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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 <시문학> 2008년 11월,12월 호에 발표된 문덕수 시인의 470행 장시 <우체부>를 시의 표현형식면에서 고찰한 작품론입니다. 장시<우체부>는 한국 현대시의 핵심을 관통하는 그의 시론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에 남을 중요 작품이라고 평가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읽은 후에 소감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하이퍼텍스트의 기법과 무한 상상의 세계 ------문덕수의 장시 『우체부』
심 상 운
1. 독법讀法의 문제
21세기 대부분의 한국 현대시는 시의 언어구조가 어떤 주제(의미)를 향해 집중되어야 한다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평론가들이나 전문적인 시연구가들도 시를 읽을 때 먼저 그 시가‘무엇’(내용 또는 주제)을 말하고 있는가에 80% 이상의 주의를 집중하고, 나머지 20%는 어떻게(형식)와 왜(창작의도)에 배분하는 것이 상례常例다. 이런 경향에서 볼 때, 장시「우체부」는 해석하기 어려운 난해시難解詩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시에는 통일되고 집중된 서사구조敍事構造에서 벗어난 시인의 의식意識 속 또는 무의식無意識 속의 사건들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단편적인 이미지나 불연속적不連續的인 스토리의 표출이 시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그곳에서 어떤 고정된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문덕수는 이 장시에서 논리적인 인과관계因果關係의 재래적 구성을 거부하고 텍스트와 텍스트의 불연속적인 연결과 단절斷絶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언어의 기능을 의미에 한정 시키지 않고 기표(시니피앙)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 들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기법의 다양성은 새로운 독법을 요구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장시「우체부」를 이해할 수 있는 독법을 '하이퍼텍스트(Hypertext)적인 독법’이라고 나름대로 명명命名 해보았다. 하이퍼텍스트는 1965년 테드 넬슨(Ted Nelson)이 고안해 낸‘문서 연결의 방법’이다. “하이퍼텍스트는 문서 중간에 특정 키워드를 두고 문자나 그래픽 파일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만든 문서를 말한다. 즉, 일반 문서에 정지된 그림이나 움직이는 그림과 소리 그리고 음악 등을 삽입하고, 하나의 문서 내에 관련되는 여러 문서를 연결시켜서 읽는 사람이 쉽게 원하는 문서를 참조할 수 있게 만든 문서이다.”(엠파스 용어사전)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이퍼텍스트는 문서(텍스트)와 문서(텍스트)를 연결(link)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결기능을 컴퓨터의 사이버 공간에서 문학에 응용한 것이 하이퍼텍스트 문학(Hypertext literature)이다. 문덕수는 이런 텍스트의 연결기능을 현대시에 응용하여 상상과 상상, 현실과 비현실을 교직交織하는 방법으로 시를 제작해내려고 한다. 그것이 470행의 장시『우체부』에 들어있는 시의 기법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읽을 때, 독자들이 어떤 의미의 틀(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인의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서 텍스트의 연결과 연결의 맥락을 음미하고 즐기는 것이 주제 찾기에 골몰하는 것보다 올바른 읽기가 된다. 이 시의 앞부분 <1. 조셉룰랭>을 읽어보자.
