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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02
S#1. 수술실 + 참관실 (밤)
전회와 이어지고...
지켜보던 도영, 인기척에 놀라 돌아보면 용길이 태연하게 들어선다.
놀라는 도영.
용길 : (옆에 앉으며) 어디 좀 볼까?
준혁, 고개를 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인사를 하는 도영, 신경이 쓰이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는다.
S#2. 수술실
잠시 멈칫했던 준혁, 가볍게 목례를 하면...
스텝들, 뒤 돌아본다.
건하 : (당황) 교수님...
준혁 : (태연한 척) 메쩸... (간호사 건네주고)
건하, 민승, 서로 불안한 시선을 교환하고...
준혁 : (복부에 시선 둔 채) 어디 봐?!
건하, 민승, 다시금 긴장한다.
S#3. 참관실
용길 : 장교수하고 동기동창이지?
도영 : 네...그렇습니다.
용길 : 시간이 많이 흘렀네. 음... 1, 2등을 다투던 두 사람을 본 게 20년 전이니까.
그런 친구들이 어느 새 내, 외과로 갈려서 우리 병원의 중추가 됐어.
도영 : ...
용길 : 다른 병원은... 내과 외과가 힘겨루기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자네들은 긴밀하게 협조가 잘 돼서 일하기 좋을 거야.
도영 : ...
용길 : 어떤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나? 물론 췌장암이 의심되지만 말이야.
도영 : ...
용길 : 말해봐. 궁금해서 그래...
도영 : 췌장암이 아니길 바랍니다.
용길 : 역시... 자네는 항상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군. 나도 같은 생각이야. 저 환자 췌장암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도영 : ...!
S#4. 수술실
수술하던 준혁, 멈추고 손을 빼내면...
건하 : (안도) 췌장암이네요.
준혁 : (묵묵히) 좀처럼 할 수 없는 췌장암 수술이다. 췌장의 위치는 복강내의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주위에 대동맥과 대정맥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게 해야 돼.
건하, 민승, 고개를 끄덕이고...
준혁, 수술에 들어간다.
S#5. 참관실
도영, 고개를 끄덕이는데 용길, 무표정하게 보고 있다.
용길 : 자네들이 공을 세웠군.
도영 : (돌아보며) 네? 아, 아닙니다...
용길 : (일어나며) 수고들 해.
도영, 뒤에서 인사를 하는데,
용길 표정 확 굳어 있다...
S#6. 수술실
준혁, 절제한 암조직을 꺼내 어시스트 간호사가 들고 있는 병리튜브에 넣는다.
준혁 : (간호사에게) 병리과로 바로 넘기고, (건하에게) 마무리 잘하고.
건하 : 네, 알겠습니다. (하고는 자리를 바꾸고)
준혁, 수술복을 거칠게 벗어서 수거통에 팽개치며 나온다.
S#7. 참관실
준혁, 들어오면...
준혁 : 어떻게 된 거야?
도영 : ... 수고했어.
준혁 : 왜 부원장이 들어와?
도영 : (고개를 젓는) ...
준혁 : 뭐래? 무슨 얘기 했어? 어떻게 된거냐고 그래?
도영 : 아무 말 없었어.
준혁 : 왜 아무 말이 없어? 수술 하는 걸 봤는데?
도영 : (기가 찬) 의사로서 의무를 다한 것뿐인데 무슨 말이 필요해?
준혁 : 몰라? 우린 부원장을 건드린 거야.
도영 : 아니, 우린 환자를 구한 거고, 그걸로 된 거야. 그리고 넌 정말 훌륭하게 수술을 해냈구.
준혁 : 부원장은 그렇게 생각 안할 거란 말야!
도영 : 그런 것까지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준혁 : 너.. 정말... (말이 안통하고) 좋아, 그럼, 내가 해결할게.
준혁, 도영 잠시 시선이 부딪히고...
준혁, 참관실을 나가 버린다.
F.O
S#8. 의국 (아침)
건하, 민승 등이 대화중이다.
상일, 한쪽에서 원서 보고 있고.
동일, 꾸벅 졸고.
민승 :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정통으로 걸렸는데...
건하 : (한숨) 괜찮을 리가 있냐? 문제는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느냐 마느냐지.
민승 : 네? 우리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한 거잖아요.
건하 : 그렇게 따지면 장교수님한테는 죄가 있냐?
상일 : (책만 보며) 있지. 괘씸죄...
건하 : (으이구 하듯 눈 흘기고)
민승 : 암만 그래도 우리까지 피해를 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자기 체면도 확 구겨질텐데...
건하 : 설마가 사람잡구요. 그 양반은 체면 안 구기고도 얼마든지 해코지 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젤 무섭거든요.
왜냐? 언제 어느 때 쓰리쿠션으로 날아올지 모르니까. (하면서...)
건하, 동일이 졸고 있는 걸 보고는 옆에 놓인 두루마리 휴지를 머리로 툭 던진다.
동일, 잠이 확 깨 벌떡 일어나는.
건하, 민승 킥킥 웃는.
S#9. 주완 교수실
상일과 건하, 주완에게 보고 한다.
주완 : 흠... 그런 일이 있었군.
건하 : 의국이 좀 어수선 해서요.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나서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주완 : 흠...이런 건 참... 말을 먼저 꺼내기도 그렇고...홍선생 생각은 어때?
상일 : 부원장님 성격으로 그냥 넘어가실 것 같진 않습니다.
주완 : (끄덕이고) 망신을 크게 당한 셈이니까...
상일 : 좀 상황을 지켜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건하 : (다급한) 그래도 장교수님은 우리 외과의 간판인데... (주완, 표정 변하자) 아니, 제 말뜻은
우리 과가 이렇게 잡혀서 살면, 앞으로 어떻게 소신을 가지고 인술을 펼칠 수가 있겠습니까?
주완 : (끄덕이고) 하지만 무척 예민한 문제라서... 내가 부원장과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조용히 풀어야 하는 게 맞지 싶어.
건하 : (끄덕이고) 네.
주완,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S#10. 병원복도
준혁, 자판기 근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앉아있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일어나서 모퉁이를 돌아가고...
준혁 : (다시 돌아오며) 아차....
준혁, 의자에 놓은 인쇄물 집어 드는데, 뒤로 병원 직원 지나간다.
다시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자판기 커피를 뽑으려고 동전 넣는데...
구두 발자국 소리 들리자 재빨리 뒤로 돌다가 동전 놓치고...
준혁, 동전을 따라 모퉁이 돌아가면
용길, 동전을 집어 들고 있다.
준혁 : (인사하며) 아, 부원장님...
용길 : 어. (다가와 동전 건네고)
준혁 : 고맙습니다. 참, 어제 수술은 진단하신대로 췌장암이 맞았습니다.
용길 : (멈추고 돌아보는) ...?
준혁 : 사실 전 긴가민가했었는데... 많이 배웠습니다.
용길 : (아래 위 훑어보며) 그래...?
준혁 : (동요 없이) 네...
용길 : 최교수가 그러던가? 내가 췌장암으로 진단했다고?
준혁 : 네, 그렇습니다.
용길 : (웃으며 지긋이 쳐다보는) ...
준혁 : (시선 처리가 힘들고)
용길 : (끄덕이곤) 응급으로 할 것까진 없는 건데... 뭐하러 그렇게 했어? 것도 야밤에?
준혁 : (긴장하고) ...
용길 : 스케줄 잡아서 해도 됐을텐데 말야...
준혁 : 그건... 저...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용길 : (바로) 그 마음뿐이었나?
준혁 : (뜨끔)
용길 : (가면서) 하여간 수고들 했어.
준혁, 용길이 사라지자 뒤돌아 뛰어간다.
S#11. 도영 연구실
준혁, 도영을 찾아와 얘기 중이다.
도영 : 난 그렇게 못해.
준혁 : (황당하다) 윈-윈이야. 너는 부원장을 배려한 게 되고, 난 모르고 수술한 게 되고.
도영 : (어이없다) 잘못한 게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뭐 있어?
준혁 : 너는 부원장을 몰라서 그래.
도영 : 어쨌든 안 돼.
준혁 : 정말 이렇게 나올래? 내가 벌써 말했다잖아. 난 니가 해 달래서 수술 해준 거 밖에 없어.
도영 : 그래, 넌 내가 부탁해서 한 것뿐이라고 하지 뭐하러 거짓말을 해!
준혁 : 거짓말? (기가 찬) 그럼 오더없이 독단적으로 전과시킨 건 뭔데?
도영 : ...
준혁 :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끝까지 부딪쳐서라도 관철시키는 곧은 양심의 최도영 선생은 어디 간 거지?
도영 : (말문이 막히고)....
