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 홍수
피서 초반 궂은 날씨 때문에 주춤하던 피서객은 7월말 이후 밀물처럼 동해안 行을 재촉하면서 수직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식 폐장일인 20일까지는 전체 피서객이 1천75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1천291만명보다 1년만에 다시 460여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상승세라면 내년에는 목표를 2천만명으로 또 한단계 상승 조정을 해야할 판이다.
지난 90년대말까지 한해에 기껏해야 최고 500만°∼600만명을 유치하는 것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급증세다.
동해안 피서객은 지난 2000년에 1천77만명을 기록, 처음으로 1천만명을 돌파하더니 2001년에는 1천291만명, 올해는 1천750여만명으로 폭증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주5일 근무제 분위기와 영동·중앙고속도로 확충, 양양국제공항 개항 등 교통망 개선 효과가 맞물린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교통망 개선과 주5일 근무제 등은 1년내내 사무실 등 좁은 공간에서 제한적인 생활을 이어오던 국민 생활패턴을 단숨에 바꿔놨다.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는 광고 문구처럼 도시인들은 그동안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여가 문화를 일시에 향유하려는 듯 피서지로, 관광지로 쏟아져 나왔다.
피서문화
지난 6월 월드컵 4강 진출시 최고 700만명의 거리 응원 인파가 전국 각지에서 보여줬던 선진 질서 의식이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다시 한번 재현되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개장 초반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던 경포 해수욕장 백사장의 쓰레기는 피서객이 폭증하면서 7월말부터 다시 쓰레기 증가로 반전돼 강릉 경포 해수욕장의 경우 하루 쓰레기 수거량이 평균 9t으로 지난해와 같았다.지난3일에는 경포에서만 하루 최고 20t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개장 초반에 쓰레기가 감소했던 점을 고려하면 피서 절정기에 쓰레기 발생량이 더 심화됐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문제는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버리지 않고 백사장 등 청정해변 곳곳에 아무데나 버리는 구태가 올해도 여전히 반복됐다는 것.
밤 마다 취객들이 백사장 모래속에까지 묻어두고 간 쓰레기 때문에 해뜨는 동해안은 매일 아침 부끄러운 자화상에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고, 쓰레기 수거 인력들은 백사장까지 뒤지는 고된 숨바꼭질을 되풀이했다.
소음 폭력 등의 무질서도 해수욕장의 '밤 문화'를 퇴색시켜 강릉지역 해수욕장에서는 올해 모두 34건의 형사범이 발생했다.
'한철 대목'을 노리는 근시안적인 경영으로 바가지 요금 시비를 불러일으킨 경우도 곳곳에서 속출, 국민 휴양지 동해안의 이미지를 일그러뜨렸다.
체험 프로그램
올해 동해안에서는 유난히 많은 체험 프로그램이 해수욕장을 장식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전국 피서·관광지가 본격 경쟁시대에 접어든 것을 감안해 각 시·군이 경쟁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해안 '갯벌 체험'에 대응해 조개 맨손잡기, 오징어·광어·송어 맨손잡기 프로그램이 활짝 꽃을 피우는가 하면 물속 줄다리기, 오징어 요리 체험, 모래 조각전 등 동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각 시·군은 각종 공연도 피서객 참여 중심으로 운영, 피서객들을 동해안의 '객(客)'이 아닌 '주인'으로 대접하는데 힘썼다.
성과 및 과제
우선 모두 430여명의 자격증을 가진 수상안전요원들이 동해안 전역에 배치돼 익사사고가 지난해 13명에서 올해는 7명으로 줄어 '안전 해수욕장' 관리 체제를 강화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동해 망상 캠핑캐라바닝대회장과 주변 기곡 해수욕장은 올해 처음으로 '회원제 해수욕장'이라는 신설 프로그램을 등장시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소득 연계책이다.
이를 위해 매년 큰 호응속에 진행되고 있는 체험 행사를 계절별로 분산시켜 '한철 대목' 피서지를 연중 휴양지로 가꿔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道환동해출장소가 오는 2005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어촌 체험마을 조성 사업 등은 동해안 체험을 갯바위·바다 낚시, 수산물 채취, 어촌 문화 체험으로 확산시켜 동해안 관광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 레저와 숙박·유희·휴양시설을 확충, 고급 차별화된 국민 휴양지를 가꿔야 하는 것도 더욱 절실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야영 텐트문화가 퇴조하고 일반 숙박문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성이 더 커진다.
해수욕장 입장료는 동 서 남해가 피서객 유치 경쟁시대를 맞은 만큼 당분간 무료화 정책을 고수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道 관계자는 "일선 시·군의 의견을 취합해봐야 하겠지만, 무료화 운영을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무질서, 쓰레기, 바가지 요금 등을 개선시켜 피서 문화를 업 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