고향 뒷산 기슭에 옥으로 박힌 호수 그 /어머니의 양수(羊水)에서 너는 물장구쳤네/잉어 가물치와 놀고 물밤 먹고 자랐네/어느날 서낭당 나무에 몸 칭칭 묶어놓을 듯이/노끈 한 줄 날아와 네 어깨에 걸리고/고무줄처럼 늘어져도 나긋나긋 끊이지 않는/우체부 ‘가방’ 하나 달랑 달렸네/지구의 궤도 같은 빈 동그라미/달마상처럼 눈에 잘 띄게 또렷하네/물결 서로 부르며 몸 섞고 짙푸른/우발수(優渤水) 가에서 금와를 만난 유화/미쓰 고구려 유화(柳花)의 침실에 햇빛이 들어와 좇으니 태기 있어/닷되들이만한 큰 알을 낳으니/네 가방 그 알만 하네/네 가방 그 알만큼 불룩거리네/나라를 밴 첫 어머니의 배만큼 둥글해지네/사문(沙門)의 ‘바랑’ 이네 ----<1. 조셉룰랭>에서
이 시에서 ‘너‘로 불리는 우체부 조셉룰랭의 탄생을 고향의 뒷동산 호수→어머니 양수→잉어가물치→서낭당 나무→노끈→우체부가방→빈 동그라미→달마상→우발수→유화→닷되들이만한 큰 알→사문의 바랑으로 연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인의 의식의 흐름이나 자유연상 이외에 어떤 인과나 논리도 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연결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초월한다. 여기서 ’초월한다(Hyper-)‘ 는 것은 이질적인 것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결합하고 자유롭게 새로운 세계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관념이 탄생되기 이전의 무의미의 공간이며 현대시에서 말하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의 세계다. 초현실주超現實主義의 시에서는 일상의 가치나 용도에서 해방된 오브제의 전위轉位를 말하고 있는데, 이 시의 소재들- 빈 동그라미, 달마상, 우발수, 유화, 닷되들이만한 큰 알, 사문의 바랑 등도 시인이 연상해낸 일종의 초현실적 오브제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 오브제들에 의해 독자들은 나름대로 자유로운 생각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어떤 독자가 우체부의 가방을 빈 동그라미에 연결한 것을 두고 그것을 불교의 공空과 연관시켜 관념을 추출해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독자의 자유에 속하는 일로 허용된다. 그러나 우체부의 가방이 빈 동그라미에 연결되었다고 해서 불교의 공空에 고정시켜 버린다면 시인의 상상력은 거기에서 정지되고 이 시의 언어들은 굳어버린 화석 같은 관념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열림과 닫힘의 이치를 이해하고 접근함으로써 이 시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 따라서 이 시를 읽는 기본적인 태도는 고정된 시각이나 굳어버린 관념의 틀에서 해방되어서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게 시인의 상상 속을 날아다니는 것이다.
2. 기법技法 들여다보기
가. 이미지의 불연속적인 연결과 총체적인 현실 인식
이미지의 불연속적인 연결은 단절과 단절의 결합이라고도 한다. T.S.엘리엇의「황무지」의 앞부분 <1.죽은 자의 매장>에는 이미지의 불연속적인 연결의 기법이 단절된 시의 공간을 형성한다. 잔인한 4월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스타른벨거제호의 여름소나기 이야기가 나오고 또 이어서 호프갈텐에서 커피 마신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아무 예고 없이 대공의 사촌 누이동생인성 싶은 어떤 소녀의 쫑알거림이 들리는 것이 그것이다. 한 연에 4개의 사건이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불연속적으로 집합되어 있다. 이런 기법을 조향趙鄕은 <초현실주의 선언서>에서 외부와 내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현실은 외부현실과 내부 현실이 한꺼번에 표현되었을 때, 비로소 ‘토텔리티totality’로서 진짜 현실이 파악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총체적 현실인식의 논리는 현대시에서 중요한 기법으로 진화된다. 「우체부」에는 이미지의 불연속적인 연결을 통한 총체적 현실인식이 작품전체를 형성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Ⅲ 불의 기호>에서는 신화와 역사 속의 인물들을 불연속적으로 연결하면서 권력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총체적인 시각에서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을 투시하는 눈은 붓다의 눈이다. 그 부분을 정리하면, ㉠네 보석 눈에서 타오르는 불기둥㉡아버지 라이오스 왕을 쳐죽인 오이디푸스㉢어린 조카의 눈에서 수양(首陽)이 본 불의 칼㉣어린 아들 사도의 눈에서 영조가 본 불의 왕관㉤ 6,25전쟁을 일으킨 욕망의 불꽃㉥불의 막대기 불의 칼 불의 포탄 불의 핵....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이미지의 연결방법은 <Ⅱ 격군들>에서는 전쟁터의 현장을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지워버리고 하나의 현실로 통합한다.