준혁 : 과정이 어쨌든 환자는 살렸으니까, 이젠 내 차례야. 친구로서 부탁한다.
도영 :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 ....
준혁 : (도영의 어깨를 잡고) 야! 최도영! 한번 도와달라잖아!
도영 : (풀며) 난 지금까지 너 만한 수술 실력을 가진 외과 의사를 못 봤어. 어제만 해도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니 실력에 친구이자 같은 의사로 자랑스러웠다.
준혁 : ....
도영 : (한숨) 부탁하는데 외과의사로서 자존심을 지켜줘. 이런 일로 너한테 실망하고 싶지 않다.
준혁 : ....고마운데... 니가 자랑스러워하는 그 외과의사가 지금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도 알아줬음 좋겠다.
도영 : ...
S#12. 내과 병동
회진이 끝난 내과 스텝들, 용길과 도영을 필두로 병실에서 나온다.
스텝들, 용길에게 수고했다 인사를 하고 흩어지는데...
용길 : 아, 최교수...
도영 : (돌아서는) 네...
용길 : 어제 내가 췌장염으로 진단했다고 말했다며?
도영 : ....
용길 : 장교수가 그러더라고.
도영 : ....
용길 : (비꼬듯) 내 생각해 주느라 그렇게 말한 건가?
도영 : 사실은...
용길 : 사실은...?
도영 : (고민하고) ...
용길 : (지긋이 보고) ...
도영 : ...죄송했습니다.
용길 : (피식 웃으며 가는) 자네들 호흡이 제법 잘 맞는구만...
도영, 참담한 기분으로 서 있는데...
S#13. 병원 일각
준혁, 도영의 어깨를 토닥이며....
준혁 : 그래, 수고했어.
도영 : 이런 식의 해결은 이번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준혁 : (불쌍하다는 듯 보며) 너 언제 어른이 될래? 정확한 진단보다 더 중요한 게 조직의 위계질서라고 내가 말했었지?
그런 현실을 인정 못하면 너나 나나 과장되기 힘들어.
도영 : (타이르듯) 그런 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다보면, 저절로 되는 거야.
혹시 안 된다 해도 내 일에 충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준혁 : (기가 차다) 순진한 거야 그런 척 하는 거야? 우리 여기까지 오는 데 몇 년 걸렸어?
의대 6년에 인턴, 레지던트, 군의관, 펠로우, 전임강사, 조교수, 그리고 지금까지...
이제 비로소 과장자리 목전에 와 있는데... 근데 여기서 멈추겠다고?
도영 : 의사가 된 이유가 과장이 되기 위해서였어? 넌 이미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외과의야.
그런 니가 왜 감투에 이렇게 연연하는지 나로서는 이해를 못하겠다.
준혁 : (곧은) 그게 너하고 내 인생관 차이야.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해도 권력에 의해 좌우 된다는 건
결국 실력만이 전부가 아니란 소리야. 물론 넌 실력을 갖추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하겠지만 난 아니야.
둘 다 원해. 먼저 갈게 (가고)
도영, 바라보는데...
S#14. 원내 한식당 (낮)
주완, 용길과 점심을 먹고 있다.
주완 : (한숨) 휴...
용길 : 왠 한숨이십니까?
주완 : 저희 과의 기강이 이렇게 해이해질 줄이야.
용길 : (웃는) 퇴임이 가까우셨는데 어느 정도 레임 덕은 각오하셔야죠.
주완 : 하지만 요즘은 제가 없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 거 같아서요.
어제 밤만 해도 제 허락 없이 몰래 수술을 다했지 뭡니까?
용길 : (시침 뚝 떼고) 아... 그래요? 누가요?
주완 : 누구겠습니까? 장준혁 교수죠.
용길 : 과장이 될 지도 모를 친구가... 과장님께서 좀 자숙을 좀 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주완 : 어디 제 말을 들어야 말이죠.
용길 : 허허...문제네. 참, 일전에 말씀하신 후임자 건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주완 : 아...그건 그냥...하도 답답해서 말씀만 드린 거지. 뭐, 꼭 그렇게 하겠다...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장교수하는 짓을 보면...참으로 어떡해야할지... (눈치 보는)
용길 : 문제가 좀 심각하면... 뭐, 계열 병원 같은 데로 보내버릴까요? 이과장님 마음 풀리시게?
주완 : 아니, 농담도... 하하하... (표정을 감추고) 흠흠... 그러고 보니... 지방 브랜치에 의료진 보강 건이 있었네요.
용길 : 네, 그 문제 때문에 골치가 이만저만 아픈 게 아닙니다. 전임강사급을 보내자니 무게감이 너무 떨어지고...
교수급들은 본인이 자원하면 모를까...
주완 : 아... 그렇죠. 본인의 의사가 아무래도...(생각하는)
용길 : 이래저래 고민입니다. 하하하...
용길, 그런 주완을 옅은 미소로 보는데...
S#15. 부원장실
용길,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결재 서류를 보더니 결재하기 시작한다.
싸인 하고, 책상 앞 ‘결재’ 라고 써 있는 칸에 놓는다.
어느 서류에 결재를 하려다 멈추고, 들어서 자세히 보면...
“항암제 감수성 테스트를 위한 기기 구입 건” 이고, 제안자가 부교수 최도영이다.
용길, 가만히 보다가 “결재 보류”에 획 던져 놓는다.
S#16. 연구실
도영, 기기 조작을 하고 있는데, 걱정스런 표정의 은혜가 들어온다.
은혜 : 교수님...
도영 : 응?
은혜 : ...저... 그 연구 기기 설비 결재 올린 거 있잖아요? 그거... 리젝트 됐어요.
도영 : (놀란) 그게 왜? 구입하기로 해서 이미 주문까지 한 거잖아.
은혜 : 그러니까요.
도영 : (어떤 생각이 나고) ...뭐 때문인 거 같아?
은혜 : 그야...
도영 : 그 수술 때문인 거 같지?
은혜 : 네...
도영 :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데)
은혜 : (잡는다) 교수님... 그러지 마세요.
도영 : 이럴 순 없는 거야.
도영, 뿌리치고 나가는데
동일, 챠트와 캔커피 들고 들어오다 부딪친다.
인사하지만 받지 않고 나가는 도영.
은혜 : (뒤에 대고) 교수님~ 아휴. (털썩 의자에 앉는)
동일 : 최교수님 왜 저러세요?
은혜 : 나도 모르겠다. 어쩌려구 저러시는지... 근데 왜 왔어?
동일 : 지나는 길에 선배하고 커피나 한잔 할까하고...(캔 주며) 저 밖에 없죠? 선배 챙기는 사람.
은혜 : (한심한) 눈물나게 고맙다. (캔 퍽 따서 벌컥벌컥 마신다)
동일, 뭔 소린지 모르고 갸우뚱...
S#17. 부원장실
의료기기상, 용길에게 케잌 상자를 내민다.
용길 : 뭐야?
의료기기 : 케잌입니다. 항상 신경 써 주셔서 고맙다고 저희 사장님께서...
용길 : (받아 무게를 가늠하며) 무겁네.
의료기기 : (긁적이며) 네... 3개 넣었습니다.
용길 : (돌려주면) ...
의료기기 : (당황하고) 저...
용길 : (자동차 키를 꺼내주며) 내 차 알지?
의료기기 : (받으며) 아, 네... 트렁크에 고이 모셔 두겠습니다.
S#18. 비서실
도영, 들어오면 비서가 일어나고...
도영 : 계시죠? (하고 부원장실로 들어가는)
비서 : 손님이 계시....
도영, 무시하고 들어가려다, 나오던 의료기기상과 부딪힌다.
의료기기상, 케잌상자를 놓칠 뻔하다 가까스로 상자를 안고 넘어진다.
상자 일부가 찢어지며 돈다발이 보이자, 의료기기상 재빨리 가리는데...
도영 : (일으켜 세우려는) 괜찮으십니까?
의료기기 : (케잌 상자를 꼭 껴안고) 네, 네... 괜찮습니다. (일어나는)
비서 : 케잌 다 찌그러졌겠다. 괜찮으세요, 최사장님? (다가오고)
도영 : 죄송합니다... 제가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의료기기 : (꼭 안은 채) 아,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용길 : (나와서) 무슨 일이야?
도영 : 제가 실수로...
의료기기 : 아닙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들 하십시오. (후다닥 나가는)
용길 : (의료기기상이 나가자) 최교수는 왜 왔어?
도영 : 들어가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S#19. 부원장실
용길, 책상에 앉아있고... 도영, 선 채로 따지고 있다.
용길 : 허허... 자네 무슨 오해를 하고 있나 본데... 자네 연구 설비 건은 단지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서 지원을 못하는 거야.
