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인생은 아름다워>
1. 오랜 만에, 아니 거의 희소할 정도인 한국판 뮤지컬이 개봉되었다. 류승룡과 염정아가 주연을 맡은 <인생은 아름다워라>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찬사받은 <라라랜드>가 개봉되었기 때문에 비교해서 볼 수 있었다. 영화는 80년대 만난 남녀가 평범한 삶을 살다, 아내가 불치의 암에 걸렸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아내의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면서 생을 정리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전형적인 모습이 반복된다. 남편은 권위적이고 아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줄 모르며, 아이들도 자신들에 삶에 빠져 어머니의 고통에 무관심하다. 암을 선고받았을 때, 아내의 가장 중요한 버킷 리스트는 ‘사랑받기’였을 정도이다.
2. 영화 속 가장 비중있게 표현되는 버킷 리스트는 아내의 ‘첫사랑’ 찾기이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이 소환되고 80년대의 복고풍이 재현된다. 하지만 첫사랑은 사고로 죽고, 첫사랑의 가족으로부터 알게 된 진실은 첫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가 ‘오해’였다는 웃픈(?) 사실이었다. 투털거리며 아내를 동반하던 남편은 자신이 80년대 거리 시위에서 만난 그녀의 첫사랑임을 확인했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건강한 모습을 기억하는 잔치를 벌인다. 그렇게 ‘죽음’은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는 것이 아닌, 웃음과 기쁨을 가미한 한바탕의 축제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3. 영화는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분위기는 경쾌하다. 과거의 기억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착각과 허구의 아이러니, 외형적인 퉁명스러움과 내면적인 아픔의 괴리, 죽음을 앞두었지만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생에 대한 가치를 찾는 여성, 서로 충돌하지만 결국은 가족의 자리로 찾아오는 사람들, 그 모습들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보내는 일상의 소중함과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평범한 삶의 중요성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4. 이 영화는 일명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과거 히트한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영화 속 노래 중에는 유독 ‘이문세’의 노래가 많이 담겨있다. 이문세의 노래가 담고 있는 가사의 독특함과 낭만적인 따뜻함이 영화의 분위기와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최호섭의 <세월의 가면>이다. 30년의 만남 속에서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 두 사람이 과거를 소환하면서 현재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세련되지 않지만 진실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어울린다. <헤어질 결심>에서 송창식과 정훈희가 부른 <안개>와 함께 올해 발견한 최고의 듀엣곡이라고 할 수 있다.
*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해 본다. ‘죽음’에서 고통이 아닌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시선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로써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죽음’ 앞에서 그것은 한바탕의 허구적 놀이에 불과하다. 결국 ‘죽음’, 특히 암과 같이 고통과 함께 진행되는 죽음은 결코 ‘아름답게’ 채색될 수 없음을 안다. 그런 이유로 영화의 밝은 분위기를 무작정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죽음’을 잊기 위해 ‘삶’의 축제를 목표로 했을지라도 퇴락해가는 육체가 ‘축제’ 속에 참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죽음’ 앞에서는 담담한 수용과 함께 과거에 대한 조용한 응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요란스럽지 않은 관심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첫댓글 ---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 + 담담한 수용과 함께 과거에 대한 조용한 응시 = 아름다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