쇠나팔이 울돌목을 휘감아 길게 세 번 울고 그 꼬리 허공으로/풀리니 발진 명령이 복창으로 전군에 하달되네/배의 노가 일제히 물위로 치솟다가 내려가고/이물에 덤비는 물결은 길길이 뛰며 달라들고/부딪친 물결이 깨어져 갈리며 소용돌이치네/노 한 자루에 네 사람이 붙어/서로 마주보며 몸을 숙이고 젖히네/온 몸이 북소리 한 번에 앞으로 밀고/또 한 번에 뒤로 당기네/노를 질타하는 북소리 다급해지니/빠른 뇌고(雷鼓)로 바뀌고/역류로 달라드는 물결과 북소리 틈새에서/격군들 몸은 으스러지네*//펜대를 쥐었던 연약한 손이/MI을 받들어총의 자세로 잡고/하낫 둘 하낫 둘 역사의 구령에 길들여지네/구슬땀이 염주알로 익어 한 겹 두 겹 모가지를 두르네/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한 시대가 그대로 시뻘건 용광로로 달구어지네 ------<Ⅱ 격군들>에서
임진왜란 당시 울돌목에서 조선수군과 왜군이 전투하는 장면에 이어 국군 신병훈련소에서 훈련하는 훈련병들의 모습이 아무런 인과 관계 없이 이어진다. 이 연결로 인해 두 개의 장면이 하나가 되고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된다. 이것은 시인의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시간과 공간의 ‘토텔리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불연속적인 이미지의 연결을 통한 총체적 현실인식은 <Ⅵ 지금 여기>에서 지구전체의 공간으로 확대되고 과거 현재 미래를 망라網羅한다.
룩소르의 오벨리스크 꼭대기에서 나일강을 굽어보다 내려온 망령/9.11테러로 죽은 해골들과 얼싸절싸 어울리네/캄보디아의 킬링필드에서 해골들이 날아오네/파르테논 신전 주춧돌에 눌리다가 빠져나온 야윈 혼령들이/돌계단을 내려와선 올리브 숲으로 얼른 숨거나/북쪽의 에렉트리온 신전 담을 뛰어넘어 사라지네/로봇들이 924고지의 어둔 계곡을 다 덮네/토끼처럼 재빠르게 개울을 뛰고/지렁이로 몸을 비틀며 꾸물꾸물 산비탈을 기어오르고/원숭이로 변해 날쌔게 떡갈나뭇가지로 뛰어 올라가 숨네/탱크를 장난감처럼 뒤집어 던지는 로봇의 팔들 가을의 붉은 속치마를 두른 680고지 673고지 749고지/펀치볼을 두른 칼날의 능선바위도 오르내리네/지금 네 빈 가방에는 무엇이 울고 있느냐/파편이냐 보석이냐 두개골이냐 더그럭 덜그럭 ------<Ⅵ 지금 여기>에서
파르테논 신전과 9,11테러, 탱크를 집어 던지는 로봇의 팔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합한 이미지들이다. ‘탱크를 집어 던지는 로봇의 팔’은 미래의 전쟁 상황을 상상한 동영상이다. 이 부분은 시공時空을 집합하고 하나로 통합한 것을 보여준다. 이 통합은 시인의 의식 속에서 해체의 과정을 거친(관념을 다 벗어버린) 통합이라는 데서 시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다음의 예시는 사상과 종교를 통합한 이미지다. <Ⅳ DMZ>의 붓다와 예수의 등장이 그것을 선명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공(空)이 한 시대의 밑바닥을 다 읽은 듯/탕 치고 튕기네/풍선처럼 점점 부풀다간 탁구공만해지면서 저쪽으로 굴러가네/축구 선수들 발 끝에 붙어 맨체스터 밀라노까지 갔다 오네/ 핵버섯구름도/안으로 짓이겨 빻아서 가루로 다져 굴러가네(생략)/호주의 모랫바람에 숨구멍이 막히고/2004년던가 지중해 신화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바람둥이 파리스가 아프로디테 누나에게 준/탐스러운 사과도 맛보았지/(생략)수마트라 이체에서도 쓰촨에서도/그래도 공은 바닥을 치고 솟네/네 키를 넘고 북한산을 넘네/2천 7백미터 백두산 맑은 물을 한 번 돌고/예수께서 맨발로 걸어오신 갈릴리 호수 위를 굴러/8천 848 미터 에베레스트 정상/룸비니에서 본 싯다르타의 시선이 상기 머무는 저 바위에도 --------- <Ⅳ DMZ>에서
이 부분에서는 공空을 공<球>으로 환원하여 기표연상記標聯想의 상상력이 펼치는 불연속적인 상상의 파노라마가 지구전체를 휘감으며 웅장하게 전개된다. 공(空)→공<球>→멘체스터→밀라노→호주의 모랫바람→지중해 신화의 숲→파리스가 이프로디테 누나에게 준 탐스런 사과→수마트라 이체→쓰쏸→북한산→백두산→예수께서 맨발로 걸어 온 갈리리 호수→에베레스트 정상→룸비니 싯다르타의 시선이 머문 바위. 이런 웅장한 상상의 공간은 우체부(시인)가 80년 동안 쌓아온 인식과 사유가 총체적인 이미지로 분출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시의 캐릭터 우체부는 현실(현상)의 실상을 ‘불연속적인 공空의 변화’라는 렌즈를 통해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 텍스트와 텍스트의 불연속적인 결합 또는 병치倂置는 하이퍼텍스트의 세계를 열어준다. 그 총체적 현실인식의 세계는 20세기의 시와 21세기의 시를 가르는 경계가 된다.