내가 다음 분기 때 신경을 써 볼게.
도영 : 이제 와서 예산 확보라뇨? 이 건은 이미 논의가 끝났던 거 아닙니까?
용길 : 그렇게 알고 있었어? 아냐, 잘못 알고 있었군.
도영 : (말 안 하려다) 어제 그 수술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용길 : (기가 막힌) 뭐? 자네 방금 뭐라 그랬나?
도영 : 수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용길 : (일어나며) 자네 참 어이없는 친구구만. 어이없는 친구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나?
난 외려 자네들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어요. 내가 못보고 지나친 걸 자네들이 찾아줬잖아.
내가 표창장은 못 줄망정...뭐라고? 허허...사람 잘 못 봤어.
도영 : ...
용길 : 이거 실망인데. 자네는 평소에 나를 그런 인간으로 봐왔단 건가? 옹졸하고, 치사한 인간으로 말이야, 그런 건가?
(지긋이 노려보고)
도영 : (말문이 막히고) ...
S#20. 주완 교수실
주완과 준혁 대화 중.
주완 : (표정 어둡고) 심기가 좀 불편하시더라구. 요령껏 말만 잘 했어도 정식으로 수술할 수 있었는데...
부원장님만 무능한 사람 만든 거 아냐.
준혁 : 몰래 한 건 아닙니다.
주완 : 어쨌든... 그렇게 알고 계시더라고. 오죽했으면, 브랜치로 내려 보낼 생각까지 하셨을까? 흐흠...
준혁 : (긴장되고) ...!
주완 :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에 나하고 상의를 했어야지. 요즘 자네는 위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거 같아.
준혁 : 아, 아닙니다. 단지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서...
주완 : 아무튼... 그렇다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 분위기도 있으니까 자숙하고 있어.
준혁 : 네... 들어가십시오.
주완, 미소를 지은 채 퇴근하고...
준혁, 기가 막히다...
S#21. 병원 앞 (저녁)
도영, 생각에 잠겨 걸어가는데
준혁, 옆에 다가와 걷는다.
준혁 :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도영 : (끄덕인다) 그럴 거야...
준혁 : (놀라는데) 너도 무슨 일 있었어?
도영 : (고개 들어 준혁을 보는데) ...?
S#22. 와인바 (저녁)
와인 마시고 있는 준혁과 도영...
희재는 바 안쪽에서 진열대를 정리하면서 듣고 있다.
준혁 : 너한테는 단순한 행정 보복이지만... 나한테는 분명 인사 보복을 하려는 거야.
도영 : 설마...
준혁 : 내가 이런 걸 걱정했던 거야.
도영 : 나 때문에 너한테까지 피해를 주게 돼서 미안하다.
준혁 :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 우리 둘이 힘을 합쳐야 돼. 어물어물하다간 정말 큰일 나겠어.
도영 : 말도 안돼. 환자를 돌보는 병원에 권력이란 게 끼어들다니... 만약 그렇게 되면 그냥 두고 보지 않겠어. (술잔 비운다)
희재 : (잔 채워주며) 최 선생님 화내시는 거 처음 보는 거 같네요? 누군지 몰라도 단단히 혼날 각오해야겠다.
S#23. 도영의 집
윤진, 도영 처 그리고 주변에 민아가 놀고 있다.
윤진, 배가 아픈 듯 문지른다.
도영 처 : 왜? 속 안 좋아?
윤진 : 요즘 가끔 이러네. 괜히 음식 잘 먹고 딴 소리지?
도영 처 : 잘 먹긴...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소화제 줄까?
윤진 : 먹어 봤는데 잘 안 듣더라구 (하곤 오른쪽 상복부에 통증 느끼고)
도영 처 : 그래?
도영, 문 열고 들어온다.
도영 처 : 이제 와요?
윤진 : (일어나) 안녕하세요.
도영 처 : 당신 알지? 윤진이라고 우리 대학 후배. 이주완 과장님 딸이잖아.
도영 : 아...안녕하세요?
윤진 : (다시 통증 느끼며 몸을 굽히는)
도영 처 : (잡아주며) 너 안 되겠다.
도영 : 어디 아프세요?
윤진 : 그냥 속이 좀...(하다가 다시 통증)
도영 처 : 당신이 좀 봐 줘. 약 먹어도 안 듣는데.
도영 : 그래? 소파로 누워보세요.
윤진 : 아뇨, 괜찮아요.
도영 처 : (웃으며) 뭘 부끄러워해? 의사선생님인데?
윤진 : 어... (부끄러워하며 눕고)
도영 : (환부를 만지고 누른다) 아파요?
윤진 : 예, 좀...
도영 : 소화가 안 되는 느낌 말고 다른 증상은 없었어요?
윤진 : 따끔거리는 증상이 가끔 있었는데 요즘 심해졌어요.
도영 : 검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내일 외래로 나오세요.
윤진 : 네? (얼른 일어나며) 그 정돈 아니에요. 괜찮아질 거예요.
도영, 윤진의 상태가 의심스러운데...
S#24. 희재의 오피스텔
침대에 누워있는 희재와 준혁...
희재 : 최선생, 정면 돌진 할 기세던데 그건 자기 문제에 먹힐 방법은 아냐.
준혁 : (듣고 보니 그렇다) 그럼 어떻게 했음 좋겠어?
희재 : (일어나 앉고) 글쎄...나야 구경꾼인데... 자긴 좀 우회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애.
꼬장꼬장 권위 따지는 사람들, 뒤로 할 짓 다하면서 앞에선 폼에 살잖아. 세워줘.
치사하고 아니꼽더라도 가끔은 아부도 하고.
준혁 : (일어나 앉고) 아부? 속에선 열불이 나는데?
희재 : 눌러야지. 자기 자신도 못 눌러서 어떻게 남을 이겨? 자긴 다 좋은데... 단점이 있어.
준혁 : (뚱하게) 내가 뭐...?
희재 : 너무 빨라. 아직 벌어지지 않았는데 결론부터 내고 흥분하잖아. 자기가 애야?
준혁 : 또 그 소리... (삐진) 너 앞에서나 이러지 다른 사람들한텐 안 그래...
희재 : 나도 자기니까 이런 소리 해주지. 다른 사람한테 안 해.
준혁 : 한마디도 안지지... (벌렁 누워버린다)
희재 : 대신 말로 안 할 땐 져주잖아...(준혁을 안고 장난친다)
INS) 호텔 전경 (밤)
S#25. 호텔 바
꼬냑을 마시고 있는 오남기와 주완...
오남기 : 대선배이신 이교수님께서 나 같은 사람한테 상의할 일이 있으시다니 무슨 일이십니까?
주완 : 실은 내년 제 퇴직 후에 저의 뒤를 이어 1외과를 꾸려갈 인물이 필요해서요...
오남기 : 거긴 장준혁이라는 간담췌 분야에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사가 있지 않습니까?
주완 : 물론 장준혁이야 실력 좋고 말도 잘하는 친구긴 하지만 가끔 그것이 지나칠 때가 많아 모든 면에 문제가 많습니다.
어디 마음에 짚이는 인재 없습니까?
오남기 : 굉장히 어려운 주문이네요. 장준혁이를 능가하는 인물을 우선 찾기 힘들고
명인대학 정도라면 누가 봐도 납득이 갈 만한 인물이어야지,
선배님과 제 모교의 지위 확보를 위해 거래했다는 오해를 사기 쉬울 텐데...
주완 : 그래서 수많은 내 교우관계에서 특히 학회장님에게 상의하는 거죠.
서로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시고...좀 알아봐 주세요.
오남기 : (생각하다) 그러시다면 책임지고 적당한 인물을 찾아서 빠른 시일 내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대신 최후의 경우가 됐을 때, 아무래도 명인대학 출신의 힘이 강하니 없던 일로 하자는 일은 없도록 해주십쇼.
인사 문제란 그런 경우가 제일 어려운 것이니까...
주완 : 그럼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제가 퇴임한 뒤에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 지... 조언을 좀 구하고 싶네요.
오남기 : (놀라는) ...!
주완 : (시선을 살짝 외면하는) ...
오남기 : 흠... 선배님께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는데... 제가 그냥 있으면 안 되겠죠.
주완 : 아, 아니에요. 그런 거와 연관 짓지 마세요. 난 단지...
오남기 : (다 안다는 듯 웃고) 흠... 어디보자... 내년 봄에 개원하는 산재 병원 원장 자리가 하나 있긴 한데...
주완 : 아... 그런 자리가 있습니까? 아... 그런 자리에 갈 수 있다면... 여생을 사회에 봉사하면서 보낼 수 있을 텐데...
