10분 이내에는 골인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느낌으로는 20분 이내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더 줄였다. 이제는 km당 4분 30초 정도가 되는 것 같았다.
조금 달릴 만 했다. 일단 30km까지 이속만 유지를 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20km급수대서부터 파워젤 반개와 물 두 컵을 마시고 30초 정도씩 걸으면서 레이스를 이어갔다.
마라톤 대회에서 힘들고 지쳐있을 때 내가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다.
급수 대까지 열심히 달리고 급수 대에서 물과 젤을 섭취한 뒤 30초 정도 걷고 다시 힘을 내어 달리는 방법. 오늘도 이 방법으로 레이스를 이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옆 단풍이 든 나무들, 그리고 거리에 떨어진 낙엽들.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아침에 잠깐 비가 내렸으나 달리기 시작한 뒤 30분이 채 되지 않아 날씨는 맑아졌고 바람까지 간간히 불어 상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럭저럭 35km까지 왔다. 이제 남은 거리는 7km.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페이스는 느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 앞사람을 추월하기도 하고 또 간간히 한명씩 추월해 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마지막 구간의 달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40km지점에 도착하여 마지막 파워젤을 먹고 남은 2.2km를 위해 의지를 불태워본다. 인도에서 박수를 보내는 많은 시민들을 뒤로 하고 운동장으로 진입을 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10분 안에 골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트랙에서 남은 힘을 다 소진하며 팔을 힘차게 흔들고 달릴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기로 달려본다. 3시간 09분 51초로 골인. 만족스럽다.
다시 미소를 지어본다. 출발할 때 미소를 지은 것처럼. 군대에 가면
사격연습을 하면서 탄착군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데 내 기록을 보니
45회 완주 중 12회의 기록이 3시간 8분, 9분대의 기록이 되는 걸 보니 이제 내 기록도 탄착군을 형성해 가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알람을 5시 30분에 맞춰 놓았지만 막상
일어나려면 일어나기가 쉽지가 않다. 저녁에 일찍 자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지 않은데 12시가 넘어서 자게 되면 수면부족
으로 운동을 할까 말까 하고 한참 동안 뜸을 들인다.
그래도 잠을 조금 더 자는 것 보다는 그 시간만큼 운동을 더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도 습관인 것 같다. 하게 되면 계속 꾸준히 하게 되는데, 간혹
한번씩이라도 쉬게 되면 계속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 꾸준한 운동, 이것이 건강을 지키는 바로미터라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자 하지만 그래도 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 하지
않는 습성이기에 그렇게 즐기면서 운동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다.
다리 근육이 이제 제법 풀린 것 같다. 종아리 뭉친 근육도 이완된
것 같고 대퇴부의 피로도 없어진 것 같다. 중앙을 대비하여 내일은
빡시게 달려야 되겠다.
첫댓글 새벽운동의 묘미는 정말이지 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데에 있는것 같습니다. 잠을 이기고 달리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맘가짐이 다르더라구요. 중앙대비 마무리 훈련잘하시어 중앙에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요. 천리마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