나. 단선구조에서 해방된 다선구조多線構造의 세계
이미지의 불연속적인 연결과 결합은 시의 구조를 다선구조多線構造로 만든다. 필자는 시론「단선구조의 세계에서 다선구조의 세계로」(시문학」 2008년 10월호)에서 “다선구조는 논리적(인과적)이고 공리적인 선명한 주제의식의 단선구조에서 벗어나 현실과 가상현실의 복합구조를 시에 도입하여 상상의 영역을 넓히고 이미지의 독자성을 시의 중점에 두고자 하는 시의 방법이다. 따라서 이 다선구조에는 엉뚱한 이야기, 돌출 이미지 등이 뒤섞이어서 시의 기본 줄기가 무엇인지 모호해지고 난해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단선구조의 시보다 풍부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고, 가상현실의 공간, 영상성과 공연성, 자유연상의 이미지 세계를 다양하게 펼쳐준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의 예술적 공간을 담고 있는 시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21세기한국의 시인들은 대부분 길이에 관계없이 한 편의 시에 하나의 시점(단일시점)만 존재하면서 하나의 이미지 또는 하나의 메시지(의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시를 쓰고 있다. 시 속에 사건과 인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건과 인물들은 시 속에서 시인(시적화자)에게 종속되어서 독립된 시점을 나타내지 못하고 시의 대상(소재)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런 단일한 시점의 단선구조는 그림의 ‘원근법遠近法’과 같이 어떤 한 곳에 중심을 두고 하나의 시점에 대상을 집중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작가가 의도하는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 그런 기법은 미술의 역사에서는 19세기적인 기법이다. 이 단일시점의 ‘원근법遠近法’을 깨뜨린 것이 20세기 초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일으킨 큐비즘Cubism 운동이다. 이 큐비즘Cubism이 현대미술 기법에서 상식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들은 “자연을 예술의 근거로 삼았지만 그 형태와 질감 및 색채와 공간을 그대로 모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상을 철저히 분해하여 여러 측면을 동시에 묘사함으로써 사실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엠파스 백과사전) 피카소의 그림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큐비즘의 기법으로 비동시적인 것을 동시화 함으로써 2차원의 평면에 입체적立體的인 시각視角을 제시하고 있다. 이 큐비즘과 같은 기법의 시가 다시점多視點의 시다. 앞에서 말한 16세기 임진왜란 해전의 장면과 20세기 한국전쟁(6,25) 장면의 동시적 보여주기,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합한 이미지들은-파르테논 신전과 9,11테러, 탱크를 집어 던지는 로봇의 팔 등의 장면- 모두 미술의 원근법 같은 인과적 관계로 형성된 일반적인 서사구조를 깨뜨린 다시점의 시각이 펼치는 비동시적인 사건의 동시화 기법이다. 이와 함께「우체부」에서 보여주는 다시점의 구조는 다양한 화자話者의 목소리를 통해서 흥미로운 보여주기showing로 표현된다. 이것이「우체부」에 들어있는 다시점의 다선구조다. 