오남기 : 그러고 보니... 아, 선배님 퇴임 시기하고 딱 맞아 떨어지겠네요.
주완 : 아, 그렇습니까?
오남기 : 네... 제가 추천한 친구에게 자리를 확실하게... 물려주시고 나서... 홀가분하게 오시면 되겠네요. (웃고)
주완, 순간 움찔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우며 술을 따라주는데....
F.O
S#26. 병원 앞 (아침)
국과수 봉고가 서고, 형사와 가운을 입은 국과수 검시관, 경찰들이 내린다.
뒤이어 취재 차량에서 기자들이 내려, 검시팀을 따라 들어가고...
S#27. 오경환 연구실 앞
형사와 검시관, 들어가고 기자들 따라 들어가려 하는데...
정복 경찰이 문 양쪽에 서서 출입을 통제한다.
문에는 ‘석좌 교수 오경환’ 이란 명패가 붙어 있다.
방송 기자 그 문을 배경으로 서서 리포팅을 준비하는데...
도영, 그 기자 뒤로 오정현 연구실로 간다.
경찰 : (제지하고) 지금 못 들어가십니다.
도영 : 교수님이 부르셔서 왔습니다.
경찰 : (문을 열고 고개를 디밀고 말하곤) 들어가시죠.
도영, 안으로 들어가고...
S#28. 오경환 연구실
[小醫治病, 中醫治人, 大醫治國]이라 쓰인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꼿꼿하고 깐깐한 모습의 오경환.
국과수 검시관과 형사와 커다란 테이블에 늘어놓은 사진들을 보고 있다.
오경환 : 왔나? 잠깐만.
도영 : 네...
오경환 : (사진을 보며) 최교수도 알지? 국정원 서기관 변사사건...
도영 : 아...예...
오경환 : (단호하게) 타살은 아니고...사인은 익사야. 미끄러지면서 외상성 경뇌막상 출혈을 일으킨 거지.
(사진 들어 보이며) 두개골 함몰 형태로 봐서 둔기로 내려치거나 한 게 아니라 욕조 바닥에 부딪힌 게 확실해.
몸에 난 구타당한 흔적은 시간적으로 한참 전이구. 누구한테 맞은 것 까진 (형사에게) 내 능력으론 모르겠는데?
(웃고)
검시관 : 교수님 생각도 그러시군요.
형사 : 욕조 마개 문제는...
오경환 : 때론 죽은 사람에게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
늘 밥만 먹는 사람인데, 부검해 보면 라면이 나오는 수가 있지. 그땐 정말 물어보고 싶어.
왜 하필 오늘 라면을 먹었냐고. 정황으로 보지 말고, 증거로만 보면 틀림없어.
형사 : 네... 감정서 좀 써주시겠습니까?
오경환 : (끄덕이곤) 이런 건 당신들이 충분히 밝혀 낼 수 있는 건데 뭐하러 굳이 나한테 가져왔나?
검시관 : 저... 사실은... 워낙 말들이 많아서...
형사 : 솔직히... 오 교수님께서 감정해주셔야 뒷말이 없거든요.
오경환 : (어이없어하며) 참네...할 말 없게 만드는군.
검시관 : 죄송합니다. 사건이 사건이다 보니...
도영,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S#29. 병원 밖 산책로
도영과 오경환, 벤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경환 : 부원장하고 직접 부딪혔다면서?
도영 : 네?
오경환 : 소문에 어두운 나한테까지 들리더군...
도영 : 네...
오경환 : 내가 최교술 알기 때문에 혹시라도 다칠까 싶어 부른 거야.
도영 :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오경환 : 무슨 상황? 행정보복이란 증거 있나? 정황이고, 심증이잖아. 부원장은 아주 노회한 친구야.
그런 친구한테 맞선다...(고개 젓고) 백전백패야.
도영 : 하지만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오경환 : 물론 그래야지. 하지만 우격다짐으론 안 돼. 월척을 낚을 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낚시 장비? 기술? 아니... 인내심이야.
도영 : (끄덕이고) ...
오경환 : 나도 부원장을 보고 있는 중이야.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도와줄게. 단, 경솔하게 굴지 마.
도영 : 네... 감사합니다.
오경환 : 그래...누구...생각을 같이하는 친구는 있어?
도영 : 일단 장준혁 교수가 같이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오경환 : (못 미더운) 장준혁?
도영 : ...
S#30. 우편물 보관함
교수실 입구에 있는...
주완, 자기함에서 우편물 등을 꺼낸다.
우편물들을 보면서 걸어오다가 공문서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주완, 희미한 미소 짓는데...
S#31. 주완 교수실
공문서를 보는 준혁, 주완과 소파에 앉아있다.
“전주 명인대학교 병원 의료진 모집 협조 공문”
준혁 : (불안한) 이걸 왜 저한테 보여주십니까?
주완 : 자네하고 의논 좀 하려고... 알다시피 브랜치에 의료진 확충해야 하잖아.
준혁 : 여긴 문상명 선생이 내려가기로 돼있는 거 아닌가요?
주완 : 얼마 전까진 그랬지...
준혁 : 네?
주완 : 자네가 좀 내려가 있는 게 어떻겠어?
준혁 : (충격)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완 : 부원장님 의중이 아무래도 그렇게 쏠려있지 않나 싶어.
준혁 : (참는) ...
주완 : 내가 할 만큼 해봤는데 쉽지가 않네... 이런 때 그냥 자네가 지원하는 형식이 되면... 부원장님도 생각이 있을 거고...
준혁 : (몸이 떨리고) ...
주완 : 그냥... 잠시 내려가서 자리만 잡아줘. 어차피 내가 퇴임하면, 싫더라도 올라와야 할 거 아냐.
누가 뭐래도 자넨, 내 후임이 아닌가... 허허허...
준혁 : (앙다문 채) 과장님! 꼭 이렇게 까지 하셔야겠습니까!?
주완 : (놀라는) 자네 왜 눈을 그렇게 뜨나?
준혁 : 이런 건 막아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내려가면 그걸로 끝인데...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주완 : 자네, 말이 좀 거친 거 같은데...?
준혁 : (벌떡 일어나는) 전 못 내려갑니다!
주완 : 그건 자네 의지로 되는 게 아니야.
준혁 : 그래도 못 갑니다. 이런 식으로 절 내치려하지 마십쇼!
주완 : (기막힌) 아니, 내가 왜 자넬 내쳐? 어? 생각해봐. 왜 내가 자넬 내치겠어?
준혁 : (쏘아보고) 지금 이건 내치시려는 게 아니고 그럼 뭡니까?!
주완 : 뭐야? 이 친구가 정말...!
준혁 : 과장님, 이러시는 거 아닙니다. (확, 나가려 하고)
주완 : (벌떡 일어나) 일루 와서 못 앉어!
준혁 : (문가에서) 과장님께 실망했습니다. (나가버린다)
주완, 기가 막혀서 식식거리는데...
S#32. 교수실 밖 복도
준혁, 교수실에서 나와 화가 나서 걸어가는데...
준혁, 걸어오던 상일이 인사 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간다.
S#33. 병원 입구
택시에서 내린 윤진, 상복부를 부여잡고 비틀비틀 걸어 들어온다.
S#34. 내과 외래
윤진, 환자들 사이에 섞여서 기다리고 있다.
아줌마 : 하여간 여기 의사 선생님 진짜 너무해. 이런 데 있는 의사라면, 척보고 알아야지, 굼벵이처럼 느려 터져서는...
윤진 : (식은땀을 흘리고) 으으...
아줌마 : 어머... 간호사 불러줘요?
윤진 : 아뇨... 차례 기다려야죠. 다 아파서 오신 분들인데...(갑자기 통증이 오고) 아아!
윤진,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이다 앞으로 고꾸라진다.
유니폼 등에 새겨진 ‘내 권리는 내 손으로’ 문구가 보인다.
아줌마 : (기겁해서) 간호사! 간호사! (윤진을 일으키며)
스테이션에 있던 간호사들이 뛰어와 일으키는데...
S#35. 진찰실
도영, 신음하는 윤진을 진찰하고 있다.
도영 : (상복부 촉진하며) 여기가 아파요?
윤진 : (고통스럽다) 아아! 밤에는 괜찮았는데...
도영 : (손가락을 모아 톡톡 친다) 울리는 느낌 있어요?
윤진 : 울려요. 아아...
도영 : 초음파 좀 할게요.
윤진 : (고통스러워하며) 왜...이런 거죠?
도영 : 일단 검사 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주완, 흥분해서 들어온다.
주완 : 윤진아...
윤진 : 아빠...
주완 : (도영에게) 뭐가 문제야?
도영 : 초음파부터 봐야 할 것 같습니다.
