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과달라하라에서 3일째 아침..
원래 오늘 데낄라 투어를 가려고 했는데 화요일에는 투어가 없어서 못가게 되었다.
괜히 나가기 싫어 아침에 호스텔에서 론리를 펴들고 멕시코 루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과달라하라-구아나후아또-멕시코시티-와하까-빨렌께-산끄리스도발 순으로 가려고 했는데
론리에 나온 도시별 버스 시간표와 노선을 보다 보니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일단 와하까에서 빨렌께까지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난 와하까가 지도상에서 나온 거리상으로는 멕시코시티에서 가까워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14시간 이상이 걸린단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13시간... 쉣이다.
생각보다 이동시간이 많이 걸려서 한 도시를 빼야될 것 같다.
이러다가는 멕시코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할 것 같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중남미만 1년 있어될 수도.. ㅎㅎ) 그래서 일단 와하까를 빼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적고 있는 7월 17일 오늘 호스텔에서 일하는 녀석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와하까가 너무 예뻐서 좋다고 꼭 가보라고 한다. 어떻게 하나? 아.. )
하루종일 빈둥대기는 뭐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뜰라께빠께(Tlaquepaque)라는 곳이 있는데 론리에서 보니 가깝다고 한다.
택시 타면 70페소 정도.. 뭐.. 할 일 없이 있는 것보다 나은 것같아 가 보기로 했다.
과달라하라 시내에서 처음 타보는 택시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조용하게 생긴 분인데 가는 중간중간에 말을 참 차분하고 알아듣기 쉽게 해주신다.
(모든 멕시코 사람이 이렇게 말을 하면 여행하기 정말 편할텐데 ㅎ)
안되는 스페인어 실력을 다 동원해서 열심히 이야기 했더니 42페소 정도 나온 택시비를 깍아주려고 하신다.
원래 미터를 안켜고 가서 70페소를 받는 기사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 친절이 고마워 팁을 약간 드렸다.
(그래봐야 45페소 냈다 ㅋ. 아마 내가 있던 호스텔이 centro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택시로 약 15~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생각보다는 굉장히 가까운 곳이다.
택시에 내린 순가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온통 거리고 뒤덮고 나부끼는 하얀색 깃발들과 예쁘게 칠해진 집들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마리아치와 관련된 모양들이 많다>
인포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물어봤더니 papepicado(빠뻬삐까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빠뻬삐까도는 축제가 있을 때 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도착한 첫 날 Eduardo와 Jose가 술먹을 때
다음날 뜰라께빠께에서 축제가 있다고 가자고 했었던 것이 생각났다.
(물론 나는 잘못 알아들어서 다음날 밤에 호스텔에서 술 마시자는 이야기인줄 알고 밤에 기다렸다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니 내 스페인어 실력이 한심하긴 하다 ㅋ)
뜰라께빠께는 무척이나 작은 Pueblo(뿌에블로=마을)였다.
끝에서 끝까지 구경하지 않고 그냥 걷기만 한다면 15분 정도면 다 걸을 수 있는 크기이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수공예품/그림/조각품 가게, 식당, 호텔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그걸 하나하나 보는 것 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다.
또 가게에서 파는 공예품 하나하나가 인상적이다.
보통 이렇게 기념품이나 수공예품 가게들이 밀집해 있으면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가게마다 독특한 컨셉이 있고
파는 물건들도 개성이 넘친다. 그릇, 그림, 장식품, 인형, 도자기, 조각품 등
모든 것이 하나하나 개성적이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때까지 내가 여행 다녔던 어떤 곳보다 더 멋진 물건들을 파는 거리였다.
론리에서 ‘멕시코에서 가장 멋진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게 과장이 아니었다.
나는 장기여행자니까 물건을 사서 처리할 방법이 없어 그냥 구경만 했지만
이런 소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온다면 바로 지름신이 강림할 것 같다.
물론 나도 단기여행자였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유령 신부/신랑을 컨셉으로 한 소품들이 많았다.
길거리에서는 마야족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팔찌, 목거리, 귀거리 같은 수공예 소품들을 팔고 있었다.
나도 지름신의 유혹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팔찌 하나를 사고야 말았다.
40페소 부르던데 아무리 깎으려고 해도 안 깎아주더라.
내공이 보통이 아닌 아줌마였다. 좀 바가지를 쓰긴 했지만 기분이 좋았던 상태라 하나 샀다.
거리에서 맹인 할머니 한 분이 노래를 부르며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뭐라 할까..
감미로우면서 인생의 쓴 맛, 슬픔, 깊이가 묻어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한참을 듣다 5페소를 깡통에 넣었다.
(내 성격을 아는 사람은 왠일이니? 하고 반문 물어볼만한 일이다 ㅎㅎ)
이 곳에는 두 개의 박물관이 있는데 하나는 이 지역 수공예품을 모아놓은 XX이고,
하나는 미술전 같은 곳에서 상을 받은 사람들의 작품들만 모아 놓은 XX이다.
두 곳 다 둘러 볼만한 가치가 있은 필수 코스이다. 거기가 가장 좋은 점은 둘 다 무료다 ^^
뜰라께빠께.. 단지 반나절만 있었던 곳이지만 이런 곳을 그냥 지나쳤다면 큰 실수였을 것 같다.
과달라하라에 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 거리 하나, 가게 하나, 물건 하나하나가
이국적인 큰 즐거움을 주는 곳, 그 곳이 바로 뜰라께빠께이다. 초초강추 코스!!
* 돌아오는 길에 탄 택시는 Catedral까지 가자고 했더니 미터를 켜지 않고 갔다.
장거리 구간에서는 미터를 켜지 않고 정해진 가격을 받는게 이상한게 아니라 일반적이었다.
예를 들어 centro에서 장거리버스를 타는 Nueve centro camionera(누어베 쎈뜨로 까미오네라,
굳이 번역하면 신 중앙 버스터미널?)까지는 100페소로 정해져 있다.
미터를 켜지 않으면 원래 cento까지는 70페소인데 역시 기사 아저씨랑 안되는 스페인어 해가며
즐겁게 이야기를 했더니 5페소 깎아주셨다 ㅎㅎㅎ
(주로 물가, 아파트 가격 등 재미있지 않은 주제를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했었다 ㅋ)