이 시에는 제1의 화자로 자신의 내면의 소리와 행동을 전하는 우체부, 주인공 우체부를 소개하고 그의 행동을 응시하는 제2의 화자, 그리고 세상을 전지적 시점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신적인 존재로서의 제3의 화자, 전쟁터나 야전병원 등 현장의 인물들(제4의 화자), 펀pun의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제5의 화자) 등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하고 각자 독자적인 모습으로 다른 환경과 시점에서 존재하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시는 독자들을 하나의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상의 무한한 변화變化와 조화調和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래서 이 시를 공연公演하기 위해 오페라의 대본으로 각색脚色할 경우, 무대舞臺에는 불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전쟁의 사실적인 장면들과 함께 중심 캐릭터 우체부와 그 우체부를 응시하고 있는 인물, 신적인 존재, 신화속의 인물, 역사 속의 인물, 현장의 인물, 펀 속의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질퍽하게 빚어내는 형이상학形而上學과 형이하학形而下學의 파노라마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리라고 생각된다. 이 시속에서는 그런 다양한 화자들의 목소리(이야기)가 시행詩行의 변형變形으로 표현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체부 가방은 다시 ‘개(犬)고개’를 넘었지 가전리(加田里)로 가는 구불구불한 산길에 솟은 ‘개고개’ 왼편에는 저 멀리 흰 거품을 뿜으며 산골을 굽이굽이 적시는 소양강 상류가 보이고 그 앞의 나즈막한 구릉 기슭에 제1소대 제2소대 제3소대 순으로 진을 쳤네 박격포 12문을 방렬(放列)했네 호를 깊이 파, 더 깊이 머리를 내어 멀리 지평선까지 투시할 수 있도록 호를 2층으로 파라구 포탄이 날아들면 자라처럼 머리를 옴츠려넣고 몸을 옹크려야 탄약도 충분히 준비해 중대장의 이런 다급한 소리 들었지 --------<Ⅲ 불의 기호>에서
이 장면에는 우체부(제1화자)의 이야기와 “호를 깊이 파, 더 깊이” 파라는 중대장(제4의 화자)의 목소리가 시행의 변형으로 표현됨으로써 시점이 두 개로 구분된다. 그리고 화자도 우체부와 중대장으로 나누어진다. 시점과 화자의 구분은 사실의 표현을 정확하게 해 줄뿐 아니라, 우체부의 행동과 사고思考와 관찰觀察의 눈을 더 자유롭게 해주는 효과를 드러낸다.
병사들은 뭣인가를 중얼거리며 죽어갔네 으으이 윽, 말하기 전의 시니피앙 말이 끝난 뒤의 소리를 내지르며 죽어갔네 한숨 중얼거림 신음 절규 호곡 어머니 불효자 용서하세요 어머니 만수무강하세요 어머니 ‘빽’하고 죽습니다 불룩거리는 네 가방 속은 무슨 소리지 더그럭 덜그럭 쟁그랑 딱 딱 왁자그르 와글북적 미미발휼(浘浘浡潏) 우체부 조셉 룰랭의 금단추 벗는 소리 --------<Ⅲ 불의 기호>에서
이 장면에는 제1화자인 우체부와 죽어가는 병사(제4의 화자)와 우체부를 응시하는 제2의 화자가 등장한다. 우체부와 병사들은 전쟁터라는 현장에 있는데, “불룩거리는 네 가방 속은 무슨 소리지”라고 묻는 제2의 화자는 그들과는 먼 거리에서 엉뚱한 질문과 상상을 한다. 이 제2화자의 존재는 우체부를 시의 캐릭터로 내세운 시인의 무의식無意識 속에 존재하는 타자他者 즉 제3의 무형無形의 인물 같기도 하다.
룩소르의 오벨리스크 꼭대기에서 나일강을 굽어보다 내려온 망령 9.11테러로 죽은 해골들과 얼싸절싸 어울리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에서 해골들이 날아오네 파르테논 신전 주춧돌에 눌리다가 빠져나온 야윈 혼령들이 돌계단을 내려와선 올리브 숲으로 얼른 숨거나 북쪽의 에렉트리온 신전 담을 뛰어넘어 사라지네 로봇들이 924고지의 어둔 계곡을 다 덮네 토끼처럼 재빠르게 개울을 뛰고 -------- <Ⅵ 지금 여기>에서
이 장면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전지적이고 거시적인 제3의 시점 즉 신적神的인 존재의 시점이 들어 있다. 화자가 바뀌는데 따라 시점이 거시화巨視化(확대) 또는 미시화微視化(축소)되면서 다이내믹한 극적효과劇的效果를 만들어 낸다. 이런 다양한 시점의 포용과 표출이 이 시를 형성하는 다선구조의 특성이다.