S#36. 초음파실
도영, 윤진의 복부 초음파를 하고 있다.
도영, 주완과 초음파 화면을 보는데....
도영 : 급성 담낭염인 듯한데요. 작은 담석도 보이고... (주완을 의식하여) 나이도 어린데...
주완 : (같이 놀라는)
도영 : 담도가 이렇게 확장돼 있는 걸 보면...담도결석도 생각해야지만... 그것치고는 너무 늘어나서... (눈치를 보는)
주완 : (괴로운) 담관낭증일 수도 있겠군.
윤진 : 그게 뭔데요 아빠...?
주완 : 어? 아니 뭐 심각한 건 아니니까 걱정 할 거 없어...(허탈하다, 혼잣말처럼) 이렇게 되도록 내가 모르고 있었다니...
도영 : 저...ERCP를 해야겠는데요...
주완 : 저...ERCP? 그건 좀 고통스러우니까...먼저 MRCP로 해서 결과 보고 결정하지.
도영 : 네, 알겠습니다.
S#37. MRCP실
윤진, MRCP 검사대에 누워 있고...
도영과 주완, 모니터 사진을 보고 있다.
도영 : 역시 담관낭증인 거 같습니다.
주완 : (착잡) 수술해야 겠군.
도영 : 담낭염이 있으니... 일단 항생제 투여해서 진정을 시키겠습니다.
주완 : 그래줘...내가 수술 스케줄은 잡아놓지. (괴로운데)
S#38. 인사동 갤러리
수정, 용길 처와 국내 작가들 그림을 보고 있다.
용길 처 : 오늘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네... 어머!
용길 처, 운보 김기창의 바보 산수 앞에 멈춰 선다.
용길 처 : 바보 산수가 나왔네...
수정 : 귀한 그림인가요?
용길 처 : 운보 김기창 화백의 바보 산수화야.
수정 : 네? 바보요? (풋 웃는) ...그림이 좀 바보같긴 하네요.
용길 처 : (무식한 말에 놀란 듯 보며)
수정 : (움찔) 제가 그림을 잘 볼 줄 몰라서...설명 좀 해주세요.
용길 처 : (미소) 운보선생 대표작 중 하나야. 바보 산수는 아내가 죽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가슴 속에 응어리져 풀리지 않았던 민화의 형상이 비로소 풀리면서 시작된 거야.
수정 : (그제야) 아아... (다시 그림을 보는)
S#39. 갤러리 밖
수정, 용길 처와 나오고 있다.
수정 : 그 바보 산수는 얼마쯤 하나요? 비싸긴 비싸겠죠?
용길 처 :글쎄...한 3~4천 가까이 가지 않을까?
수정 : 아...정말 유명한 그림이구나...
용길 처 : (웃어주는) ...
S#40. 특실
링거로 항생제와 진통제가 투여되고 있다.
식은땀을 흘리는 윤진, 신음을 멈추지 않고 있고...
주완 처 : 대체 이게 무슨 일이니? 그러게 그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래도 말 안 듣구 집회니 뭐니 한답시구
밤새 쫓아다니면서 악 쓰더니 결국 병 만든거 아냐?!
윤진 : (짜증스런) 엄마...제발 좀...아아... (이를 악물로 참는)
도영 : (걱정스럽다) 아직도 아파요?
윤진 : 네... 더 아파요. 아아...
주완 처 : 어떻게 좀 해 줘봐요. 애가 더 아프다는데...
도영 : (심각한 표정) 네...좀 참고 계세요. 다시 오겠습니다. (나가고)
윤진 : 엄만 왜 최선생님한테 화를 내. 지금까지 나 때문에 애 쓰시는 거 알면서...
주완 처 : (무안해진) 화는 무슨...니가 하도 아프다니까 (하는데)
윤진 : 알았어. 그만해. 엄마 때문에 더 아파...(다른 쪽으로 돌아눕는다)
주완 처 : (한마디 더 하려다 참는)
S#41. 외과 병동
도영, 주완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도영 : 진통제가 안 듣습니다.
주완 : (놀라서) 그래?
도영 : 너무 고통스러워해서...응급 수술을 고려해 보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주완 : (끄덕이고) 어차피 해야 할 수술이니까...
도영 : 직접 하셔야죠?
주완 : (머뭇) ...
도영 : ...?
주완 : 막상 내가 내 딸 복부를 연다는 게...최선생도 잘 알잖아. 의사라도 제 식구한테는 쉽지 않다는 거.
도영 : 알죠.
주완 : (고민이다) 누구를 시키나...?
도영 : 장준혁 선생한테 맡기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주완 : (생각하고) ...장선생...(눈치를 보고)
도영 : 그러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주완 : 흠...그럼 말이야, 자네가 추천했으니까...장선생 찾아서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일이 있어서...
도영 : 알겠습니다. (나가고)
주완, 마음이 복잡하고...
S#42. 준혁 교수실
준혁 : (기막혀 하는) 나보고 하라고?
도영 : 응, 빨리 해주는 게 좋겠어.
준혁 : (어이없어 웃는) 참 나...
도영 : 왜 그래?
준혁 : 아까는 나보고 브랜치로 내려 가라더라고. 부원장이 그러길 바란다나?
도영 : 그래? 아무튼 그 얘긴 나중에 하고 일단 수술부터 해 줘.
준혁 : 내가 할 거 같애? 안 할 거 같애?
도영 : 그걸 말이라고 해?
준혁 : (웃으며) 해야지. 원래 수술이란 건 자기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맡기는 거거든.
S#43. 참관실
주완, 들어오다 멈칫하고는 고개 돌린다.
INS) 수술실
건하와 민승, 윤진의 드러난 배에 요오드를 바르고 있다.
밤색으로 변해가는 윤진의 배...마취된 상태의 윤진의 얼굴...
주완, 답답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아 바라본다.
INS) 수술실
사이드 테이블에 셋팅 되는 기구들.
스몰 몰에 나이프 떨어뜨리는 어시스트 간호사.
땡그랑 소리를 내며 볼 안으로 떨어지는 나이프.
스크럽 간호사, 나이프를 메스 바에 끼워 기구 맨 앞에 놓는다.
주완, 자신도 모르게 손을 쥐었다 폈다 한다.
S#44. 내과 스테이션
준혁, 초음파, MRCP 사진 자료들을 보면서 도영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도영 : 췌담관 합류기형으로 담관낭증을 가지고 있어.
준혁 : (끄덕이고) 캔서는?
도영 : 암은 아닌 거 같애. CA-19-9(씨에이 십구 다시 구)도 정상이고...
준혁 : 단지, 통증이 조절되지 않아서 그렇다 이거지? 알았어.
준혁과 도영, 음직이는데...
S#45. 수술실 + 참관실
준혁, 손을 씻고 들어오면 참관실에 주완이 보인다.
준혁, 다소 거만한 인사를 하면, 주완 인사를 받는다.
마취 된 상태로 누워있는 윤진의 얼굴...
준혁 : 토다니 타입 원(Todani type 1) 담관낭종으로
간외 절제술과 루앤와이(Rdux-en-Y) 간담관공장문합술을 시행할테니까 잘 보도록.
의국원들 : 네...
준혁 : 메스!
준혁, 간호사가 메스를 건네주면, 받은 뒤 참관실을 본다.
주완, 왠지 뜨끔한데...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고...
준혁, 잠시 수술 부위를 내려다 보더니 과감하게 메스를 움직인다.
S#46. 참관실
순간, 주완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다.
도영 : (들어오고) 시작했습니까?
주완 : (끄덕이고)
도영 : (옆에 앉는다) 좀 앉겠습니다.
주완 : 어.. 그래... 앉아. (한숨) ....
도영 : (보면) ....
주완 : 부끄럽군. 아비가 국립대학 외과 과장인데... 딸이 선척적인 췌담관 합류 기형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다니...
도영 :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왔고, 또 이번 기회에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니까...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주완 : (도영의 손등을 토닥여 주는) ...
S#47. 수술실
준혁, 수술에 몰입해 있다.
준혁, 손을 내밀면 착착 원하는 도구가 놓여지고..
건하와 민승 역시 대화 없이 완벽하게 콤비 플레이 하고 있다.
S#48. 참관실
주완, 불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
도영, 커피를 가지고 들어와 건넨다.
도영 : 장준혁 교수... 참 뛰어난 의삽니다.
주완 : 어? 물론 잘 알지...
도영 : 수술할 때는 수술 외엔 생각이 없는 친굽니다. 수술에 관한한 전 저 친구를 믿습니다.
주완 : (끄덕이고)
S#49. 수술실
수술이 끝났다.
건하 : 교수님, 배는 제가 닫겠습니다.
