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 날: 2017년 11월 29일 수요일
모인 사람들 : 시로샘, 지은언니, 양여주, 나랑, 성민, 할마, 말로
저녁에 큰 공연이 있는데 갑자기 몸이 안좋아지는 바람에 온천 들르느라 대박 늦은 날입니다.
오늘은 18기 마지막 모임인데, 이렇게 되어 버려 죄송합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창 말씀 나누고 계셨고, 30분 가량 나눠졌을 대화는 모두 놓치고 말았습니다.
책모임 성격상, 초반부터 열띤 토론들이 심심찮게 전개되는데 말이지요.
다행히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파니니를 씹으면서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슬며시 끼어들었습니다.
시로: 저번에 말씀드린 중국어로 책읽은 자료를 미처 지참 못했네요. 아쉽습니다..
할마: 그러게요. 원문이 어떤지도 알고 싶은데..
지은: 제가 아는 분 중에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모두 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 분 얘기를 들으면 표현에 있어서는 중국 문학이 훨씬 위인 것 같아요.
말로: 네, 한자의 조어 방식을 보면 푸른 빛깔이라도 물이 푸른 빛이나 하늘이 푸른 빛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만큼 우리말보다 더 적확하고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겠죠.
할마: 그래서 더더욱 번역자의 감성과 능력이 대단히 돋보이는 것 같아요. 소설의 전, 후반부에 걸쳐 표현이 적잖이 상스러운 것은 원문 떄문이겠지요? 등장 인물들도 이른바 잡놈, 잡년, 영웅, 소인 모두 혼재되어 보여주고 있어요.
시로: 무슨 말씀인지 알듯 합니다. 할머니의 인생을 두고 서술하는 방식에서 그 실례를 볼 수 있어요.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는 장면에서는 할머니의 순순함을 비둘기로 대치시켜 승천하는 이미지로 연결해요. 반면 후반부에 가면 실제 결혼생활의 묘사가 나오는데 훨씬 지저분하고 난삽했던 거죠.바람도 피우고..
말로: 어디선가 읽은 글에서, 유럽 귀족의 춤문화가 은밀하게 음란한 반면, 아프리카의 춤이 훨씬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생명력에 넘친다고 했어요. 이 책에서 묘사하는 거친 토속성이 그런 자연스러운 삶을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양: 저는 책 속에서 ‘문명은 발전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은 전체적으로 퇴화한다’와 유사한 문장들을 여러번 봤어요. 유럽인들 보면 신기하게 체력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지은: 맞아요. 애기 낳고 벌떡 일어나고 다음날 바로 아이스크림 먹고..
양: 그러니까요. 중세 유럽에 흑사병 광풍이 불었잖아요? 유럽인의 절반 이상이 죽었다는..그 때 몸이 약하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죽고 강인한 유전자가 살아남아서 이제까지 이어져 온 거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은경: 예를 들면 고사리 같은 것을 봐도 그래요. 우리나라 고사리와 달리 외국의 고사리는 엄청 세더라고요. 토질이라는 것도 그 차이를 만드는 요인중의 하나일 겁니다.
지은: 저는 우리 땅을 떠난 깻잎이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봤어요. 환경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이 역시 맞아요.
시로: 네, 말씀하신 그런 주제들이 ‘타고난 씨앗이 환경을 만나서 발아된다’로 설명되면서 책에 등장합니다.
책으로 잠시 돌아가 볼까요? 5장 기이한 죽음에는 세 명의 죽음이 나옵니다. 겅 18도(여우 위패를 태우고 얼어죽음), 곰보청(일본군의 개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결국 개가죽을 뒤집어 쓰고 죽음),작은 할머니(족제비 영혼이 씌임)가 그들이죠. 이 세 죽음이 모두 동물 상징을 업고 있죠. 일종의 토템처럼.
지은: 아..! 그렇군요. 저는 한편으로 ‘생존에의 절박함’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사람들을 묘사한 듯 느껴졌어요.
양: 그에 비하면 현대인인 우리는 너무 나약한거죠..ㅜㅜ
지은: 그럴 수도 있겠지요. 전체 인류사에 비하면 지금 이 상황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일 지도 몰라요.
할마:음…. 우리는 이렇게 깔끔하게 살고 있지만, 아프리카 오지의 사람들은 아직도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지요…
나랑: 소설 내의 상황을 보면 일본군도 문제지만, 중국 내부에 여러 종류의 가치를 내세운 군대가 병립하여 혼란스러운 것이 더욱 큰 문제로 보여요.
지은: 그 와중에 중국 공산당이 주류를 잡은 것이지요. 매번 죽어나가고 고통받는 일반 백성들만 불쌍해요...
시로: 한편 ’할아버지’라는 인물은 역사적인 안목이 결여되어 있어요. 근시안적인 시야로 세태 파악이 잘 안되죠. 개인적인 원한이나 갚으려고 하고요. 또 할머니 장례를 치르면서 부린 거대한 허세 때문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결국 몰살하게 됩니다.
성민: 책 해설에 보면 모옌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되어 있는데… 왜 그렇죠?
시로: 중국 내에서의 평가는 그럴겁니다. 하지만 국제적 평가는 다르죠. ’빨래를 남이 보는 데에 널지 말아라’는 중국 속담이 있어요. 중국 국내의 수치스러운 면을 해외에 보여주었다는 거죠.
지은:이전에 읽은 책이 생각나네요. ‘대륙의 딸’이던가? 전족이야기가 30쪽 넘게 묘사되어서 진저리쳤던 것 같아요. 중국 소설은 굉장히 전복적이예요. 스케일도 크고요.
양: 반면 일본소설은 세밀한 감정이나 찰나에 집착하죠..
말로: 작가들은 하나의 얘기를 평생에 걸쳐 한다는 인터뷰를 읽었어요. 아마 몸 속에 깊이 박힌 일이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소설가가 되는것 같아요. 모옌도 이렇게까지 쓰다니… 얼마나 절실히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시로샘이 준비하신 특별 선물, 책타로뽑기가 이어졌죠.
내년의 자신의 운세를 책에서 선별하신 글귀를 뽑아 느껴보는 귀하고 재미난 시간..
진짜 타로타드를 뽑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우리 마음같았더랬죠?^^
이번 기수 책읽기 너무 즐거웠어요.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시로샘!!
성민의 카드:
나랑의 카드:
말로의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