다. 사건을 생생하게 감지하게 하는 사실적인 표현기법
대상에 대한 과학적 인식은 시적 상상의 밑바탕이 된다. 이 시에서는 상상의 비탕이 되는 사실의 생생한 인식과 표현이 생동감과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 주는 힘이 발산하는 현장감의 효과다. 형이상학을 앞세운 시에서는 담을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정서이기도 하다. <Ⅲ 불의 기호>에서 보여주는 6,25 전투장면의 현장은 독자들을 목격자目擊者처럼 만든다. 그리고 정밀한 수학적 언어들은 냉정하고 치밀한 관찰이라는 사물시事物詩physical poetry의 기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사실성은 독자들에게 사실의 생생한 감각을 감지하게 하고 체험하게 할뿐 아니라 시의 기반을 튼튼하게 한다. <Ⅴ 모데라토>의 대구大邱 제1육군병원의 현장묘사는「우체부」가 관념의 시가 아닌 실제 체험의 시라는 것을 증명한다.
발사준비 편각(偏角) 1635 고각(高角) 777 장약 20호!/1번 포수가 편각과 고각을 맞추고/2번 포수가 각도를 올렸다 내렸다 조정하고/3번 포수가 장약을 맡고/4번 포수가 포탄을 들어 포구(砲口)에 집어넣으니/포강(砲腔)에 떨어져 바닥의 격침에 닿는 순간 쾅! 발사되네 ------<Ⅲ 불의 기호>에서
포성을 맞으며 새벽을 떠난 후송 열차는 느릿느릿/한밤의 대구(大邱) 제1육군병원이네, 들것은 다시 트럭으로 옮겨지고/닭도 울지 않는 달구벌에 내려졌네/전선에서 몰려든 부상병들이 누더기처럼 광장을 다 덮었네/하늘의 은하수처럼 빽빽하게 쏟아부었네/만발한 한겨울의 꽃밭이네/그때 네 인장은 저 별이 간직하고 있었을까/세상에는 모르는 일이 너무 많네/추위가 추위에 눌려 지층(地層)으로 켜켜이 쌓인 달구벌의 겨울밤은 차라리 원시적 아픔이었네 눈물과 신음이 얼어붙는 북극 도시였네/끊어지는 숨소리 헐떡거림 끙끙거림 울부짖음/아아 아야야 윽윽 음음 응응 비명의 격류/다리 잘린이 눈 잃은이 부러진 척추/잘린 발목 부여잡은이 팔 없는 어깨죽지/노호 탄식 통곡 읍소 절규…… ---------<Ⅴ 모데라토>에서
1930년대의 시인 김기림金起林은 그의 『시론詩論』32쪽 <과학과 비평과 시>에서 “主張을 품은 모든 命題는 事實의 檢證에 비추어서 그 眞假를 결정하는 것을 眼目으로 한다. 論理 自體는 權利가 없다. 그것이 事實-실로 事實과 相應하지 않을 때는 거짓이라는 烙印을 얻어맞는다. 科學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理論物理學이다. 形而上學이 科學 앞에서 드디어 그 地位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면서 현대시인의 과학적 태도를 요망하고 있다.
라. 펀(pun)
「우체부」에서 느닷없이 튀어 나오는 펀(pun)은 의미를 따지기 전에 흥미를 돋워준다. 이 펀(pun)을 시의 맥락과 연결시키는 독자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 시에서 그 자체의 독립적인존재성을 갖는다. 펀(pun)은 시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활력을 불어 넣는다. 1950년대 악극단공연樂劇團 公演에서 막과 막 사이의 시간에 재담꾼들이 나와서 관객을 웃기곤 했는데, 시에서의 펀(pun)은 그 방법의 전위轉位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펀(pun)의 기법은 하이퍼텍스트의 시에서 하이브리드의 기능을 한다. 하이브리드는 이질적인 것의 결합을 통한 시의 영역확대의 기법이다. 이 시에서도 펀(pun)은 강파르고 심각한 전쟁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훈훈한 마음의 꽃을 피우는 역할을 하고 웃음을 공급한다.