준혁 : 아냐, 내가 할게, 시집 안 간 처녀니까...조금이라도 예쁘게 닫아줘야지. (하고 보면)
참관실에 주완과 도영이 보인다.
건하 : 네...
준혁, 빠르게 꿰매 나가고.
건하, 민승 준혁의 솜씨에 홀려 멍하니 보고.
S#50. 참관실
도영, 역시하는 미소 짓다 주완을 돌아보고...
주완, 미소를 머금고 고개 끄덕인다.
S#51. 수술실 복도
준혁, ‘수고 하셨습니다.’란 말과 함께 나온다.
준혁, 걸어가는데 주완이 뒤에서 부른다.
주완 : 장교수....
준혁 : (돌아보는) 네...
주완 : (다가와 어색하게) 수고 많았어.
준혁 :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주완 : 고맙네.
준혁 : 사실...아까 과장님 앞에서 너무 무례했습니다. (고개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주완 : (어깨를 토닥이곤) 괜찮아. 다 잊었어.
S#52. 수술실 게이트 앞
주완, 걸어오는데 주완 처, 허겁지겁 달려온다.
주완 처 : 여보, 윤진이 수술을 장준혁 선생이 했다는 게 사실이에요?
주완 : 어...
주완 처 : 당신, 뭘 믿고...우리 윤진이 뱃속에 거즈라도 넣고 꿰맸으면 어쩌려구요?
주완 : (흘겨보듯 하며) 이 사람이...의사 가문에서 평생을 지낸 사람이 무슨 그런 경우 없는 소릴 해?
주완 처 : (찔끔) 아니 혹시라도 실수 할 수도 있구... 솔직히 맘이 안 놓여요. 장선생이 했다는 게.
주완 : 인정할 건 인정 해야지. 실력만큼은 나무할 데 없는 친구야.
주완 처 : (비꼬며) 장선생한테 큰 빚지네요. 윤진이 수술까지 해줬으니...
주완 : 무슨 소리야? 공과 사는 분명히 해야지. 세상 어느 의사가 댓가를 바라고 수술을 하나? (가고)
주완 처 : (가만히 웃는) ...
S#53. 샤워실
준혁, 웃으며 들어와 샤워를 하기 시작하고..
잠시 뒤, 건하와 민승이 들어와 샤워한다.
준혁 : 수고들 해.
건하, 민승 : 수고하셨습니다.
건하 : 저... 이과장님이 뭐라 안 하시던가요?
준혁 : (피식) 뭐라긴 수고했다 그러지.
건하 : 좀 아까 수술실 앞에서 두 분이 대화 나누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준혁 : (비누칠하다 말고) 응?
건하 : 아니...그냥 그랬다구요. 헤헤...
S#54. 회복실
도영, 마취 간호사가 윤진을 깨우는 것을 묵묵히 보고 있다.
마취 : 이윤진 씨... 정신 차리세요.
윤진 : (정신을 못 차리고) 음음...
도영 : 윤진씨!
마취 : (뒤돌아보면) ....
도영 : (멈칫) ...!
마취 : (옆구리를 꼬집는) 이윤진 씨...
윤진 : 아아!
마취 : (뺨을 톡톡 때리고) 눈 떠보세요. 다 끝났어요.
윤진, 게슴츠레 눈을 뜨기 시작하고...
윤진의 시점으로 시야가 뿌옇다... 남자의 윤곽이 보이고...
윤진, 눈을 찌푸리면....
남자의 윤곽이 서서히 잡히는데... 도영이다.
윤진 : (희미한 미소) 천사가 아니라 선생님이 보이는 걸 보니까 저 살았나보네요.
도영 : (미소) ...
마취 : 수술 잘 끝났습니다.
윤진 : 꿈을 꾼 거 같은데... 생각이 안 나네...
도영 : 원래 그래요. 수술은 잘 됐으니까...편하게 쉬세요.
윤진 : 네... (다시 눈을 감고) ...
도영, 잠시 바라보다 나간다.
S#55. 복도 일각
도영, 샤워 뒤 머리가 젖은 준혁과 만난다.
도영 : 수고했어.
준혁 : 뭘...
도영 : 얘기 좀 할 시간 있어?
준혁 : 왜?
도영 : 아까... 니가 말한 거 말이야. 아무래도 인사 보복 같은데...
준혁 : 그렇지.
도영 : 자세하게 얘기 좀 해봐. 아무래도 우리... 좀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애.
준혁 : 나도 생각해 봤는데...그냥 조용히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애. 인간적으로 죄송하다 그러고...
도영 : 뭐가 인간적이고,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준혁 : 하여간... 난 빼줘. 브랜치로 내려가게 되면 받아들여야지 뭐.
도영 : 무슨 소리야. 니가 먼저 하재 놓구... 내려가면 외과 과장은 끝이라고 흥분했었잖아?
준혁 : 그래... 말 그대로 흥분해서 해본 소리야. 그러니까... 괜히 일 더 크게 만들지 말자구. 수고해. (가려는데)
도영 : 무슨 딴 생각 있는 거지?
준혁 : (돌아서며) 딴 생각?
도영 : 그러지 않고는, 과장 꿈을 포기한 듯 얘기할 리 없잖아.
준혁 : (단호) 내 인생에 포기는 없어. 단지 내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을 뿐이야.
도영 : 그게... 뭔데?
준혁 : 글쎄...분명한 건 ...너하고는 다른 방법이겠지. (가버리고)
도영 : (표정 굳고) ...
S#56. 회의실 (저녁)
용길의 주재로 주완 등 십여 명의 과장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유정진 : 저희 과에서는 박우철 선생을 보낼까 합니다.
용길 : 그 친구 전임강사 아닌가요?
유정진 : 조교숩니다.
용길 : 흠... (이름을 적으며) 그럼, 됐고... 외과에선 누굴 보내실 겁니까? 원래대로 분당 병원의 문상명 교수죠?
주완 : 그건 좀... 문교수는 분당 병원으로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지방으로 보내는 건 모양새가 좋지가 않아요.
본인도 원치 않는 거 같구요.
용길 : 그러면, 누구를 보내죠?
주완 : 아, 그게 좀 까다롭습니다. 홍상일 선생을 보내자니... 전임 강사라라 무게감이 떨어지고...
용길 : 그렇지만... 마땅히 대안도 없잖습니까? 외부에서 데리고 오자니 시기가 촉박하고...
주완 : 그거야... 그렇지만...
용길 : 그럼, 장준혁 교수를 보내야 하는 건가요?
과장들, 용길을 쳐다보고...
주완 : 네? 장준혁 교수요? 흠....
교수들, 이번엔 주완을 쳐다본다.
주완 : 에... 음... 장준혁 교수라.... 다들 아시겠지만, 장교수는 제 후임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영구 발령을 내면 아무래도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시적이라면 모를까?
용길 : 한시적이라면...?
주완 : 언뜻 든 생각인데, 우선 브랜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동안 내려가 있다가, 차기 과장이 되면 불러들이고...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미리 알 수 없는 거니까... 후임이 못 된다면, 그냥 그 곳 외과를 맡으면 되고...
용길 : (끄덕이고)
주완 : (은근히 기대하는) 말씀은 이렇게 드리지만 저는 솔직히 어떤 게 좋을지 잘 모르겠네요.
이런 경우 부원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용길 : 저요? 흠... 장준혁 교수는...
주완, 과장들 용길을 주목하고...
용길 : 사실 우리 병원에 간판급 의산데...그런 친구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 허허...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주완, 놀라고...
용길 : 환자가 뚝 떨어질 게 뻔하잖습니까?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그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네요.
주완 : (당혹감을 숨기고) 허허 그렇군요. 맞습니다.
S#57. 엘리베이터 안
주완, 용길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주완 : (아쉬운) 장교수를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아는데 말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좋은 기회였는데...
용길 : 하하 누가 봐도 좋은 기회라는 건 말입니다, 말 그대로 누가 봤기 때문에 절대 좋은 기회가 아닙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엘리베이터 열리면, 용길 나가고...
주완, 한 방 먹은 듯 서 있다.
S#58. 중환자실 앞
주완,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준혁을 만난다.
주완 : 아, 장교수...
준혁 : 네, 따님은 스테이블합니다.
주완 : 그래... 잘됐군. 그리고 말야. 브랜치 병운은... 문상명 교수가 옮기기로 했어.
준혁 : 아...고맙습니다.
주완 : 나한테 고마울 게 뭐 있나.... 다 자네가 잘나서 그런 거지. (멈칫) 흠흠...말이 좀 가벼웠군. 가봐...
준혁 : 예, 그럼.
