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로고 변천사
내가 다녔던 70명 안팎의 어느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과 신입직원의 교육을 마치고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마무리 교육을 했었다. 주제는 심히 성공한 스타벅스의 '콘셉트'에 대해 배우는 것이었는데, 스타벅스가 그토록 많아지기까지 그들의 노하우는 대체 무엇이었는가를 알아보는 과정이다. 나는 그때 특수임무(?)를 띠고 입사했었으므로 단기속성 교육만 받고 스타벅스에 관한 필독서는 읽지 않았지만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스타벅스의 콘셉트는 한 마디로 대중성인데, 온 세계를 넘나들면서도 문화적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의 인테리어와 모든 디자인은 국적불명이다.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이고 신비스러우며, 또 남태평양의 섬들이나 호주의 원주민스러운 토속적인 느낌도 있다. 아무튼 값싼 재질의 인테리어와 별다를 것 없는 커피 재료임에도 천 원 더 비싸게 파는 것이 또한 콘셉트였다고 하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와 콘셉트를 파는 세상을 잘 이용한 사례라고 하겠다.
그런데 중요한 그들의 디자인 모티브는 엠블렘에서 나온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1992년부터 쓰이는 로고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것인데, 가운데 있는 여자는 여신이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칼의 구불구불한 모양들은 곳곳에 디자인으로 응용된다고 한다. 이 친근해 보이는 여신 자체에 대한 것은 언급이 없었다. 최근에 알아보니 이 로고 속 여신의 모습은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고, 다소 성적인 이미지였다고 한다. 창업 당시인 1971년에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 상반신을 드러내고 두 갈래의 물고기 꼬리를 양손으로 잡고 있다. 1987년에 도안을 정리하고 가슴을 가려 성적인 느낌을 줄였지만 여전히 천박해 보이는데, 1992년에 개정된 지금의 로고를 보면 꼬리마저 잘 알아볼 수 없게 확대하고 트리밍하여 단순화시키고 귀여움을 더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누구도 이 로고를 보고 물고기나 인어를 떠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꼬리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초기 로고를 복원한 디자인(맨 오른쪽 그림)을 일부 점포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엠블렘을 만든 이들의 의도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이 여신의 이미지는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문화의 한 코드가 되어가고 있다.
물고기, 인어, 아타르가티스, 다곤
'물고기' 하면 사람들은 여신을 생각하기 전에 '인어'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인어의 기원조차 여신이다. 다음은 위키피디아의 내용이다.
서양인들은 서양의 인어의 기원을 서양신화에서 찾지 않는다. BC 1000년 경의 앗시리아 신화인 세미라미스(Semiramis) 여신에서 인어가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세미라미스 여신의 어머니 아타르가티스(Atargatis) 여신이 세속의 목동을 사랑하다 못해 그를 죽였고 그 번민으로 호수에 뛰어들어 물고기가 되었다. 물결이 그 여신의 아름다움을 감추게 되어 그 여신은 결국 허리 위에는 사람이 되고 물이 찬 그 아래는 물고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미라미스는 물론 여신의 시조인 니므롯의 아내이다. 인어가 된 아타르가티스(Atargatis) 여신은 세미라미스의 어머니인데, 그리스 신화에서는 데르케토(Derketo)이며, 성경에서는 다곤(Dagon, Daygon, the Fish God) 신상으로 등장한다(삿 16:23; 삼상 5:2~5; 대상 10:10 등). 신이 인간을 사랑한 위의 이야기는 마치 반인반어인 인어가 사람을 사랑하여 인간이 되려 했던 '인어공주'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이런 이야기들은 노아 시대에 거인족 네피림과 반인반수들을 탄생시킨 천사들의 유전자 조작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곤은 여러 자료에서 남자의 모습으로도 표현되고,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다그온'으로 알려진 로봇도 남성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원래 여신이다. 다곤의 물고기 형상은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등의 주교들의 모자에도 형상화되어 있다. 아래 그림은 가톨릭 주교(감독)의 관, 교황의 관이 다곤의 관에서 유래했음을 보여 준다. 위 스타벅스 여신의 머리에 있는 관도 별모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이것과 비슷한 형상으로 되어 있다. 물고기 꼬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물고기 입의 형상이다(제작자의 의도는 잘 모르겠고, 그렇게 보인다).
물고기 형상은 기독교에서도 자주 쓰인다. '익서스(물고기)'라는 헬라어 단어를 그 첫 글자를 따서 각각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 아들, 구원이라는 뜻으로 쓰는 것이다. 곧 '예수님은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의 구주이십니다.' 라는 신앙 고백을 의미하는 것. 초기 유대인들의 지하 비밀교회에서도 암호로 쓰였다고 한다. 또 예수님이 어부들을 불러 세우셨고, 주님이 그물을 던지라고 한 곳에서 많은 물고기를 낚은 것, 오병이어의 기적, 부활하신 몸으로 물고기를 드신 것 등등을 들어 물고기를 많이 상징화하고 자동차 뒤에도 붙이는 등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어떤 모양이든지 형상화하고 상징화하는 것은 그리 좋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 예수님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는 분이었으므로 물고기를 굳이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
삶에 침투하는 여신의 이미지
된장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고가의 스타벅스 커피숍. 이제는 이 로고만 보아도 배가 부르고 행복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로고를 본따서 만들어지는 로고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그 옛날 로마 가톨릭이 이교도들을 끌어안기 위해 우상 여신들의 어미와 새끼 숭배 사상을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로 대치한 것과 같은 일이 마지막에도 일어날 것이다. 비극적 결말인 인어공주의 이야기조차 인간과 결합되는 사랑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다시 만들어지는 시대, 여신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마귀의 무리들은 이 마지막 때에 다시 한 번 인간과의 유전자 조작을 통한 그들만의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여신의 시대는 모든 문화를 수용하는 스타벅스의 콘셉트처럼 모든 문화권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미 그런 세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신적인 존재에서부터 그저 아름다운 여성까지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물론 크리스천들조차 그것을 종교의 폭넓은 수용과 배려로 받아들이며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콘셉트에 대해 연구했던 그 곳이 기독교 회사였음에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이런 것을 답습하고 있었다. 또한 스타벅스의 성공에 대한 모 도서를 집필한 사람도 크리스천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볼 때 여신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앞으로도 이런 물결을 막기는 점점 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여신은 이렇게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
출처: 윤아아빠 원문보기 글쓴이: 은혜로 말미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