기사 양반 저짝으로 쪼깐 돌아서 갑시다/어찮게 그런다요 버스가 머 택신지 아요/아따 늙은이 물팍이 어링께 그라재/쓰잘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저번 착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그 기사 미쳤는갑소// 이러히 그들은 연애하네/가끔씩 닭이 보이지 않으면/소가 목 빼고 두리번거리고요/소가 한 구석에 엎디어 있으면 닭은 소막까지/가서 갸우뚱갸우뚱하다가 뒤뚱뒤뚱 돌아나오지요/이러히 소와 닭은 연애하네//저녁 바람이 이렇게 드세니 동백꽃도 뺨따구 맞듯 다 저버리겠어 진 꽃잎은 땅에서도 서성거리지 못해 바다로 쓸려 가버리겠고 동백꽃은 왜 선혈처럼 그렇게 붉고 붉은지…/그러면 보자 그 여자분 열 아홉 살 영감님 나이 수물 한 살에 만나가꼬 용초도에 동백꽃 필 때 동백나무 숲에서 오 년마다 미아이하기로 하고 마 헤어졌다는 그런 말씀 같으신데… 참말로 세상에 그런 기구한 곡절도 있다니 소매자락만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라 말도 있드키 시상 오래 살고 볼 일임더/이러히 그들의 연애 동백꽃도 붉네 -------- <Ⅵ 지금 여기>에서
굴뚝새는 깊은 숲속에 둥지 트나 가지 한 개요/두더지는 황하(黃河)를 탐하나 쬐그마한 제 배 채울 뿐이네/누가 투덜거렸나 쯧쯧 ----------<Ⅲ 불의 기호>에서
마. 언어유희
언어를 구성하는 기표(시니피앙)와 기의(시니피에)를 분리하여 기표만 이용하는 언어유희는 경박한 말장난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 시에서 언어유희는 펀(pun)과 같이 시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상상의 무한한 확대에 기여한다.
불룩거리는 네 가방 속은 무슨 소리지/더그럭 덜그럭 쟁그랑 딱 딱/왁자그르 와글북적 미미발휼(浘浘浡潏)/우체부 조셉 룰랭의 금단추 벗는 소리/겉보리 찐쌀 된장 미역이 한데 섞이는 소리/논두렁에서 참 함지를 이고 가는 처녀의 속치마 소리/요강에 조용히 앉아 잠이 든 여인 요조숙녀/죽치고 마주 앉아 고스톱하는 친구 죽마고우/施發勞馬 始發奴無色旗/캥캥 캥 대굴대굴 팽이처럼 돌면서/찍 찍 찍 찌르르 윙윙윙 울면서 몰려오는 두개골들/발끝에서 어깨까지 차도르(chādor)를 들러쓴 주검들/피에타의 숨소리 피에타의 맥박 소리/깨어지는 사금파리가 아니라/불발탄과 파편들이 뼈다귀를 녹이는 소리네/편지와 엽서는 모두 불탔네 --------<Ⅲ 불의 기호>에서
전사한 할아버지 애비 손자의 두개골들이/고지(高地)를 왕릉처럼 덮네 공처럼 여기저기 굴러다니네/어깨에 멘 황갈색 가방에 부딪쳐 튀어나가/저쪽 불탄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서 멎네/솔제니친이 삽 들고 헐떡이다 남겨놓은 굴라그(Gulag)/으슥한 흥안령 기슭을 돌아 밤의 두만강을 건넌/굴라그 구라게 굴라그 구라게/갓 속에서 촉수의 쇠그물 늘여친 クラゲ 굴라그 -------- <Ⅵ 지금 여기>에서
<Ⅲ 불의 기호>에서 ‘施發勞馬 始發奴無色旗 ’는 한자의 뜻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소리(시니피앙)이다. 욕설을 한자로 음사하여 표현함으로써 한자의 뜻과 욕의 뜻이 겹치는 이 중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Ⅵ 지금 여기>에서는 전쟁이 휩쓸고 간 고지에서 해골들이 굴러다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굴러다니네→굴라그(Gulag)→구라게 굴라그 구라게→クラゲ 굴라그, 라는 소리의 유사성이 만들어내는 연상의 음성언어로 시상을 전개하는 재미난 시니피앙의 방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솔제니친이 삽 들고 헐떡이다 남겨놓은 굴라그(Gulag)”에서는 소련의 강제수용소 굴라그에서 노역을 하던 솔제니친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전쟁과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게도 한다. 이런 엉뚱하고 파생적派生的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시니피앙의 연상 방법은 하이퍼텍스트의 기표 건너뛰기 기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3. 나가는 글