주완, 인사를 하고 가는 준혁의 뒷모습을 짜증으로 본다.
S#59. 중환자실
덧가운을 입은 주완 처.
유미라가 윤진에게 처치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완 (E) : 들어가 보지 그래.
주완 처 : (돌아보고) 여태 떠들다가 금방 잠들었어요. 회의는 잘 됐어요?
주완 : 잘 되고 말고가 어딨어? 그런 거지.
주완 처 : (상황이 짐작가고) ...
주완 : 유선생, 바이탈하고 랩은 어때?
미라 : 정상입니다.
주완 : (끄덕이고) 그만 들어갑시다.
주완 처 : 어떻게 된 데가 여긴... 보호자가 잘 데가 없어요?
미라 : 저희가 잘 돌볼게요. 간호하시다 오히려 병드는 분들도 많으세요. 걱정 마시고 맡겨주세요.
주완 : (처에게) 어련히 알아서 할까. 유선생...잘 좀 부탁해.
미라 : 네, 들어가세요. 과장님.
S#60. 병원 복도
주완과 주완 처 걸어 온다.
주완 처, 주완을 힐끔 보고 심기를 살피고는.
주완 처 : 유난히 피곤해 보이네, 당신...
주완 : 좀 그러네...
주완 처 : 수술도 많지 않았다면서...뭐 다른 일 있었어요?
주완 : 퇴근 할 때 되니까 긴장이 풀려서 그렇겠지, 뭐.
주완 처 : 정말 이상하네... 이 복도를 수십년 걸은 양반이 새삼스럽게 긴장 탓을 다하고...
주완 : (피식) 오늘 하루가 참 길었어...
F.O
긴 복도를 나란히 걷는 주완과 주완 처.
INS) 준혁의 아파트 전경 (아침)
S#61. 준혁의 방
출근하기 위해 와이셔츠 입는 준혁...
수정,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수정 : 힘들어. 힘들어. (다리 주무르며) 아...다리 알배긴 거 좀 봐...
준혁 : 왜?
수정 : 어제 회장님 꽁무니를 완전 비서처럼 따라 다녔다니까. 다리 너무 아퍼...
준혁 : (옆에 앉아 주물러주며) 원래 총무가 그런 거야. 걷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고생했네.
수정 : 이게 다 오빠 때문인 거 알지?
준혁 : 그러니까 이렇게 서비스 해주잖아.
수정 : 겨우 요거?
준혁 : 주말에 시간 낼게. 됐지?
수정 : 정말? (하다) 안 지키면 나 총무고 뭐고 다 안할 거야.
준혁 : 알았습니다, 부인. (일어나며) 늦겠다.
준혁, 넥타이 꺼내 매는데
수정, 일어나 넥타이 매주면서.
수정 : 영부인 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 건가... 어휴.. 어젠 인사동에서 하루 종일 살았네.
찻집에, 골동품집에, 갤러리에...그림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좀 떨어져 준혁을 보며)
(혼잣말) 그레이가 좋겠는데... (그레이색 꺼내 매 주며)
준혁 : 그림? 그림을 좋아해?
수정 : 어...그림 하나에 10분씩 보고 있는데 미치겠더라구. 난 10초만 봐도 더 이상 볼 게 없던데...
준혁 : (호기심)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데?
수정 : 뭐랬드라...맞다 바보... 바보 뭐래던데...
준혁 :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바보 산수...
수정 : (아무 생각 없이) 자기도 아네. 역시 똑똑해 우리 신랑.
S#62. 갤러리
직원 두 명이 벽에서 바보 산수가 떼어 내지고 있다.
큐레이터 : 원래는 전시회가 끝낼 때까지 가져가실 수 없는 겁니다.
수정 : 알죠. 근데 저희가 워낙 사정이 급해서요.
준혁 : (눈짓을 주고) 병상에 계신 아버님이 빨리 보고 싶어 하셔서...
수정 : (눈 흘기고) ...
큐레이터 : 네...그 심정 이해합니다. 아, 근데 다른 그림으로 뭘 걸어놓을 지...
S#63. 갤러리 주차장
수정의 차, 뒤 좌석에 놓여 지는 포장된 그림.
수정 : 배고파.
준혁 : 어떡하지? 오후에 수술이 잡혀있는데...
수정 : 뭐야. 나 혼자 먹으라구? 몰라. 저거 오빠가 갖다 줘. 나 집에 갈래. (차에 타려하고)
준혁 : (잡고) 그러지 말구...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잖아.
수정 : 그니까 더 약오르다구. 허구헌날 일 핑계만 대고...미워 죽겠어 정말.
준혁 : 에이... 주말에 시간 낸다고 했잖아. 그때,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먹고 다 하게 해줄게.
수정 : (픽 웃고) 그거 하나 갖고 너무 생색내는 거 아냐
준혁 : (수정의 허리 안고) 좀 이쁘게 봐주세요, 마님.
수정 : (일어내며) 이쁜데가 있어야지. 으휴 얄미워. 그냥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되는 거지?
준혁 : 부담 갖지 말고 받으시라고 하구.
수정 : 그 정도도 못 할까봐? 갈게 (하고 차 출발하고)
준혁, 재빨리 자기 차로 돌아간다.
S#64. 병원 로비
용길, 신축 병원 미니어처를 보고 있다.
준혁 : (자신만만한) 저희 외과가 3층이라면서요.
용길 : 어? (준혁, 인사하는) 일단은 뭐... 그렇지.
준혁 : 저는... 저희 외과를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습니다.
용길 : (끄덕이며) 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과장이 되는 게 우선이지... (웃는다) 수고하게.
준혁 : 부원장님... (돌아보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는)
용길, 약간 의아하다는 듯 보고 가버리는...
그런 용길을 준혁, 바라보고 있다.
S#65. 주완 교수 연구실
주완, 메일을 확인하면... “후임 교수 추천건”
주완, 첨부파일을 열어보면... 후보자들 이력서가 뜬다.
주완, 잠시 넘겨보며 흐뭇해한다.
인쇄를 클릭한다.
주완, 흐뭇하게 의자 속에 파묻히다가 벌떡 일어나 뛰어 나가는데...
S#66. 병원 곳곳
- 교수실 복도. 주완, 교수실에서 나와서 허겁지겁 뛰어간다.
- 엘리베이터를 눌렀다가 마음이 급해 비상구로 들어가고...
- 계단, 헉헉대면서 계단을 올라온다.
- 외과 병동. 스테이션에서 돌아 나오는 동일과 부딪힌다. 동일의 인사 받지 않고.
- 병동 복도를 뛰어가는데...
S#67. 의국
프린터에서 문서가 인쇄되어 나온다.
그걸 집어 드는 손, 건하다.
건하 : 이게 뭐지? (훑어보는데)
주완 : (문서를 잡아채며) 허허...별 일 없지?
민승 : 네, 없습니다.
주완 : 아...이거... 다음 달 학회에 초대할 분의 프로필이야. 흠흠.. 그럼, 수고들 해. (나가는데)
동일 : (들어오며 인사하고) ...
주완 : 어, 수고... (서둘러 나가고)
동일 : (갸웃거리고) ...
민승 : 왜 저러시지?
건하 : 뭔가 좀 이상하지? (이젠 좀 알겠다는 표정인데...)
S#68. 용길의 거실
용길 처, 그림을 보며 놀라고 있다.
용길 처 : 어머어머... 이거 바보 산수 아냐?
수정 : 맘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용길 처 : 맘에야 들지, 들고말고...참내...이런 걸 받아도 되나 모르겠네.
수정 : 그럼요. 부담 갖지 말고 받아주세요.
용길 처 : 이런 내 정신 좀 봐. 손님한테 차 대접도 안 하고... 아줌마! 아줌마!
가사도우미 : (주방에서 나오고) 네...
용길 처 : 여기 차 좀 내와요. ...그래, 장교수는 잘 있지?
수정 : 네? 그, 그럼요... (하고 마음을 다 잡는데)
용길 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
S#69. 중환자실
주완 처, 윤진을 간호하고 있는데...
청바지에 맞춰 입은 점퍼 차림의 남녀가 서너 명 들어온다.
등에 ‘내 권리는 내 손으로’ 문구가 새겨져 있다.
팀장 : (다가와) 일팀장님...
윤진 : 이팀장님...
팀방 : (주완 처에게) 안녕하세요, 윤진씨하고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주완 처 : (마뜩찮은) 아, 네...
팀장 : 팀장님 괜찮아요?
윤진 : 네...아픈 거 빼고 괜찮아요. 참, 황옥순 할머니 일은 어떻게 됐어요?
팀장 : (손가락 브이) 집에서 안 나가도 되고 보상금도 2백 받았어요.