문덕수는 『문덕수 시 99선』(오늘의 시인총서 2004, 7,5 선)의 후기 시론 <정서에서 언어로, 다시 ‘사물’로>에서 “시의 방법이란 무엇일까? 기술技術이나 기교만이 아닐 것이다. 언어를 매만지고 다루는 솜씨도 방법이지만, 시의 방법은 그러한 범주를 뛰어넘는 넓이와 깊이를 갖는다. 말하자면 의도한 시를 완성하기 위한 모든 의식적 절차나 수단의 총칭이다. 시의 개념이나 대상에 대한 반성은 물론이요, 재료의 선택․배열․결합, 정서와 이미지와 언어 등의 모든 문제를 포함한다.”고 했다. 이 말은 그의 장시「우체부」에 그대로 적용된다. 필자는「우체부」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감상하고 비평하면서 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거대한 바다 앞에 선 기분이었다. 어디서부터 말문을 열어가야 할지 난감하였고, 능력의 부족을 절감했다. 그래서 ‘재료의 선택․배열․결합, 정서와 이미지와 언어 등의 모든 문제’ 중 다른 많은 미확인지대未確認地帶는 남겨두고 말할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그것이 하이퍼텍스트 시의 ‘독법문제’와 ‘기법 들여다보기’에서 확인한 것을 소제목으로 붙인 ‘가. 이미지의 불연속적인 연결과 총체적인 현실 인식’, ‘나. 단선구조에서 해방된 다선구조多線構造의 세계’, ‘다. 사건을 생생하게 감지하게 하는 사실적인 표현기법’, ‘ 라. 펀Pun’. ‘마. 언어유희’ 등이다. 따라서 이 시의 주제파악 등 세세한 내용문제와 T.S.엘리엇의「황무지」와의 비교는 차후로 미루어졌다. 시를 창작하는 동기는 시인마다 다르고 그것이 시의 기법이나 내용에 미치는 영향도 시인마다 같지 않다. 이 시는 시인의 전쟁체험이 창작동기와 결부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체험이 장시「우체부」에 끼친 영향은 20% 미만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시를 시인 문덕수의 사적연보私的年譜에 결부하여 해부하고 의미를 추출하고 비평하는 것은 이 시가 안고 있는 현대적 기법의 자유롭고 광활한 이미지의 세계에 전혀 이가 맞지 않는 언어행위라고 생각된다. 470행의 이 장시에는 붓다, 예수, 공자 등 인류의 성인이 등장하고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창세이래創世以來 지구상에서 일어난 숱한 사건들이 망라되고, 현대인의 인권과 관련된 중요한 인물이 바다 속의 물고기처럼 편린片鱗을 드러낸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용솟음치는 전쟁의 광기狂氣와 그 광기의 와중에서도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선량한 민초民草들이 살아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로봇이 만들어 낼 미래의 세계도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어떤 관념에도 기울지 않고 그런 것들이 생동하는 현장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가상현실의 이미지로 드러내고 있다. 시속의 화자(시인)가 이 시에서 아무런 메시지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 시의 중심 캐릭터 우체부는 둥근 가방을 메고 지금도 한반도를 벗어나서 지구 또는 지구 밖의 어느 곳을 떠돌고 있을 것 같다. 이 시속에는 20세기 한반도의 시공에 중심을 두고 지구전체의 시공 속을 여행하다가, 제3의 공간- 4차원의 미래로 떠나는 우체부의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공空의 가방이 있다. 그 둥근 알 같은 가방 속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새로운 정보와 이야기들이 들어있을 것 같다. 따라서 인간의 실체적인 존재의 모습과 인간이 만들어낸 신화와 역사, 인류의 사상이 시인의 언어(기법) 속에 ‘토텔리티totality’의 형태로 담겨있는 현대적 기법(하이퍼텍스트)의 장시「우체부」는 1930년대 김기림金起林의「기상도氣象圖」와 함께 우리 현대시사現代詩史에 문제작으로 남으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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