윤진 : (좋아하는) 와! 정말요! (통증) 아... 아....
주완 처 : (기겁해서) 괜찮아? 괜찮니?
팀장 : 괜찮아요?
윤진 : (끄덕이며) 네...기분 너무 좋다... 걱정 많이 했는데...
주완 처, 이런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다.
S#70. 주완 교수실
주완, 흐뭇하게 프린트 물을 보는데,
주완 처 들어온다.
주완 : 윤진이는 어쩌구? 옆에 좀 있어주지.
주완 처 : (짜증) 같이 어울려 다니는 것들이 왔잖아요.
주완 : 그랬군... (다시 프린트물 보고 흐뭇한 표정)
주완 처 :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주완 : (프린트물 건네며) 둘 중 하나를 후임으로 할 생각인데... 누가 좋겠어?
주완 처 : (보며) 내가 보면 뭐 알아요? (이력서 두개를 비교하며 보다가) 이 사람이 딱이네.
주완 : (보며) 왜?
주완 처 : 학식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 이 사람이 미혼이잖아요. 우리 윤진이하고 잘 어울리겠네.
주완 : 허 참... 중대한 국립대학병원의 외과과장을 뽑는 일인데, 그런 식으로 공과 사를 구분 못해서 되겠어?
주완 처 : 그럼, 왜 나한테 이걸 보여줬어요? 그랬을 땐 이미 마음의 결정 한 거 아니에요?
이런 걸 꼭 입으로 말하게 해서 당신은 양심의 가책을 덜 받겠다 그거죠?
주완 : (뜨끔) 이 사람...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난 그저...(하는데)
주완 처 : 됐어요. 됐구. 양심의 가책은 내가 받는 걸로 할 테니까 이 사람으로 결정해요.
주완 : (씁쓸하게 웃으며) 미혼이란 이유로 국립대학병원 외과과장이 된다... 허허허...이런 게 인간사 희극이란건가...
S#71. 오경환 연구실
오경환, 도영과 독대 중이다.
오경환 : (액자를 가리키며) 소의치병, 중의치인, 대의치국...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중간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도영 : (끄덕이고) 네...
오경환 : 장준혁이는 아직 작은 의사야. 기대도 안했어. 요즘 의학계엔 그런 의사 투성이야.
최교수 같은 중의를 찾기 어렵다 게 안타까워.
도영 : 아닙니다. 저 역시 소의에 불과합니다.
오경환 : (고개를 젓는) 자넨 훌륭한 의사야. 게다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한 순간부터
이미 대의의 길에 들어 선 거야.
도영 : 아, 아닙니다. 저는 그런 말 들을 자격 없습니다.
오경환 : (일어나며) 바람 좀 쐴까?
S#72. 병원 일각
오경환, 도영과 걸어오고 있다.
오경환 : 왜 이 일이 힘든 줄 아나?
도영 : ...?
오경환 : 좋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야.
도영 : ...
오경환 : 하지만... 난 그게 아름다운 길이라고 믿어. 세상에는 힘들지만 이겨내고 가는 사람도 있어야 되지 않겠어? ...
도영 : 네 (끄덕이다가) ... !
준혁, 걸어오고 있다가 멈칫한다.
오경환, 못마땅한 듯 보는데...
준혁,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오경환, 도영과 준혁의 뒷모습을 훑어보는데...
S#73. 용길의 집 (저녁)
용길, 퇴근 차림으로 벽에서 걸린 그림을 보고 있다.
용길 처 :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오고) 왔어요?
용길 : 이건 뭐야?
용길 처 : (하품) 바보 산수잖아요.
용길 : 어디서 난 거냐고?
용길 처 : 아...아까 부인회 총무가... 선물로...
용길 : 총무? 남편이 누군데...?
용길 처 : ... 장준혁 선생이죠.
용길, 어이없는 듯 웃고는, 잠시 생각을 한다.
용길 : ... 다시 포장 해놔.
용길 처 : 왜요?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우리 거실에 딱 어울리는구만.
용길 : (들어가며) 두 말 안 해.
용길 처 : (뒤에 대고) 그냥 받아요. 받고...장선생 신경 좀 써주면 되잖아요!
용길 처, 신경질이 나는데...
F.O
INS) 병원 전경 (아침)
S#74. 당직실
의국원들, 침대에 널부러져 농짓거리 하고 있다.
건하 : 이과장님 딸, 이쁘지 않냐?
민승 : 애인 없대요.
건하 : 어쩐지 니가 요즘 부쩍 열심히 일하는 척 하드라.
뼈대 있는 의사 가문에 입성하고 싶은 꿈은 야무진데 과장님이 널 사위로 받아 주실까 모르겠다.
민승 : 그런게 아니라 과장님 따님이니까 좀 더 신경 쓰는 거죠.
건하 : 근데, 아가씨가 이젠 비키니 못 입을 텐데 그건 상관없냐?
민승 : 아이 참...형...외과의로서 저는 수술 자국을 사랑합니다. 노래도 있잖아요.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하는데)
준혁이 들어오자, 민승, 건하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건하 : 오셨어요? 저... 부원장님이 출근하시는 대로 방으로 오시라던데요?
준혁 : 그래?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알았어.
건하, 민승 : 다녀오세요.
준혁, 결의를 다지는 표정으로 나가는데...
S#75. 부원장실
준혁, 들어오면 용길,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댄 채 얘기를 시작한다.
준혁 : 부르셨습니까?
용길 : 장교수... 어제 우리 집에 보낸 물건은 무슨 뜻이야?
준혁 : 아...그 그림 말씀이십니까? 그건 저희 장인어른께서 보내신 겁니다.
용길 : 장인? 어디서 병원 하신다는 분 말인가?
준혁 : 네, 정형외과 하십니다.
용길 : 그 양반하고는 인사만 한 번 한 정돈데... 왜 그런 수 천만원짜리 그림을 보내셨지?
준혁 : 실은...장인께서 의사회 부회장직에 계신데다,
거기 연구회에서 부원장님의 노인병 연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도움 받으실 일이 있다는 생각에 먼저 인사드리는 의미셨을 겁니다.
용길 : 흠...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준혁 : 그냥 부담 없이 받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용길 : 근데...장교수.
준혁 : 예.
용길 : 요즘 세상엔 말이야...그런 거 받으면, 준 놈이나 받은 놈이나 온전치 못해.
준혁 : ...
용길 : 게다가 자네는 차기 외과과장 후보잖아. 이런 상황에 그런 선물이라...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준혁 : 아무도 모를 겁니다.
용길 : (웃는) 자네와 내가 알고, 자네 와이프도 알고, 내 마누라가 알잖아.
아, 그리고 자네 장인까지...이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인거지.
준혁 : 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용길 : (싸늘) 그런 걸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자네 의사 가운을 벗길 수 있다는 거 아나?
준혁 : (바짝 긴장하고) 네?! ...(두려운) 그건 저...
용길 : 자네 안 되겠어.
용길, 비웃음을 흘리며 전화기를 드는데...
준혁, 갑자기 달려들어 수화기를 꽉 잡는다.
준혁 : 부원장님!
용길 : (놀라는) 이 친구가...이거 놔!
준혁 : 부원장님... 제 말 좀 들어 주십시오.
용길 : 이거 못 놔!
준혁 : 잘못했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길 : (조용히) 이 자식이 어디서...놔... (쏘아보면)
준혁 : (놓는 동시에 무릎을 꿇는) 잘못했습니다.
용길 : (기가 차서 웃고) 허...!
준혁 : 경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길 : (보는) ...
준혁 : (고개를 숙이고) ...
용길 : 완전히 웃기는 놈이네... (전화를 하고) 아... 이주완 과장님?
준혁 : (놀라는) ...!
용길 : 네, 지금 장준혁 선생이 찾아와서 같이 있어요. 근데, 이 친구가 브랜치 병원으로 내려가겠다고 자원을 해서요.
준혁 : (경악하고) ...!
용길 : 이거 참! 병원 입장에선 보내면 안 되는데... 본인이 꼭 가고 싶다고 하니... 허 참...
이럴 때 이과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준혁 : (눈을 감는) ...
S#76. 이주완 교수실
주완, 화색이 돌아 전화를 받고 있다.
주완 : (무게 잡고) 저야...뭐... 장교수 스스로 그런 결정을 했다면... 본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여기 서울 병원이야, 아직 제가 있는데 어떻게 못 꾸려 가겠습니까.
S#77. 부원장실
용길 : 하하...그럼 그렇게 해야겠네요.
용길, 전화를 끊고 준혁을 가소롭다는 듯 본다.
무릎을 꿇은 준혁, 굴욕감에 이를 악물고 몸을 부르르 떠는데...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